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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별빛 Dec 11. 2020

"실패는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니야 "

욕망 아줌마의 실패 극복기!

6시 새벽 기상.

일주일을 도전했지만 마음의 짐만 남긴 채 모두 실패했다.
급기야 빼박의 심정으로 돈 만원을 걸고
새벽기상 챌린지를 신청했는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첫날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을 설쳤고,
둘째날은 돈은 아깝고 일어나기는 싫은 뻔뻔한 마음에 인증샷을 찍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루의 시작을 실패로 시작하면 난 왜 이모양이지

좌절과 우울이  동시에 내 숨통을 쥐어짠다.

"괜찮아 괜찮아"  자기방어기제가 나를 감싼다.


"뭔가 오늘의 시작은 완벽하지 않았으니 막살아도 돼.    내일부터 진짜 잘할꺼야"


나는 마음 편하게
오늘은 대충 먹고 대충 때우는 하루를 보낸다.
마음의 불안은 없다. 내일은 정말 잘할거니까.

그러나 마흔 넘게 살면서 이 방법은 실현된 적이 없다.
오늘 대충 때운 내가 한뼘 그 습관에 길들여졌기때문에
내일도 똑같을 확률 99%.

매일 잠자리 들기 전 힘찬 결심을 하고 고작 몇시간

흐른 다음날 행동하지 못한 나를 자책한다.
사실 이 행위도 오래 하다 보면 실패에도 무감각해진다.
결국 새로운 결심도 희미해져간다.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고 시간에 떠밀려 하루를 내준다.

"나는 새벽에 일어날거야"
 "나는 살 뺄거야"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날거야"

신랑이 피식 웃는다.
다년간 들어온 선언에 기대감이 제로다.
그러려니 하다가 한 번씩 


"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 하지 마"
나의 도전에 재를 뿌린다.


난 볼멘소리로

 " 응원은 바라지도 않아. 내 앞길 막지나 마"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마라톤에 나가겠다고

선언했던 작년에도 그는 피식거렸다.
이제 굳은살이 박힐 만도 한데 아직도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일말의 기대감이 있는 걸까.

결국 코로나로 마라톤은 무산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고 멋들어지게 자기 관리에
살림까지 잘하면서  일까지 하는 워킹맘은
뼛속부터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스타에 좋아요를 누르며 그들을 찬양하고,

반대편에 찌끄러져 있는 나를 꾸짓는다.


' 왜이리 게으를까"

"난 왜 이렇게 포기가 빠를까"
'난 왜 안되는 인간인가.. "


혹독한 자책과 비난이 이어진다.


그러다 문득,
'에잇, 까짓거 나라고 왜 못하냐"

"할 수 있다. 할수 있어!!"

두주먹 불끈쥐고 뜬 눈으로 새벽기상의 서두를 연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힘을 너무 준 아침은 부작용이 따른다.


오전에 다 쓴 체력은 저녁에는 수명이 다 되어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나는 해롱해롱

대충 피자시켜 먹고 애들은 나몰라한 채 침대에 쓰러진다.
차라리 별볼일 없는 어제의 하루가 더 나았다는
결론만을 얻은 채 "그냥 하던대로 살까" 라는
생각이 삐쭉 고개를 내민다

"그런 마음으로 내일은 할수 있겠어?
"3일후는, 4일후는, 한달, 1년을 주면 할수 있겠니?

아이돌 경연 프로에 코치로 등장한 가희의 뼈때리는 말은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내 가슴을 후벼팠다




최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성공담은
실패의 정중앙에서 매일 두둘겨맞는 사람들에게
때론 희망고문이 된다

"보잘것 없고 부족한 나도 해냈어요.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나는 니가 아니라 못해요.
"나는 그냥 이것 밖에 안돼요"

누가 들을까 숨죽여 낮게 더 낮게 나에게 속삭인다.
노력이란 이름의 온갖 삽질과 실패의 과정들이
이미 시원하게 하이패스된 자기계발서는
그래서 상당히 여유가 넘친다.

"죽도록 하고 있어요. 하...잘  안되네요"
"그래도 내일 또 죽도록 할거예요. 뭐 언젠간 되겠죠"

이런 애닳음과 처절함이 현재진행형인 자기계발서를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기자가 비장한각오를 기대하며 물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면서 운동하세요?"
"그냥 하는거예요. 그냥"


 하던대로 그냥 하는거.

금메달이 걸린 치열한 경기가 있는 날도

김연아 선수에겐 똑같은 하루인 거다.

나의 실패담은 그래서 부끄럽지 않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늘어져 보여도

김연아 선수처럼 "그냥 하는거" 니깐
결국 앞으로 조금씩 밀려나가고 있다.

실행력은 빵점! 도전력은 백점! 성과는 20점!
이게 지금까지 내 성적표지만

나는 잘하는 것 보다 오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것 중에 아주 쓸만한것이 있다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강한정신력이 뒷받침되거나
아주 뻔뻔하거나 무뎌서 생기는 자질은 아니다.
그냥저냥 실패해도 다음날 또 시작하다보니 

마음 근력이 꽤 단단해졌다.


나는 지겹도록 ing 중인 나의 실패에게  
'괜찮아. 다 잘될거야' 

라고 토닥토닥 위로하고 싶지 않다.


실패는 쓸모 없는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배감에 찌든 때가 꼬질꼬질한 나의 실패에도
매번 다른 열매가 맺힌다.
성공의 반대방향을 바라보지만 그 실패는
각기 다른  종류의 얼굴로 다양한  열매를  순풍순풍 떨군다.


우리가 진짜 쓰레기통에 버려야할것은 실패가 아니라
좌절이 아닐까 싶다.


실패가 많은 인간은 최고와 최상의 길 위에 서 있다.
 방향만 맞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길 위에 멈춰서 있고 제자리 걸음이면 어떤가.

종종걸음일지라도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아직 길 위에 있다는 것이 멋지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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