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가벼운 나의 업
일주일의 추석 연휴 후 금요일 하루 출근해서 급한 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주를 기다리고 있는 토요일 밤이다.
이쯤이면, 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긴 연휴 중 처댁 식구들과 함께 주왕산에 다녀왔다.
연휴 내 비가 자주 왔었는데, 그날도 비가 왔지만
주왕산만큼 바위와 폭포의 절경을 편하게 걸으면서 볼 수 있는 곳이 잘 없어서
우중에 다녀오게 되었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걷는 중에
큰 바위의 어른 키높이쯤에서 자라난 어린 나무를 보게 되었다.
오늘이야 그냥 보슬비 정도로 내리고 있었지만
이번 여름의 무더위와 호우를 견뎌냈고,
또 그전의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산속의 강추위도 견뎌냈고 겪어내야 할 녀석의 삶이 너무 고단해 보여서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부처님에게는 저런 바위나 바위틈에 피어난 어린 나무, 산꼭대기의 노송, 회사생활에 지친 중년의 남자인간이나 다 같은 중생이다. 저런 어린것도 온갖 풍파를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업을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늘 욕은 많이 듣고 다니지만,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며 가정을 부양하는 나의 업이 저 어린 나무보다 무겁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1년 코로나가 여전히 한창일 때 주왕산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날씨는 무척 화창해서 좋았지만,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여러모로 생활이 불편했다. 4년이 지난 이번 가을에는 코로나나 마스크 걱정 없이 편하게 여행은 했지만 날씨는 우중충했다. 인생이란 것이 항상(恒常) 하지 않고 무상(無常)하다.
비가 와서 불편했지만, 산행 중 만난 그 어린 녀석 덕에, 받아들이는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된 거었다. 늘 이런 마음으로 깨어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