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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Oct 03. 2020

넷플릭스, '규칙 없음'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좋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굴까?


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 셋톱박스를 넘어서라는 의미로,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차세대 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서비스로 굉장히 잘 만든 앱을 통해 자체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며, 코로나 시대에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VHS, 비디오테이프부터 DVD, 스트리밍, 유튜브의 시대까지 살아남았고, 넷플릭스의 'N'로고가 찍힌 영상 작품으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흥행도 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다. 강남역 사거리를 지나다가 보면, 영화 광고보다 더 멋진 넷플릭스 휘황찬란한 전광판 광고를 사방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데이터를 잘 모으고 분석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개인화와 맞춤 추천을 잘한다고 하거나, 좋은 작품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고 한다. 파워풀이라는 책을 보면, 넷플릭스는 데이터도 많이 보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규칙 없음'에서 넷플릭스는 자신을 탁월한 결정을 내리는 비범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인재 밀도’를 구축하고 솔직하고 자율적인 조직과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규칙 없음'의 규칙,
Book Design


'규칙 없음'의 책 디자인은 매우 인상적이다. 일단 제목에 'N'이 크게 쓰여 있다. Netflix이기도 하고 책의 제목, No Rules Rules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표지 디자인을 비교해보는 것은 재미있다.


책은 검은색과 붉은색, 그러데이션과 솔리드 컬러, 면과 선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각 장은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요한 제목과 내용은 굵고 붉은 글자 혹은 붉은 도트 모양의 리스트로 표현된다. 각 장이 끝나면 결론과 요약이 다시 붉은 글자로 되어 있다. 그러데이션의 경우는 책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표시되는데, 이 규칙은 책의 그러데이션 규칙적으로 쓰여서 책의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이 프레젠테이션처럼 디자인되어 있다.


주장과 의견, 사실, 사례, 주고받은 이메일 메시지, 슬라이드의 모습이 각각의 형태로 구분되어 있다. 주장하는 바와 참고/근거 자료를 다른 형태로 분류했다. 그래서 각 장의 내용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요약하는 수고가 필요가 없다.


또 책 내에 질문과 답변을 넣었다. 질문은 두 가지가 있는데, 사례에 따른 질문과 독자가 의문을 가질 만한 내용을 질문한다. 그러면, 넷플릭스 공동 대표의 프로필 썸네일과 함께 오른쪽 정렬로 답변에 대한 글이 굵게 표시된다.


썸네일 프로필은 각 장마다 적절하게 쓰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과 대표의 생각을 분리해서 이해할 수 있다.


대강 봐도 빨리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썸네일뿐 아니라 제목 앞의 블릿 아이콘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다. 미디엄 글쓰기처럼 결론을 항상 표시한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홀수 쪽번호는 왼쪽 상단은 굵고 붉게 표시되고, 짝수 쪽번호는 오른쪽 하단에 표시된다. 그리고 책의 하단에는 영상의 플레이 바나 프로그레스 바처럼 얼마큼 읽었는지가 매우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다.



'규칙 없음'의 규칙은
무엇인가?


한글 제목은 '규칙 없음'이지만, 영문 제목은 No Rules Rules다. 번역의 센스는 무척 뛰어나고 시선을 끈다. 출근 시간, 근무 시간, 휴가 규정, 비용 규정, 보고 체계, 승인 절차, 계약 승인에 대한 규칙이 없다고 한다. ‘좋은 회사’를 원하는 구직자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좋은 회사'는 '편한 회사'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통제(Control)가 아닌 맥락(Context)으로 리드 한다"고 표현한다. 먼저 직원을 믿고, 그 후에 보상이나 처벌을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선샤이닝하는 문화와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함께 할 수 없는 경우는 '두둑한 퇴직금'으로 처벌한다.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많고 도전이 필요한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형식적인 규칙은 제거하고, 실질적인 일을 잘하기 위한 규칙을 추구한다. 하나의 성공이 큰 수익을 가져오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기 때문에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기반으로 인재의 시간과 열정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규칙 없이 리드하는 유연한 조직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재 밀도를 높이고, 문화와 조성하며, 통제를 줄이는 과정


비범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수십 배의 성과를 낸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비범한 사람들을 모으고, 유지하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인재와 일반인을 섞어 놓으면, '하향적 평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인재가 오히려 도태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는 '월급 받은 만큼' 일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많이 받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사람을 원한다.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넉넉한 회사는 아니었다. 사업 초기에는 경영난으로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경험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걱정과 달리 해고를 하면서 회사의 분위기는 더 좋아진 것이다.


넷플릭스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인재 밀도를 구축하고, 강화하고, 극대화하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래서 창의적인 성과를 위해 넷플릭스는 통제를 줄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서버와 제품 관리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시간대와 문화권에서 성과를 내려면,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유연함이 필요하다. 제작 비용을 직접 지불하고 있어서 실패를 방지해야 하지만 넷플릭스는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책은 솔직하게 쓰여있다. 참고하고 있는 자료와 사례, 근거를 확실하게 공개하고 있다.



문화일까?

시스템일까?


다른 서평들을 보면, 넷플릭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규범집의 규칙이 아니라 모두가 아는 문화가 일하는 방식과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규율한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문화는 F&R(Freedom and Responsibility)로 많이 알려져 있다.



휴가를 내는 건 알아서 하지만, 휴가가 몇일인지 세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무한대로 주지도 않는다. 자유를 행사한 뒤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첨부된다.


솔직함은 업무의 진행에 있어서 솔직함이다. 못하는 부분은 고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솔직함'이다. 넷플릭스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인재 밀도를 높이는 것이 좋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첫 단계는 솔직한 피드백이고 솔직한 피드백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서 어떤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해서 함께 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메일이 모두에게 간다.


문화와 시스템은 흉내내기 어렵다. 흉내에는 한계가 있다. 책은 혁신이 필요한 조직에 자율성을 제한하는 통제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통제가 적절한 조직이 있고, 아닌 조직이 있다. 만일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면, 자유와 책임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효과적이다.



R&P 문화에 익숙한 입장에서 보면, 휴가와 지출 규정이 없다는 것은 혼돈의 카오스다. 회사 생활을 약간만 해보면 그런 사람들만 모일 수는 없다. F&B 문화에서는 간단하게 말한다. 자유를 과도하게 사용한 사람에겐 '두둑한 퇴직금'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책을 대강 읽고 몇 가지 규칙을 도입하면, 넷플릭스처럼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넷플릭스는 문화와 시스템이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다. 일을 하는 방식이 문화를 촉진하고, 문화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게 된다.


조직이 성장하려면, 좋은 팀이 필요하고, 좋은 팀을 만들려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재를 모으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비범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흥미를 갖고 찾아온다. 예전에는 주어지는 일만 정해진 수준으로 잘 하면 됐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정적인 조직보다 유연한 조직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정적인 조직의 규칙은 체계적이고 복잡하다. 규칙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들고, 규칙을 벗어나는 일을 하기 힘들다. 넷플릭스는 비용이 큰 규칙을 유지하는 대신, 자율적인 권한 행사로 필요한 일을 필요한 순간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



'규칙 없음'
파놉티콘


조별 과제의 가장 안 좋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율성 없이 강제적으로 조직된 팀은 권한을 다투고, 최악의 경우 한 두 사람이 모든 일을 이끌어가게 된다. 하지만 팀 내부의 부조리는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뛰어난 결과물보다 제시간에 완료된 적절한 결과물이 중요하다.


조별 과제의 악몽은 회사에서도 이어진다. 매주 수십 시간을 회의로 버리고 있는데,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는다. 아무도 그 원인을 모르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와 반박을 위한 반박으로 시간이 낭비된다.


만일 조별 과제의 인원 모두가 A+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서로에게 인재가 되어 줄 수 있다. 조별 과제가 끝나도, 함께 정보를 취합하고 처리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운이 좋으면 창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게임에서도 팀의 맥락에 맞지 않는 플레이어는 강제로 게임에서 쫓겨난다. 게으르거나 팀웍을 지키지 않는 팀원을 쫓아낼 수 있는 이유는 게임 내의 행동과 결과가 쉽게 보이기 떄문이다. 회사도 빠르게 움직이게 되면서 이슈 트래킹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많이 사용하고 게임처럼 행동과 결과를 쉽게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다. 솔직한 피드백을 늘리고, 과정을 많이 공개하고, 결과를 평가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해고한다. 평가는 공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해고되는 사람이 해고되는 이메일로 모두가 알게 된다.


파놉티콘(panopticon)은 이론상 비용이 적게 드는 감시 구조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현대가 되면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타인의 감시보다는 내면화된 자기통제가 중요해졌다. 스스로 지키는 양심적인 규율이 있으면, 휴가 규정을 악용하거나 작은 횡령을 하지 않는다. 정보 시대의 감시는 감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영혼이 악한가 선한가를 이분법으로 가릴 필요는 없다.


넷플릭스의 파놉티콘은 개인이 자유롭게 성취에 집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와 얼마나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사례와 주장은 많은 피드백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실수를 성공의 요소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인간을 신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을 준다.



'규칙 없음'의 시대에서
디자이너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디자인 분야는 빠르게 변하면서, 더 복잡하게 변한다. 디자인에 대한 목표와 태스크를 각각의 디자이너에 맞게 할당하거나 배분해 줄 수 있는 회사와 팀장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겐 통제(Control)보다 자유가 중요하다.


'규칙 없음'에서 배울 수 있는 인재는 자유를 주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자유가 주어졌을 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두둑한 퇴직금'을 받게 된다. 냉정해 보이지만, 이제는 이직도 퇴직도 점점 짧아지고, 해고도 거침없는 듯하다.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와 성과 측정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 사이에 놓여 있는 직군이다.


상반된 두 가지 가치를 일치시켜, 창의적이면서 놀라운 결과물을 내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맥락을 보는 눈과 피드백을 받는 태도이다.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맥락을 봐야 한다. 하지만 맥락을 보는 눈은 누가 준다고 가질 수 없다. 배워야 한다. 맥락을 보려면, 혼자만의 경험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을 피드백을 믿고 공감하지 못하면, 한계를 넘을 수 없다. 매일 노력하지 않으면, 매일 뒤쳐지는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과 크게 관계는 없어 보이는 책이지만, 읽어본다면 맥락(context)을 보는 좀 더 나은 눈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디자이너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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