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지, <인간 제국 쇠망사> 서평
<인간 제국 쇠망사>는 인류의 발흥과 쇠락을 다룬 책이다. 인류의 ‘처음과 끝’만 썼기 때문에 거대한 내용을 다룬 책 치고는 분량이 얇다. 고생물학자의 시간 개념이 재미있다. 시간의 단위가 종의 흥망이다. 저자는 이대로 있다가는 인류 종이 멸종하리라 경고하는데, 예상 시한이 만 년이다. 2050년 후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책들에 비해 위기감 없이 멸종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책 곳곳에 세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고생물학자만의 관점이 있다.
1부 <부상>은 고생물학의 최신 발견을 모아 인류의 발흥을 그렸다. 방대한 지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우리의 유전체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들어있다는데 어째서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이 아닌지 헷갈린다면 이 부분의 지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영장류가 아프리카에서 지구 곳곳으로 뻗어나가지만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다. 수많은 종이 융성했다가 사라지는 동안 지구도 가만히 있지 않고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간다.
2부 <쇠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저자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이제 사람들은 좀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유 없이 정자의 수가 감소하며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도 낳지 못한다. 지구 전체의 인구가 감소 추세다. 어느정도 규모를 잃어버린 집단은 질병이나 외부 환경에 급격히 취약해진다. 저자에 따르면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 내 침팬지 무리보다도 종 내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다. 게다가 현대의 인류는 한 두 종류의 작물만을 먹으며 생활 환경조차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언제 다시 코로나19같은 질병이 휩쓸지 모른다.
3부 <탈출>에서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할리우드식 해법’을 제안한다. 우주로 나가자는 것이다. SF를 좋아한다면 환장할 하드한 테라포밍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테라포밍은 지구를 먼저 바꾸고, 그 기술로 우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바꿀 천재는 집단의 규모가 충분히 클 때 나온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한두 세기 안에 전 인류를 먹여살릴 생산력과 우주로 나갈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지구에 갇혀 멸종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 만 년에 걸쳐 일어날 이야기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설득이 되었지만(앞으로 만 년동안 일어날 일에 대해 나보다는 고생물학자의 시각이 맞을 것이다), 우주 진출을 최종 해답으로 보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를 종으로 보는 관점은 인간 사회와 개인을 보는 관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야가 짧은 나 같은 사람이 생각하기는 앞으로의 한 두 세대만이라도 조용하게 행복한 편이 좋다. 인류가 멸종한다면 어차피 태어나지도 않았을 사람을 우주 개발로 희생시키면서까지 인류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을까.
당장의 인구 감소가 문제라면, 과학은 다른 방식으로도 진보할 수 있다. 예컨대, 정자 수 감소에 대응하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보장하는 기술로 인공 자궁이 있다. 100% 안전을 보장하는 열달짜리 인큐베이터가 세상에 뿅! 하고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인공 자궁은 현실에서 개발 중인 기술이다. 조산아의 생존 가능 시점이 점점 일러지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 수정란 인큐베이터에 착상하는 날이 온다면, 인류는 전체의 절반인 여성을 100% 활용하면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기술 발전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현대에 사람이 굶주리는 이유는 식물의 광합성 효율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불평등한 분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시한 해법을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만 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관, 우리를 종으로 보는 관점 모두 새로웠다.
Partridge EA, Davey MG, Hornick MA, McGovern PE, Mejaddam AY, Vrecenak JD, Mesas-Burgos C, Olive A, Caskey RC, Weiland TR, Han J, Schupper AJ, Connelly JT, Dysart KC, Rychik J, Hedrick HL, Peranteau WH, Flake AW. An extra-uterine system to physiologically support the extreme premature lamb. Nat Commun. 2017 Apr 25;8:15112. doi: 10.1038/ncomms1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