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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모으기 Day 1.

드래곤볼을 모으기로 결심하다.

by 쾌락칸트

나는 혼돈을 싫어한다. 하지만 인생은 혼돈 그 자체였다. 매번 그 혼돈에 휘말려 정처 없이 떠돌듯이 살아온 듯하다. 그러다 뭔가 반짝 나타나면 잠시 중심을 잡긴 했다. 하지만 그 반짝임이 사라지면 다시 혼돈 속에 나를 방치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는 어떤 강력한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유를 피상적으로 향유하다 보면 어김없이 혼돈은 찾아왔다. 내가 살아온 나날을 뒤돌아보면 그 질서가 강력했던 시기에 나는 성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현재는 엉망징창이다. 진짜 살아오면서 이렇게 최악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 인생 최대 위기의 시기인 지금, 나는 정말 강력한 질서가 필요하는 사실을 자각했다.


10월 초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선 나의 목표는 일찍 일어나기였다. 지독한 올빼미였던 나는 드디어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로 했다. 결국 아침의 강렬한 에너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실 많이 놀랬다. 뇌가 팽팽하게 잘 돌아간다는 느낌- 그 맛을 알아버렸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을 마시고, 창문으로 아침 햇살을 흡수하고, 양질의 책을 읽는 것을 반복하는데 어떻게 인생이 안 바뀔 수 있는가. 나는 빠른 속도로 삶의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매일 기상하자마자 마시는 따뜻한 물 한 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예전에 레토릭 초기 빌드업 때 매우 유용했던 툴인 '스프린트'가 생각났다. 스프린트는 구글 벤처스에서 사용하는 5일 만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서비스의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프로세스이다.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서가에 꼽혀있던 이 책이 계속 눈에 띄긴 했다. 무의식적이 결국 의식으로 올라온 것인가. 이 툴이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도 작동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바로 지체 없이 나만의 스프린트를 진행했다. 구글 타이머를 돌리며 아침 일찍부터 회의실에 나를 가둬두고 홀로 스프린트를 진행했다.


브레인스토밍-지도그리기-아이디어 도출- 솔루션스케치까지 쉴새없이 진행함



신기하게도 첫날에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이 나왔는데 바로 둘째 날에 솔루션이 도출되었다.

그것은 바로 '드래곤볼 모으기‘였다.

루틴을 형상화한 원형 계획표에서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것을 매일 반복하고 쌓는 것에서 구슬을 모으는 것이 연상이 되다가 '드래곤볼'이 팍 떠올랐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드래곤볼은 기(氣)를 상징하는데 결국 매일의 루틴은 나의 기를 강화하는 행위이며 이것들이 모이면서 나의 기운은 강력해지고 결국 내 목표를 이룬다는 것- 이 플로우가 드래곤볼의 스토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드래곤볼 모으기'라는 콘셉트로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강력한 프레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창조적 행위를 할 수 있다. 혼돈에서 탈출하려면 질서가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바로 고퀄리티의 루틴은 나올 수 없다. 갈고닦아야 한다. 계속 시도하고 수정하면서 진행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흐름과 기세이다. 그것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시작은 간단한 형식으로나마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이미지와 글을 기록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피드 기준으로 9개의 작은 드래곤볼이 모이면 1개의 큰 드래곤볼이 완성되는 형식을 선택했다. 일단 9일간 파일럿 형태로 진행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생기면 수정하면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이 모든 게 잘 이루어지게 되는 핵심 포인트는 오전 시간 활용이다. 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굴러가기 어려워질 것이기에 굉장히 집중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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