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주 Feb 14. 2017

[책 리뷰] 날마다, 브랜드

좋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


'디자인의 디자인', '디자인 백', '바이 디자인' 같은 디자인 책을 좋아한다. 디자인을 하다가 보면, 무엇을 위해 뭘 디자인하는지 애매할 때가 있다. 그런 시기에 디자이너가 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이론을 잘 쓴 책은 많지만, 이론을 현실에서 경험하며 더 나은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 책을 쉽게 찾기는 힘들다.


언젠가 들은 말이지만, 디자이너의 '급'을 나눌 때, 가장 최고가 창조하는 디자이너이고, 그 다음의 디자이너는 '자신이 뭘 베끼는지 아는 디자이너'이며, 그 다음의 디자이너는 '자신이 뭘 베끼는지 모르는 디자이너' 말이 있다. 경력이 쌓일 수록 자신이 뭘 베끼는지 모르는 디자이너가 되어 가는 것 같고, 고민이 많이 생긴다. 본 것은 많지만, 할 수 있는 디자인에는 제한이 점점 많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브랜드'는 플러스엑스에서 경험 디자인을 맡은 '임태수' 씨가 쓴 책이다. 책은 안그라픽스에서 나왔다. 책 자체가 소박하고, 진정성 있게 구성되고 디자인 되었다. 책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작가만큼이나 많은 고민 끝에 책을 디자인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 거칠지만, 무게감 있는 종이가 책을 넘기는 감촉을 잘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중간중간 위트있는 주석이 거꾸로 쓰여있는 부분도 좋았다.


플러스엑스의 작업을 좋아하고, 플러스엑스처럼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문장도 차분하고, 그리 어렵지 않다. 강한 주장을 하지 않고 직접 경험한 브랜드와 브랜드에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추천사를 지나 처음 몇 장을 지나면, 몇 개의 문장이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 한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약속을 묵묵히 지켜나가는 세월의 고단함을 이겨낼 때,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축척되어 브랜드에 대한 결속으로 남게 된다."

'날마다, 브랜드'를 통해 짧은 기간 동안의 높은 성장, 1초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 다른 사람을 쉽게 평가하는 세상에 대한 인식과 그런 세상 속에서 상업적인 디자인을 하며, 날마다 다른 사람들이 접하게 되는 브랜드를 만들어가야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과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100쪽 이후에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제품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사랑받는 브랜드의 핵심은 브랜드 전략이나 마케팅 프로모션이 아닌 좋은 품질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원가 절감이나 순익 증대와 같은 단기적인 목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브랜드가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관점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후반부 50페이지에서 모호한 경계와 어려움 속에서 작가가 지켜온 관점과 생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작가가 경험한 브랜드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50페이지의 내용에서 감명을 받았다.

나는 한 회사의 제품은 그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총합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에는 물건을 만든 사람이 묻어난다. 플러스엑스의 디자인이 좋아보이는 이유를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안그라픽스의 책은 금방 절판되기 때문에 한 권 사두는 것을 권한다.

작가의 이전글 예술가와 디자이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