방 한 칸, 에어비앤비를 하면 좋은 점

by 라프

홍대에 살 적에 홍대 중심가에 있는 월세방을 한 달에 절반 이상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월세 내기가 아까워 관광객을 대상으로 집을 빌려주고 월세나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집 전체를 게스트에게 빌려주다가 홍대의 원룸을 정리하고 비슷한 월세의 투룸으로 집을 옮기게 되면서 집의 방 한 칸인 개인실을 에어비앤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나이나 경력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친구나 아는 언니 그리고 지인들에게 방이 여러 칸인 집에 살고 있다면 방 한 칸을 에어비앤비로 돌려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같이 지내기 불편하지 않아?”인데 나의 대답은 주로

“아니, 괜찮아.”였다.

외국인 게스트가 많이 왔던 홍대와 도봉산에서 에어비앤비를 할 때는 불편한 게 거의 없었다. 여행을 온 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문화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수용할 수 있는 편이다. 오히려 국내에서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여행보다 업무차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약간은 경직된 상태로 오기 때문에 함께 지내기 불편한 경우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찾아온 게스트들 중에 심각하게 불편한 상황을 만든 게스트는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집 한 칸을 에어비앤비로 내어주면 불편한 것보다 좋은 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추천하는 편이다.

# 입금은 엉덩이를 가볍게 한다


‘막 이사 온 집인가?’하고 오해할 정도로 집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어도, 게스트 체크인 하루나 이틀 전에는 무조건 청소를 해야 한다. 사실 평소 집안일(우리 빨래, 식사 준비, 각종 정리 등)은 짝꿍이 주로 도맡아 하는 편인데,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해 집 청소를 할 때만큼은 짝꿍보다 내가 더 열심히다. 그때마다 주로 짝꿍은 내게

“역시.. 돈은 우리 신치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드는군.”

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마디를 던지곤 한다.


실제로 직장 생활에 지쳐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다 만들어 차려준 밥상 앞에서도 숟가락 젓가락 들 힘 조차 없을 정도로 게으름의 끝판왕인 모습을 거의 매일 보여주는 편인데 그런 내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게스트 방구석 구석 먼지와 머리카락 한올까지 다 없애버리겠다는 각오로 청소를 하고, 화장실 바닥 타일 청소부터 벽까지 반짝반짝하게 빛날 정도로 의욕적으로 청소를 하니 짝꿍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 내가 묵고 싶은 숙소를 생각하며

얼마 전 오래간만에 대학 동아리 동기와 후배들을 만났다. 그때 후배 하나가 다른 동기도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는데, 본인은 절대 여행 갈 때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길래 이유를 물으니

“왜냐면 자기가 본인 에어비앤비를 깨끗하게 청소하지 않거든요.”


라고 답했다. 들으니 좀 쇼킹하면서 그럴만하겠다 싶었다. 사실 내가 에어비앤비 게스트가 오기 전에 둘만 살 때보다 더 깨끗하게 청소하는 이유가 바로 ‘내가 머물고 싶은 숙소’를 만들고 싶기 때문인데 우리 집이 특급 호텔이 될 수는 없지만 특급 호텔만큼의 청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가 와도 ‘깨끗하다’고 여겨지게끔 청소를 하는 편이다.

# 에어비앤비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 청소를 하며 살았을까 싶다. 주로 장기간 머무는 게스트의 예약을 받기 때문에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길게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새로운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를 한다. 둘만 살았다면, 어쩌다 손님이 와야 한번 청소를 했을 텐데 주기적으로 게스트가 오니 우리 방은 하지 않더라도 게스트와 공유하게 되는 주방, 화장실 그리고 게스트 방까지 전체적으로 청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집에 오면 흐트러지고 무한정 게을러지는 마음도 다잡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주는 기쁨


같은 집, 같은 인테리어, 같은 사람 그리고 같은 환경이 유지되는 집이라는 공간이 한결같다는 것은 안정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몸과 마음을 늘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마음에도 생기를 불어넣으라고 하셨나 보다.

공간에 가구 하나, 인테리어 하나만 바뀌어도 집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 물건의 변화만으로도 그럴진대 사람이 한 명 들어오면 집안의 공기가 변하게 된다. 게스트가 오면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매번 새로운 게스트가 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게스트가 올까?’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같이 지내다 보면 게스트의 상황에 따라 새벽에 화장실에 가고 샤워를 하는 시간도 조금씩 변하게 된다. 게스트 등장으로 인한 소소한 변화는 일상이라는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선물한다. 그리고 그 변화로 생기가 돌고 다시 활기찬 삶으로 이어진다.

누군가 지금 남는 방으로 에어비앤비를 한 번 해 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한 번 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변화의 날갯짓이 그대의 삶에 큰 변화의 파장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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