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주 Sep 20. 2020

공유하는 디자이너

더 좋은 프로세스를 위한 첫걸음


공유된 작업을 위한 환경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디자인과 지금 디자인의 다른 점은 저장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하드 디스크에 작업을 저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NAS를 쓰게 되었고, 지금은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사용합니다.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같은 저장을 중심으로 하는 클라우드에 파일을 저장하다가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전용 클라우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도비 클라우드, 스케치 클라우드처럼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클라우드는 파일의 경로를 클라우드로 지정해야 했지만, 피그마에서는 저장 공간의 개념마저 희미해졌습니다.


문서의 경우도 노션 같은 문서로 공동 편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라우드나 협업 툴을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는 변경 사항과 피드백도 실시간으로 받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메일, 알림이나 푸시 메시지도 데스크톱과 모바일 앱을 통해 즉시 받게 됩니다.


디자이너의 작업 환경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유하는 디자인으로 프로덕트를 만드는 프로세스를 배워나가야 합니다.



디자인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디자인을 공유하면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는 디자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디자이너의 자질이나 특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대화뿐 아니라, 디자이너의 작업의 결과를 다른 직군과 파트로 옮기는 과정의 형식도 포함됩니다. 결과물을 전달받는 사람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설득하려면,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상대방이 일하는 방식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파트의 목적과 의도를 문서나 파일에서 확인하고, 프로덕트를 프로그래밍하거나 마케팅하는 파트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포맷과 크기, 형식은 맞는지, 파일과 컴포넌트의 이름과 용어는 정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디자이너끼리는 콘셉트와 맥락,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디자이너와 직군과 여러 번 이야기할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디자인 사고와 디자인 시스템입니다. 



디자인을 공유하면
시스템을 생각하게 됩니다.


디자인을 디자이너가 아닌 프로그래머나 기획자와 공유하면 서로 다른 직군이 각자의 스킬로 협업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면 이러한 순간을 더 빛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란 단어는 융통성이 없고, 창의적이지도 않으며, 투박한 대량 생산품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스템에서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고, 표준화된 작은 단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디자인을 시스템의 프로세스에 포함시키면 디자인을 쉽게 확장하고,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덕트의 경우, 사용자가 보는 Screen은 컴포넌트 단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컴포넌트는 보통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표준은 디자인의 획일화가 아니라, 협업과 프로세스를 위한 단위입니다. 같이 일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회사에서는 핏을 맞춘다고 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말을 사용자와 공감하는 비즈니스를 위해 생각과 목적, 컴포넌트와 용어를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만든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협업은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고, 프로세스는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인 토대를 만들어 줍니다.


앱이나 웹 서비스처럼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는 빠르게 실행하고, 성과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을 작게 나누고 회고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문서를 줄이고, 제품이나 프로세스 자체가 문서로 작동하게 만드는 프로세스를 만듭니다.


더 쉽게 말하면, 형식적인 문서를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만들어진 것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산출물을 만듭니다. 포토샵에서 레이어 이름을 'FE-2901'로 짓는 게 아니라 'Logo_Gray'라고 하거나 폴더를 만들거나, 설명을 하는 레이어를 포함하여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적절한 과정을 구축하면, 포토샵 파일과 각 파일의 레이어를 관리하는 문서를 만들지 않고, 포토샵 파일만 넘겨주면 됩니다.


프로젝트는 컴포넌트, 모듈, 블록, 세션, 백로그 등의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진행하게 됩니다. 하나의 단위를 완전히 끝내고, 다음 작업을 하는 팀에게 넘기거나, 반복적인 개선 작업을 거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케치와 피그마는 이 과정을 유연하게 만들면서, 이미 만들어진 오브젝트나 심벌을 쉽게 업데이트하고, 다른 파트의 작업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면서 각 단위를 분리해줍니다.


마감시간, 일정, 포함하는 하위 단위를 표준화하면, 디자인은 단순하고 강력해집니다. 디자인 시스템은 디자인을 표준화하고, 유연하게 만들려는 긴 노력의 결실입니다. 디자인 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사이에 간격이 줄어들고, 프로그래머와 마케터의 간격도 줄어듭니다. 비전문가나 AI 프로그램이 디자인 시스템을 통해서 자동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과
디자이너의 사고방식


시스템으로 디자인 스킬과 자원을 공유하다가 보면 새로운 시각과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UI, UX, Product 디자인은 디지털로 대량 생산됩니다. 공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 같지만, 실제로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순식간에 복제되어 사용됩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제품이 공급되기 때문에 디자인은 이미지 작업이면서 설계입니다.


각각 다른 환경, 다른 시간, 다른 지역, 다른 입장, 다른 역할, 다른 사람이 다른 디바이스로 제품을 조작하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디자이너는 가치와 경험을 생산하는 '전자 기계'를 만들어서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이제는 사용자가 사용하는 '전자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듭니다. 디자인 시스템은 코드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알아본 디자이너라면, 독특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디자인 시스템이 디자인된 프로덕트만큼 다양하고 개성적이라는 것입니다.


규격과 표준, 자동화가 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생각해야 합니다. 형식에 집착하는 버릇을 버리고 보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격과 표준과 자동화가 필요합니다.


흔히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정의와 해결의 방식은 디자이너마다 다릅니다. 나이젤 크로스가 쓴 '디자이너의 일과 생각'을 보면,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의 세 가지 전략이 있습니다.


1. 문제의 제한된 조건에만 안주하지 않고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2. 독특하면서도 때로는 개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한다.

3. '기본 원리'에 따라 디자인한다.


디자이너는 수평적으로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생각해서 특정한 방향으로 사고를 집중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수행하는 사람의 성장 단계에 따라 변합니다.


처음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우고 분석합니다. 전문가가 되면, 직관적으로 반응해서 적절한 행동을 취합니다. 문제 해결과 사고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대가가 되면, 직관적인 반응보다는 상황에 대해서 판단하고 미세한 단위까지 파악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분석합니다.


'체계적인 접근'이란 전체적인 관점에서 각 요소의 연관 관계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방식이란 일관성, 모순의 제거, 간결성의 추구 같은 것입니다. '기본 원리'는 기능과 용도에 충실하는 방식입니다. Product Design의 기본 원리는 규격과 표준과 자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미디엄 글을 보면, 여러 단계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시스템 자체를 관리하면서 개선시킵니다. 개발과 유지보수가 순환하는 방식입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디자인 팀을 보유하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듭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공유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성장할까요?


디자이너로 취업한 사람은 명함의 직함부터 헷갈립니다. Service, UX, BX, UI, Web/App, Product... 정체성부터 헷갈리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R&R에 집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분야든지 처음 시작하면,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 부분만 보면 변화를 알 수 없습니다. 변화를 모르면, 앞날을 준비할 수 없고, 계획할 수 없습니다.


시야가 좁아지면 책임과 권한에 대해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작은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할수록 부분에 ‘매몰’됩니다  


하지만 디자인 업무는 점점 투명해집니다. 투명해진 디자인 너머의 것들을 봐야 합니다. 설명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며, 실제 협업 툴로 공유하려면 주변을 둘러봐야 합니다.


결과만 확인할 수 있을 때는 결과만 보았습니다. 지금은 과정과 히스토리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사고와 애자일은 과정을 통제하면서 더 개선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회사, 팀원 같은 직장 생활의 환경과 대화와 작업 결과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공유하고 과정을 생각하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금 내 상황이 부끄럽거나, 비교당한다고 숨기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잘한다고 착각하거나, 못한다고 비관하는 것은 실재로는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부족하고 몰라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부족하고 모르는 상태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잘못입니다. 조금 더 멀리 가거나 조금 더 높이 가고 싶다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공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자신을 위해 사는 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린(Lean Startup)과 디자이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