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노티카 게임이 스시 타이쿤으로 바뀐 이유

그로스 해킹 관점으로 본 데이브 더 다이버의 글로벌 시장 성공 요인

by 도토리

서브노티카가 될 뻔한 게임이 스시 타이쿤이 된 이유

이번에 그로스 해킹이라는 책을 읽었다.

어렴풋이 IT 프로덕트가 돈이 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동안 배워온 내용을 정리된 내용으로 접한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독서를 계기로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고 분석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예전에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넥슨(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게임(IT 프로덕트)의 시장 흥행 요인이 그로스해킹적 관점에서 풀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게임은 왜 재미있고 왜 시장에서 성공을 이루었을까? 기존에는 플랫폼 전략이나 로컬라이제이션 관점을 중심으로 접근했었는데, 책과 책에서 다룬 그로스 해킹에서 파생된 AARRR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분석의 깊이를 확장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1. PMF(Product-Market-Fit) 관점에서 성공

그로스 해킹의 대전제는 PMF다. PMF는 제품 시장 적합성이다. 제품 시장 적합성이란, 제품과 그 소비자 사이에서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로스 해커는 제품을 처음 접하는 고객이 폭발적으로 반응할 때까지 제품 및 사업, 심지어는 사업 모델도 계속해서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로스 해킹 책 149p의 PMF 정의 참고)


데이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답은 사람들이 게임에서 재미있어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탐구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정말로 다수의 사람이 재미있다고 판단하는 게임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재미를 만든 장르 믹스

데이브는 다이빙 + 경영 시뮬레이션 + 스토리 RPG + 로그라이크를 섞었다.

장르 믹스가 흔한 게임판이지만 이런 여러 장르적인 요인을 섞은 게임이 성공했다. 왜일까?


직접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이 게임은 재미의 본질에 충실하다. 낮에는 바닷속을 탐험하면서 물고기 잡고, 밤에는 그걸로 초밥집 운영하는 루프가 중독성이 있다. 두 장르가 이질적인 것 같은데, 주인공 데이브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얼리 액세스에서 PMF를 검증한 데이브 개발진

흔히 게임이 흥행하려면, 다른 건 필요 없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개발자들이 많다. PMF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게임이라는 IT 프로덕트가 사용자(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것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재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떠한 구체적인 재미를 사용자(플레이어 이하,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지를 치열하게 탐구하는게 게임이라는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PM이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데이브 개발진은 이걸 충실히 했다. 얼리 액세스를 통한 사용자 피드백의 반영을 통해서다.


데이브 팀은 2022년 10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하기 전에 Steam Next Fest에서 데모를 먼저 출시했다. 그 결과 친구에게 추천하겠다는 의견을 내보인 플레이어가 많았다. 이 정도면 PMF 달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초기에 개발팀은 데이브를 캐주얼한 서브노티카 같은 게임으로 포지셔닝했다. 그런데 유저 피드백을 수집해보니까 반응이 달랐다. 사람들은 초밥집 운영하는 부분에 더 열광했다.

그래서 포지셔닝을 사냥하는 스시 타이쿤으로 바꿨다.


이게 그로스 해킹에서 말하는 아하 모먼트 찾기라고 본다. 유저들이 진짜 가치를 느끼는 지점이 어딘지 데이터로 확인하고, 그걸 셀링 포인트로 밀어붙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2. Acquisition: 마케팅 비용 거의 안 쓰고 100만 장 판매

그로스 해킹에서 Acquisition은 어떻게 유저를 획득하느냐의 문제다. 데이브의 경우 정말 특이했다.


팬을 만드는 입소문(바이럴) 전략

"마케팅에 돈 거의 안 썼어요"

디렉터 황재호가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이다. 대신 뭘 했냐면, 스트리머들이랑 관계를 잘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게임 플레이해준 스트리머들한테 굿즈를 보내고, 심지어 열성적인 스트리머는 게임 내 NPC로 등장시켜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트위치 스트리머 코카니지는 데이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식당 직원으로 나온다.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를 팬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한 셈이다. 덕분에 바이럴 루프를 만들어졌다. 스트리머가 자기 캐릭터 나오는 거 자랑하면, 그 커뮤니티에서 다른 크리에이터도 데이브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른 스트리머도 플레이하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바이럴이 퍼져나갔다.


스팀 플랫폼 알고리즘 이해

스팀은 플랫폼이 좋다고 판단한 게임을 밀어주는 구조다. 자체 추천 알고리즘이 강력해서, 긍정적 리뷰가 쌓이면 메인 큐레이션에 노출시켜준다.

데이브는 얼리 액세스 론칭 4일 만에 압도적으로 긍정적 리뷰를 받았다. 그러니까 스팀이 알아서 밀어준 거다. 이게 공짜 마케팅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 태그 전략이다. 데이브는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장르로 캐주얼/어드벤처 카테고리 상위를 점령했다. 스팀에서는 특정 태그의 상위 포지션 확보할수록 노출이 늘어나는데, 경쟁이 덜한 틈새를 잘 찾았다.


스팀도 플랫폼이니, 일반적인 모바일 어플을 출시할 때 ASO 상위 노출 키워드와 틈새 키워드를 선점하는 것과 같은 전략을 택해 고객을 획득하는 경로를 효과적으로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3. Activation: 첫 경험에서 아하 모먼트 도달까지

Activation은 플레이어가 처음 제품을 접했을 때 핵심 가치를 빠르게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핵심 가치를 유저가 처음 접했을 때 아주 만족하는 포인트를 느끼는 것을 아하 모먼트라고 한다.)

데이브는 이걸 잘했다. 게임 시작하자마자 바로 바다로 뛰어든다. 튜토리얼이 길지 않고, 첫 다이빙에서 바로 물고기 잡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날 밤 바로 초밥집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핵심 루프를 30분 안에 경험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콘텐츠 완급 조절을 절묘하게 해 게임을 끊지 않고 계속 플레이하게 만들었다. 퀘스트를 수행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해금되는 구조라서, 플레이어는 "다음엔 뭐가 열리지?" 하는 기대감으로 계속 플레이하게 된다. 데이브에서는 스토리를 진행하면 탐색할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가 서서히 넓어진다.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해역이 열리고, 새로운 콘텐츠가 열린다. 게임하는 손맛도 빼놓을 수 없다. 2D와 3D가 결합된 독특한 그래픽, 상황에 따라 바뀌는 BGM, 작살로 물고기 잡을 때 확대되고 축소되는 시점 연출이 있어, 이런 디테일들이 게임하는 맛을 살려준다.


4. Retention: 싱글 게임인데 어떻게 유지율을 높였나

그로스 해킹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Retention이다. 획득 없는 유지는 새는 바구니에 물 붓기라고 표현한다. 책에서는 요기요의 사례를 들어서 CAC와 LTV의 철저한 계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예시로 들었고, CAC를 추가로 발생시키는 것 보다 획기적인 Retention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Retention은 고객의 시간을 벌어들이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면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 데이브를 이 틀에 놓고 분석하려고 하면 걸리는게 생긴다. 바로 데이브가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라는 점이다.


스팀의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은 한번 구매하면 끝난다.

한 번 엔딩 보면 끝이기때문에 Retention같은 지표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만들기도 힘들다.


하지만 넥슨은 라이브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기업이다.

한번 엔딩까지 도달한 게임도 계속 방문해서 플레이할 계기를 다음과 같이 플레이어에게 제공해주었다.


2023년 12월: Dredge 콜라보 (같은 바다 테마 인디 게임)

2024년 5월: 고질라 콜라보 (글로벌 IP)

2024년 10월: Balatro 콜라보 (2024년 히트 게임)

2025년 4월: 용과 같이 콜라보


대부분 무료 DLC로 제공했다. 디렉터가 직접 크리에이터의 디스코드에 들어가서 콜라보 제안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적극성이 커뮤니티 충성도를 만들었다.


또 하나, 멀티플랫폼 확장이다. PC → Switch → PlayStation → Xbox 순서로 플랫폼을 넓혀가면서, 각 플랫폼 출시 때마다 미디어 노출이 새로 생겼다. 기존 유저한테는 다른 기기로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재유입 계기가 되고, 새 유저한테는 획득 채널이 된다. 실제로 나도 스위치에서도 해보고 싶어서 데이브 데모 버전을 스위치에 다운로드 받았었다.



5. 로컬라이제이션: 그로스 해킹의 숨은 변수

데이브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서 문화적 리스크를 세심하게 제거했다.


*뚱뚱한 캐릭터에 대한 유머: 서구권에서 민감할 수 있어서 해당 내용 축소

*필리핀 지역명 언급: 게임 내 필리핀 문화 요소가 제대로 반영 안 돼 있어서, 지역명 자체를 삭제


그로스 해킹에서 말하는 마찰(friction) 제거와 맥이 닿는다.


또 한국 게임들이 보통 성장(레벨업, 강화)에 방점을 두는데, 데이브는 모험과 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췄다. 이게 글로벌 콘솔 게이머들 취향에 더 맞았다.



그로스 해킹 관점의 분석을 통해 배운점


게임의 PMF는 재미의 본질이고, PMF를 찾아가는 과정은 실험(사용성 테스트)과 데이터 분석(피드백 수집)을 통해서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그로스 해킹 관점에서 다시 보면서 느낀 건 결국 게임이라는 프로덕트의 흥행은 재미의 본질을 어떤 방향으로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어필하고, 느끼게 할까? 하는 부분이다. 마케팅을 잘하고 바이럴 만들어도, 제품 자체가 재미없으면 소용없다.


그러므로 어느 게임이든 게임의 개발진은 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탐구하지만, 실제 플레이어가 재미를 어디서 느끼는지는 개발팀 생각이랑 상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데이브 팀도 처음 데이브 더 다이버를 서브노티카 같은 해양 탐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초밥집 운영을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데이브 팀은 이 점을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데이터로 확인하고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어떤 IT 프로덕트라고 해도 그로스 해킹 관점을 적용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재미있다, 잘만들었다 생각했는데 시장에서 왜 성공했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생각해야할 것이 정말 많았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성공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풀어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게 할까.


그러다가 그로스 해킹이라는 책을 만났다. 그로스 해킹을 읽고 다시 보니까, 민트로켓 팀이 (의도했든 안 했든) 그로스 해킹 원칙들을 꽤 충실하게 따랐다는 게 보인다.


요악하자면 데이브 팀은 그로스 해킹적 관점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프로덕트를 시장에서 성공시키기 위해서 얼리 액세스로 PMF 검증하고, 유저 피드백으로 셀링 포인트 재정의하고, 스트리머 통해 저비용 바이럴 만들고,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리텐션 유지했다.


"왜?"를 깊게 생각하고 직관을 논리적으로, 언어로써 풀어내는 작업은 때로는 괴롭다. 그렇지만 이렇게 케이스를 분석하고 향후 내가 담당할 프로덕트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나면 뿌듯하다. 이렇게 분석에 뿌듯함을 느끼는게 내가 PM을 하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러 IT 프로덕트의 사례를 향후에도 더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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