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막 시작하는 당신에게 바로!
디자인 관련 글을 준비 중인데, 더위와 함께 많이 바빠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이번 년도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듯 하다.
바쁜 와중에 UX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최근의 경험에서 든 생각이다.
보통, 디지털 디바이스로 제공되는 서비스나 제품은 한 사람 혹은 두 세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다. 사람이 없으면,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요즘의 제품을 만들려면, UX를 담당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나는 디자인을 한다. 주로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한다. 그러다가 깨달은 점이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늘 온다는 것이다. 정말 생각 없이 한 디자인을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고, 디자인을 꽤 잘했는데도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많다.
디자인을 했는데, 기능을 물어보거나, 비즈니스 로직을 물어보거나, 데이터나 콘텐츠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가치가 있는지는 항상 디자인을 마지막으로 소비하는 사용자에게 달린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을 바뀌는 일이나 기획을 하는 일이나 트렌드가 있다. 항상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디자인 스킬이 늘어가고, 직군을 넘나드는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팀 내에 빈 부분이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이런 의문들이 UX를 접하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UX를 기획하거나 디자인한다고 표현한다. 소수의 사람들은 '공감'한다고 표현한다.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기 때문에 UX에는 기획하거나 디자인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유동성과 모호함이 있다. 흥행한 영화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 해석과 평가가 다양한 것처럼 실제로 제품의 사례를 UX로 해석하게 되면, 수십 가지 평이 나올 것이다.
성공이란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딱히 뭐라고 짚기 힘든 경우가 많다. UX에 관련 직종자가 UX로 해석하는 일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다양한 회사에서 UX란 단어가 붙은 직책을 많이 볼 수 있고, 이제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뭐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도 그러한 수많은 해석과 입장에 대한 글일 수 있다.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은 사용자일까? 고객일까? 소비자일까? 단골일까? 사람일까? 나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을까?
요즘 사람이면, 사용자라고 대번에 대답을 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품을 쓰는 사람을 무엇을 정의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직군마다 부르는 말이 다른 경우도 많다.
웹툰 중에는 식당에서 '이놈아, 저 놈아'하고 식당 손님에게 욕을 하는 욕쟁이 할머니가 계산대 앞에서는 정색을 하고 '고객님 왜 이러십니까?' 하는 상황이 있었다.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다양한 인사이트가 있다. 용어의 정의를 통일하고 가지 않으면, 목적이 불명확해진다.
나름대로 '사용자'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한다. 공식적이나 어떤 권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참여해서 성장주기와 함께 하는 사람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마다' 다른 'UX'는 '평등하며 공정하고 열려 있다' 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용자는 제품에 관여하는 사람들이고, 참여하려는 의사를 상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주고, 제품의 이런저런 기능들을 탐색하고 이용해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소개도 해준다. 그래서 성공한 디지털 제품들은 사용자의 행동을 주시하고, 니즈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 결과, 디지털 제품을 사용하는 일이 자신의 영향력이나 능력을 확대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기존의 방법들은 온/오프라인 제품의 성공 요인을 자본, 제품의 우수성, 마케팅의 유무, 탁월한 리더십으로 보았지만, UX는 '사용자'로 보고 해석하려고 애쓴다.
UX는 흔들리는 사람의 감정과 알기 힘든 성격을 파악하며 욕구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면이 있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반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고, 검증하려고 애쓴다. UX 디자인의 발전은 사실 인간의 모순된 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중요한 결정이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적응할 수 없는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사용자는 자신들이 쌓은 아이덴티티나 콘텐츠를 인질로 잡혀서 쉽게 떠나거나 움직이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그냥 그런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보면, 오만하게 운영하거나, 기능 업그레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유료화 진행을 이유로 대체재를 찾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용자'는 우리 제품을 마냥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사용자도 우릴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자가 돈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더 싸거나, 더 돈을 줄 가치가 있는 회사를 찾아간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즐거움이나 행복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건 사용자들이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사용자'가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바뀌어가는지를 전담해서 보고 그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항상 주시하고 있는 포지션이 필요하다. 개발자나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자기 제품을 너무 사랑하거나, 일을 적당히 하고 싶어 하거나, 너무 열심히 기능에 천착하거나 디자인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은 시야가 좁아진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것을 모르는 '아싸'가 되어 비틀린 우월감에 도취되거나 자신의 논리에 지배당해서 사리 구별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꼭 기획자 외에 UX 디자이너든 기획자든 뭐라고 부르던, 사용자를 끈기 있게 연구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켜보는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디자인, 프로그램, 마케팅, 기획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주는대로 수용하는 객체가 아니라 제품이나 사업의 주체인 경우가 많은데도, 사용자의 위치를 간과하는 것은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같이 할 때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점점 더 와닿는다. 세상의 흐름에 맞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