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수필
처음으로 매거진을 만들었다. 제목은 그냥 일상 수필 모음.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까 별의별 제목을 다 생각해봤지만 굳이 어떻게 해서든 눈에 띄려 애쓰지말고 말그대로 일상의 것을 담담하게 써보자 해서 나오게 된 제목이다.
그리고 오늘은 일상 수필의 첫장을 장식할 내용을 좀 적어보려고 하는데 이건 늘 있어 왔던 고민이자 의문이었다. 이제야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 좀 적어 본다.
나는 왜 브런치만 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글을 쓰려고 하고 있는가. 이러한 것이 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늘 골똘히 생각해봤는데 고심 끝에 내놓은 결론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유명인사들이 포진해 있고 그런 이들에 의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한 분야의 전문적인 글을 적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므로 괜히 뭔가 있어보이려는 것을 적어보려는 것이 발동되는 이유는 특별한 주제는 없으나 뭔가 있어 보이려는 느낌으로 쓰다보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다음 두 번째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으로 한번 내보고자하는 막연함에서 오는 부작용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출간의 기회는 실용적인 대처법에 대해 적은 글들에 좀 더 주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회사에서’ 등등의 것들. 그런데 그런 거에 대해 쓸 생각이 없거나 소재가 없기에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것을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의 분위기이다. 이것은 일종의 핑계로 보일 수 있지만 나름의 진입장벽이 있는 브런치 작가라는 지위가 만들어낸 이 공간의 분위기. 아무나 수준 낮은 것을 끼적이는 곳이 아니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공간의 탓도 없지 않으리라.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체 어떤 것이 수준 낮은 것이고 어떤 것이 수준 높은 것인가 의문이 든다.
아무나 쉽게 접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고급학문에 대해 서술한 글이 수준 높은 글인가? 그렇다면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삶에 기운을 북돋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서정적인 글은 수준이 낮은 것인가? 달리 본다면 전자는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고 별 재미도 없는 따분한 내용이니 이런 데에 올릴만한 글로서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럼 후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니 수준 높은 글인가? 애초에 누군가가 써낸 것은 수준이랄 것이 없이 그 고유의 가치가 있으므로 나는 더 이상 수준 있어 보이려고 애쓰는 것을 쓰지 않겠다. 그냥 나오는 그대로의 것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