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인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인 세바스찬은 꿈의 도시 LA에서 만난다. 미아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고, 세바스찬은 재즈 클럽을 여는 것이 꿈이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꿈’과 ‘사랑’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움직인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내달린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은 이루지만, 그 대가로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 마지막 10분간 펼쳐지는 플래시백 시퀀스는 꿈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에 대한 회한의 상상력이다. 미아가 일인 극을 시작할 수 있게 격려해준 것은 세바스찬이었고, 세바스찬에게 덕분에 재즈가 좋아졌다고 말해준 것은 미아였다. 그러나 미아는 일인극 준비 때문에 세바스찬과 함께 가지 못했고, 세바스찬은 스케줄 때문에 그녀의 첫 공연에 가주지 못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사랑을 저버렸던 순간들은 이별로 이어졌고, 결국 두 사람 모두 꿈의 종착역에 도착했지만, 둘의 사랑은 지켜내지 못했다.
<라라랜드>는 꿈과 사랑 어느 한 쪽에 무게를 싣지 않는다. 방점은 꿈과 사랑 모두에 찍혀있다. 꿈을 이룬 해피 엔딩임과 동시에 사랑에는 실패한 새드 엔딩이다. 그래서 엔딩의 미아와 세바스찬의 클로즈업된 표정은 완전한 기쁨도, 완전한 슬픔도 담겨있지 않다. <라라랜드>가 보여주는 세계는 꿈을 이루는 기적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론 실패한 사랑에 대한 씁쓸한 정서를 남긴다.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 중 단연 최고로 뽑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 안에 뮤지컬이라는 상이한 장르를 놀랍도록 잘 녹여냈으면서도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어 냈다.
먼저 뮤지컬의 가장 큰 장르적 특징인 ‘감정의 청각화’를 'City of stars'의 멜로디를 통해 구현해냈다. 마치 뮤지컬의 reprise넘버처럼 한 가지 멜로디가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그 멜로디는 때로는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허밍으로 또 피아노 소리로 등장하며 미아와 세바스찬의 꿈과 사랑이라는 서사의 큰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핀 조명을 적절히 활용하여 마치 무대 위 배우가 독백 하는 것과 같이 연출해서, 배경은 소거되고 배우의 감정만이 오롯이 화면에 담긴다. 무대 세트처럼 보이는 벽화들과 벽지 또한 곳곳에 등장한다. 마법 같은 LA의 낭만과 현실적인 씁쓸함은 뮤지컬 시퀀스를 통해서 강렬하게 표현된다.
동시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잠식당하지 않고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담아낸다.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전제하는 뮤지컬과는 달리, 공간은 카메라를 통해 확장되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더욱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담아낸다. 특히 마지막 플래시백 시퀀스는 영화가 아니라면 보여줄 수 없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세트장을 옮겨가며 춤추고, 또 두 사람이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다른 색의 화면으로 옮겨가고, 그림자놀이처럼 화면을 재구성하기도 하면서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라라랜드>는 도시에서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단 시인, 화가, 예술가, 배우, 재즈피아니스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가’로 특정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
아주 쉽게 이룬다면 그것은 꿈이라고 할 수 없듯, 꿈에는 대가가 따른다. 부모님의 쓴소리를 들어야 하고, 열심히 준비해온 것이 디렉터의 한 마디에 가차 없이 내던져지고, 뒤에서 내 능력에 대한 아픈 말들을 듣기도 하고. 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기념비적인 첫 순간에 함께 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결국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영원히 이별해야 할 수도 있다. 영화는 꿈을 꾸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무게들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꿈꾸는 모두가 견뎌야 할 현실적인 대가를 말이다.
그러나 영화가 반짝반짝하게 표현한 것은 꿈의 종착역의 모습이 아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꿈을 위해 달려가던 순간 그 자체가 가장 반짝반짝 빛났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아픈 대가가 따랐지만, 그저 꿈을 꾸는 그 순간에 몸을 맡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영화에선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다. 하늘이 아름다웠던 어느 날도, 우주가 펼쳐진 천장을 누볐던 어느 날도, 꿈꾸던 순간들은 반짝였고, 아름다웠다. <라라랜드>는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이나 성공에 대한 기쁨을 남기기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던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그 순간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음을. 그래서 오늘도 꿈꾸고 있을 누군가를 위한 더없이 낭만적인 헌사이다.
I don't care if I know just where I will go
(상관없어요.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다해도)
Cause all that I need is this crazy feeling
And rat-a-tat of my heart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이 미칠 듯한 감정과 두근거리는 심장뿐이니)
I think I want it to stay
(이 느낌이 떠나지 않길 바라죠)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여)
Are you shining just for me (당신은 나를 위해서만 빛나는 건가요?)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여)
Never shine so bright-ly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