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새벽 기상. 일주일을 도전했지만 마음의 짐만 남긴 채 모두 실패했다. 급기야 빼박의 심정으로 돈 만원을 걸고 새벽기상 챌린지를 신청했는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첫날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을 설쳤고, 둘째날은 돈은 아깝고 일어나기는 싫은 뻔뻔한 마음에 인증샷을 찍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루의 시작을 실패로 시작하면 난 왜 이모양이지
좌절과 우울이 동시에 내 숨통을 쥐어짠다. "괜찮아 괜찮아" 자기방어기제가 나를 감싼다.
"뭔가 오늘의 시작은 완벽하지 않았으니 막살아도 돼. 내일부터 진짜 잘할꺼야"
나는 마음편하게 오늘은 대충 먹고 대충 때우는 하루를 보낸다. 마음의 불안은 없다. 내일은 정말 잘할거니까. 그러나 마흔넘게 살면서 이 방법은 실현된적이 없다. 오늘 대충 때운 내가 한뼘 그 습관에 길들여졌기때문에 내일도 똑같을 확률 99%다. 매일 잠자리 들기 전 힘찬 결심을 하고 고작 몇시간
흐른 다음날 행동하지 못한 나를 자책한다. 사실 이 행위도 오래 하다 보면 실패에도 무감각해진다. 결국 새로운 결심도 희미해져간다. 그냥사는 대로 생각하고 시간에 떠밀려 하루를 내준다. "나는 새벽에 일어날거야" "나는 살 뺄거야"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날거야" 신랑이 피식 웃는다. 다년간 들어온 선언에 기대감이 제로다. 그러려니 하다가 한 번씩
"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 하지 마" 나의 도전에 재를 뿌린다.
난 볼멘소리로
" 응원은 바라지도 않아. 내 앞길 막지나 마"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마라톤에 나가겠다고
선언했던 작년에도 그는 피식거렸다. 이제 굳은살이 박힐 만도 한데아직도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일말의 기대감이있는 걸까.
결국 코로나로 마라톤은 무산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고 멋들어지게 자기 관리에 살림까지 잘하면서 일까지 하는 워킹맘은 뼛속부터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스타에 좋아요를 누르며 그들을 찬양하고,
반대편에 찌끄러져 있는 나를 꾸짓는다.
'난 왜이리 게으를까"
"난 왜 이렇게 포기가 빠를까" '난 왜 안되는 인간인가.. "
혹독한 자책과 비난이 이어진다.
그러다 문득, '에잇, 까짓거 나라고 왜 못하냐"
"할 수 있다. 할수 있어!!"
두주먹 불끈쥐고 뜬 눈으로 새벽기상의 서두를 연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힘을 너무 준 아침은 부작용이 따른다.
오전에 다 쓴 체력은 저녁에는 수명이 다 되어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나는 해롱해롱
대충 피자시켜 먹고 애들은 나몰라한 채 침대에 쓰러진다. 차라리 별볼일 없는 어제의 하루가 더 나았다는 결론만을 얻은 채 "그냥 하던대로 살까" 라는 생각이 삐쭉 고개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