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캬닥이 Apr 03. 2022

사회를 함께 살기 위해 읽을 '가족 이야기'

아동 인권의 문제를 가족주의에서 찾다 - <이상한 정상가족> 

사회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읽을 이야기

<이상한 정상가족>. 제목만 보고 정상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리라 생각했습니다. 가족 개념이 해체되는 시기인 만큼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도 정상 가족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요. 그러나 <이상한 정상가족>은 우리가 아는 정상가족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가족이 바람직하다는 통념 때문에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표지 출처 알라딘 (aladin.co.kr)


아동 인권과 가족주의라는 내용이 무거울 수 있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좋아 술술 읽힙니다. 시의성도 있습니다. ‘정인이’는 불쌍하지만 ‘민식이’는 귀찮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초판이 나온 2016년에서 개정증보판이 나온 2021년도 지났습니다. 사회의 아동 인권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직접 공직에 가서 반드시 있어야 할 정책을 만든 덕분입니다.


여전히 한국은 가족주의 사회입니다. 가부장에게 시민의 권리를 주는 대신 나머지 가족을 이끌 책임도 함께 지웁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아동학대는 반드시 막아야 하겠지만 체벌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됩니다. 불완전한 아이를 온전히 키우는 의무가 부모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양육 없이 아이는 시민이 될 수 없습니다. 국가는 미혼모의 생활을 지원하는 대신, 아이를 맡아줄 ‘정상적인’ 양부모를 찾습니다.

 

가족주의 국가에서는 가족 바깥을 포함하지 않는 정책이 나옵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사례가 그렇습니다. 정부는 코로나 1차 지원금을 지급할 때 세대주에게 가족 구성원 전체의 지원금을 맡겼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은 괜찮았을 것입니다. 평균적인 가부장은 책임감 강한 아버지일 테니까요. 하지만 누군가는 마땅히 받아야 할 지원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문제 제기를 받고서야 세대주가 아닐 때 이의신청을 해서 재난지원금을 받도록 바꾸었습니다 (mois.go.kr)

어떤 제도는 평균인 사람을 가정하고 만들어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생명과 삶이 달린 일에서는 한 사람도 빼놓지 않는 정책을 짜야 합니다. 개인을 가족으로 뭉뚱그리는 대신 모든 사람을 위한 제도를 세우기 위해서는 시민 각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이 다쳐서는 안 된다'는 감상에서 나아가, '아이의 개별성을 존중하자'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상반기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받은 책 중 제일 좋은 책이었습니다. 평상시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는 선택하지 않았을텐데, 서포터즈 활동 덕분에 귀한 책을 알았습니다. 한 명의 독자라도 늘릴 서평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 듭니다. 초판을 쓴 이후 저자는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일하며 가족을 구성하는 개인을 도울 정책을 만들어왔습니다. 책이 출간된 직후 우리 사회에 구조적 차별은 없으며 여가부는 쓸모없으니 폐지하자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고요. 


지난 대선 유명했던 '일곱글자 짤'


혹자는 여성가족부의 ‘여성’과 ‘가족’은 다른 문제이며, 아동 정책은 새로운 정부에서도 지속될테니 여성과 가족은 다른 이야기라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한국은 성차별 문제조차 가족주의에서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성이 차별받는 이유는 사회가 가부장과 훗날 가부장이 될 젊은 남성만을 사회에서 구실하는 시민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입니다. ‘미래가족부’나 ‘인구가족부’라는 이름의 부처가 가족을 인구 유지 수단으로 보지 않고, 아동과 개인을 존중하는 정책을 세울지도 여전히 의심스럽습니다. 


새로운 정권을 살아갈 우리에게 이 책은 더욱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주의의 폐단을 깨닫는다면 국가 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가 없는 사람이라도, 또는 누구보다 정성 들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라도 상관없이 모두가 읽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고통받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구해야 합니다. 책 마지막에 저자가 언급했듯, 우리 모두는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빚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