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의 디자이너

우리의 디자인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by 이선주

올해에는 디자인 업계는 2024년의 후폭풍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디자이너 채용 공고가 줄어들고, 취업과 이직은 더 어려워집니다.


2024년 1월에 쓴 글의 주요 부분은 아래의 3가지였습니다.


- 피그마의 성장으로 디자인 시스템이란 개념이 널리 퍼졌습니다.

-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IT 인력이 감축되었습니다.

- AI로 인해 창의력과 숙련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2025년 11월 기준으로 중요한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 AI는 디자인 과정의 변화를 촉진하면서, 디자이너 개념을 바꾸게 될 것이다.

- AI보다 더 큰 문제는 디자인 교육과 재교육이다.

- Figma는 점점 더 복잡한 툴이 될 것이다.



AI는 정말 디자이너를 대체하는가?


디자이너란 직업 자체가 AI에 의해 대체된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AI가 회사의 인력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학력과 숙련도가 높거나 낮은 직업군 모두가 AI에 의한 대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경우는 2023년부터 대규모 유입이 있었고, 유입된 디자이너들이 아직 5년 정도 지나 숙련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이 큰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대규모 스타트업의 영향으로 회사는 스쿼드 혹은 기존보다 더 작은 팀을 구성하면서 일자리는 AI와 상관없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능이 우선적인 형태로 디자인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던 추세라서 AI에 의한 해고보다는 추가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쪽으로 갈 듯합니다.


작은 팀 구성에서 설계, 디자인, 개발, 검수, 출시의 흐름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면, 디자인 단계를 설계와 개발 단계 사이로 흡수시키면 출시일이 빨라지고, 기업 입장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기능 기반의 프로덕트 디자인은 마케팅 일정과 맞물리면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 사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프로세스의 변화가 AI 사용을 권장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AI 사용은 과도기적인 상황입니다. AI 사용이 활발한 게임업계를 보면 AI 사용 결과물은 놀랍지만 조악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 AI 결과물의 특징을 사용자들이 알아볼 수 있게 되면서 결국은 AI 결과물에 숙련된 소수의 디자인 그룹 혹은 조직을 가진 회사가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UI 혹은 UX 분야에서는 디자인의 시각적인 크리에이티브 이미지보다 프로세스의 변화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AI 생성을 통해서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및 초기 개발 단계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세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서서히 도태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자와 관리자 사이의 주요 데이터의 흐름을 생각하고 개발 직전까지 결과물을 딜리버리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의 모습이 되고 AI를 강력한 도구로 사용하여 전체 제작 과정 진행하는 관점을 가진 분들이 숙련된 디자이너가 될 듯합니다.




디자인 교육과 재교육이

중요하다.


AI가 디자이너를 해고한다는 불안감의 원인은 AI 자체보다 디자이너의 재교육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는 AI를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디자인 지식이 없어도 된다는 뜻은 UI 혹은 제품 디자인 분야의 디자인 지식이 전문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품 제작이나 상세 페이지 디자인 혹은 디지털 디자인 분야에서 설계와 제작으로 분리된 업무 구조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설계 부분을 유지하고, 제작 부분을 교체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디자인 에이전시를 바꾸거나 제작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설계 부분에 대한 검증 없이 제작이 이루어지는 관행입니다. 이러한 관행은 디자이너가 기획자가 되거나 UX 디자인 혹은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이동하는 압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디자인 결과물이 공격받거나, 비난받을 위험을 줄이면서 연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새로 취업하는 디자인 신입을 활용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실무를 1~2년 하고 나면 기획자로 업무를 바꾸어 1~2년 차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10년 정도 지나니 숙련된 디자이너는 드물어지고, AI의 작업 결과물이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기 쉬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AI는 고숙련, 저숙련 양쪽 모두를 대체하기 때문에 설계 부분의 경우는 AI 더 빠르게 요구조건이나 문서 작성을 진행할 수 있고, 바로 디지털 프로덕트를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디자이너 재교육의 경우는 제작 부분의 재교육이 설계 부분의 교육보다 더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결국 출시이며, 출시 후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현재 상태로 봤을 때, 결국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가진 팀이나 회사가 AI로 효율을 내는 것이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FIgma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편이기 때문에 Figma에 대한 업데이트 확인 및 재교육은 필수입니다.




Figma는 점점 더 복잡한 툴이 될 것이다.


쉽고 빨라서 쓰기 시작한 Figma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피그마는 분기당 수십 회 업데이트를 하고 있고, 빠른 속도로 AI를 도입하면서 프로세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Figma는 이제 프로세스의 핵심 툴로서 프로세스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Adobe가 PDF로 전체 프로세스를 장악하고 싶어 했던 역할을 대신 이루어냈습니다.


앞으로 업데이트되어 적용될 부분을 살펴보면, AI를 통한 이미지 생성과 UI 디자인 컴포넌트의 패키징 개념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소모되던 디자인 리소스를 정말 자원의 개념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더 융통성 있는 컴포넌트 설계를 하게 됩니다. 기획 - 디자이너 프로세스로 보면, 기획과 디자이너, 프런트엔드 개발이 합쳐진 개념입니다.


프레젠테이션부터 소셜 미디어 게시까지 디자이너의 광범위한 업무를 모두 담으려고 하는 피그마는 점점 더 많은 영역의 디자인을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자이너 한 명이 피그마를 사용하면, 기획자가 만드는 스토리보드에서 웹사이트 게시, UI 제작, 콘텐츠 디자이너의 게시물이나 소셜 이미지, 관련된 비주얼 그래픽, 사진까지 AI로 생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획과 설계, 게시 및 홍보 마케팅의 과정에서 Figma Make 혹은 앞으로 업데이트될 신규 기능으로 제작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Figma의 업데이트 디자이너의 교육 및 재교육 수요를 일으키고, 디자이너에게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줄 확률이 높습니다.


Figma의 업데이트는 툴, 도구의 사용 교육 같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무의 내용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디자인 툴이 쉬워지면서 접근하기는 쉬워졌는데, 사용에서 숙련도는 차이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구 사용보다는 전체 과정의 이해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숙련도가 더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AI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면, 피그마를 통한 제작 능력의 확장과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Figma를 통해서 AI 사용에 익숙해지고, 조금 더 전문적인 AI 모델을 사용해 보는 것이 실질적인 디자인 및 제작 능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론,

O으로 나눈다면.


AI가 디자이너를 없앤다는 생각은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오해입니다. 디자인은 생각의 결과이며, 생각의 주체가 없는 디자인은 없습니다.


AI를 사용한 디자인이 디자이너를 없앤다는 말은 숫자를 '0'으로 나누는 것처럼 결과만 남기겠다는 오류입니다.


AI가 불안을 주는 건, 사실 기술 때문이 아닙니다. 불안의 근원은 ‘내 실력이 충분한가’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신규 채용은 줄고, 요구 조건은 슈퍼맨을 원합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슈퍼 AI’는 우리의 자리를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사라진 건 마차가 아니라, ‘마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이었습니다. 복사기가 생겼을 때 사라진 건 필사 노동이 아니라, ‘문서를 보관하던 방식’이었습니다. AI도 같습니다. 바뀌는 건 일의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요구되는 역할의 형태입니다. 시스템이 변하면, 사람은 새 시스템으로 이동합니다.


중요한 건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시스템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디자이너의 역량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을 예로들면, 커뮤니케이션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요구와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입니다.


AI와 대화하여,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힘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고 디자이너의 역량입니다. 지금 신입이거나 주니어라면, 직무의 경계에 갇히기보다, 일의 맥락을 빠르게 읽고 움직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겁니다. 편집에서 웹으로, 웹에서 UX로,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그때마다 새로운 말이 등장했지만, 결국 남은 건 생각하는 사람,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AI 시대의 불안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불안은 실력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시스템이 변해도, 사람이 가진 통찰력과 이해력은 여전히 가장 강한 도구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꾸로 된 케첩의 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