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의 일기
세상은 차츰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닫았던 대부분의 공원도 다시 열었고 식당들도 야외좌석부터 열기 시작했다. 카운티마다 다르지만 근처의 한 지역에서는 한 가족/ 그룹을 정해두고 3주간 그 가족/ 그룹 안에서 친교활동을 할 수 있는 소셜버블 (social bubble)이라는 명칭 아래 어느정도의 정서적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아인이의 학교(preschool)도 6월 중순부터 문을 열었다.
아직 확진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 않고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위험이 도처에 있는것 같아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아인이는 7월부터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는 여전히 집에서 일하면서 아이만 위험에 직접 노출 시키는 것 같은 마음에 걱정과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삼개월, 백일이 넘는 시간동안 셋이 복닥거리며 지내며 힘든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들이 많이 쌓였고 다시는 없을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일이면 아인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하필 학교로 가기전 날, 회사의 급한 마감이 겹치는 바람에 하루종일 잘 돌보아주지도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이는 여느때처럼 놀다가 잠이 들었다. 밤늦게 까지 일을 하고 자려고 일어서려는데 아이가 낮에 엄마의 노트에 그려놓은 그림이 눈길을 끈다. 일하는 엄마 옆에 앉아 쫑알거리며 신나게 그려 놓은 그림을 다시 한장 한장 자세히 보며 넘겨본다.
학교에 가져가야할 준비물들을 미리 챙겨 며칠 전부터 문앞에 놓아 두었던 가방, 아인이가 오며 가며 보다가 오늘은 그 가방을 그럴 듯 하게 그려놓았다. 엄마랑 놀고 싶다고 하루에도 수백번 정도 엄마를 부르는 아이에게 젤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추피, 추피 엄마, 아빠도 보인다. 꽃과 점무늬 옷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휴대폰, 미끄럼틀 계단, 물이 가득 들어있는 생수병, 낮에 쫑알 거리며 일하느라 정신 없는 엄마에게 그림 설명을 하던 아인이 모습이 떠오른다. 갑자기 점을 막 찍더니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랑 감기바이러스야.
작은 손으로 한장 한장 열심히 그려놓은 아인이의 귀여운 그림을 바라보며 피곤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된다.
옆에서 이제는 든든한 위로를 건네는 너. 아이는 내가 키우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이가 나를 자라게 한다.
학교에 적응하는데 다시 시간이 걸리지나 않을까하는 쓸데 없는 걱정은 왜 했나 싶다. 오랜만에 학교를 가는 날 아침, 너무 신나 들떠있는 널 보니 불안했던 마음도 다소 안정된다. 학교로 즐겁게 뛰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용한 집에서 다시 일에 집중한다. 북적북적했던 집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엄마 안보고 싶었냐는 말에 안보고 싶었다고 대답하는 천진난만한 너. 엄마는 아인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슬펐다고 했더니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날 아침 즐겁게 집을 나서며 나한테 말한다.
“엄마 언해피(unhappy) 하지 말고 해피하게 회사 잘 갔다와!”
아이는 나도 이제 회사로 출근하는지 알고 있다.
아빠랑 차를 타고 학교로 가면서 아인이가 궁금해 했다고 한다.
“엄마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나봐? 아인이가 기차 역까지 데려주고 싶은데.”
원래 종종 나를 기차 역 앞까지 내려주고 가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엄마를 못 데려다줘서 내심 아쉬웠다보다.
숨차게 달려왔던 우리 셋의 3개월의 격리 생활은 이렇게 일단락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제 너의 자리와 나의 자리에서 다시 또 새롭게 화이팅 해보자! 다른건 모르겠고 별 탈 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기 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