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좋아하세요?
이 간단한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고민도 많던 때였다.
그럴 때면 나는 사주를 찾곤 했다. 몇 만 원을 내고 듣는 그 한마디가 마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았기 때문이다. 사주 앱에서 매일 운세를 확인하며 오늘은 좋은 날인지, 아니면 조심해야 할 날인지 살폈다. 이사 날짜도, 중요한 일정도 사주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하곤 했다.
그렇게 내 미래를 사주의 글자들 위에 그려나갔다.
사주는 한때 나에게 과학이자 빅데이터였다.
유료 사주 앱은 “너는 이런 사람이다”라며 나의 성격과 운명을 설명했고, 나는 그 글자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려 애썼다.
“결혼은 이때 하고, 사업은 이때 시작하세요.”
길거리의 천막 아래 현금만 받으시던 사주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나는 "아, 사업은 아직이야. 회사에서 경험을 더 쌓아야겠다!"며 내 인생의 주요 이벤트를 미리 계획해 버렸다.
심지어 코로나19 락다운 때는 잠깐 유행했던 클럽하우스에서 사주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사주를 공부하기까지 했다. 친구들에게 재미 삼아 사주를 봐주다 보니 'UK선녀'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사주에 의지했던 걸까?
내가 사주를 믿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대신, 사주라는 타인의 말에 기대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사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MBTI가 유행하던 시절, 지인이 내 MBTI를 맞추겠다며 "언니는 이런 성격이야, 딱 이게 맞아."라고 단언했을 때도 나는 바보처럼 "오, 그래? 그렇구나!"라고 답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을 그 프레임 안에 가두었다.
우리가 타인의 말에 쉽게 휘둘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효율이 잘 나고 어떤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면 길거리의 천막 아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 미래를 묻지 않아도 된다.
내가 나를 알고, 내 선택에 확신이 있다면 남에게 인생을 맡기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
만약 당신도 스스로를 더 잘 알고 싶다면, 간단한 실습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1. 노트를 준비한다
2. "내가 좋아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을 노트에 적고, 매일 생각나는 대로 답변을 적는다.
3. 이 작업을 7일간 반복한다.
4. 중요한 점은, 이전에 적은 답변을 다시 보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적는 것이다!
5. 7일 뒤, 모든 페이지를 펼쳐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단어와 내용을 찾아 동그라미를 쳐본다.
이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당신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말해주는 미래에 의존하는 대신, 당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길.
그리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이다.
남에게 휘둘리는 인생 대신, 스스로 주도하는 삶을 살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나를 아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