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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Jun 25. 2017

직관적인 모호함과 디자인

모호한 요구사항과 혼자만 아는 의사소통

"직관적으로 디자인을 해주세요."

디자인을 하다가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국어사전은 '직관'을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또는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사전적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람들이 말하는 직관에 대한 의견을 모아 보면 대충 5가지 정도 된다.

1.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문제에 대한 답을 얻는 것 

2. 짧은 시간에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

3.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맥락을 알아차리는 것

4. 전혀 다른 여러 가지 중에서 핵심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것

5. 부분에서 논리를 유추하여 전체를 파악하는 것


이런 표현은 직관이 논리를 근거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생각을 근거하고 있다. 직관에 대해 연구한 게르트 기거렌처의 책, '생각이 직관에 묻다'에서는 직관의 두 가지 성질을 말한다.


첫 번째는 논리적인 원리를 토대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심리적 원리에 따른 것으로 단순함과 진화 과정에서 두뇌 얻은 선택 방식을 사용하는 재인 어림셈법이라는 것이다.


직관은 주어진 정보를 무시하고, 선택의 폭을 줄이고 덜 신중한 방법의 판단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초월하는 결과를 낸다. 그리고 사람은 심리적으로 직관적으로 한 선택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보가 많고 다양할수록 모든 면을 파악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직관적인 판단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직관적인 선택과정의 '부분적인 무지'는 분명하게 아는 것이 많을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약점도 갖고 있다.


'직관적인 디자인'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파악해보면, 보기 쉽고 알기 쉬운 디자인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선명하고 큰 사진, 보기 쉬운 레이아웃, 보기 쉬운 텍스트, 대비가 강한 색상의 사용, 이해하기 쉬운 아이콘으로 구성된 디자인으로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Complexion Reduction: A New Trend In Mobile Design(2016.7)

    

The App Store. A whole new design. A whole new perspective.(2017.6)


이러한 디자인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어렵다면 쉽게 만들고, 낯설다면 익숙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 익숙하게 하려면, 비유나 은유를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텍스트가 더 익숙하고 편하다. 뉴욕타임스에 첫 컬러 사진이 실린 것이 1997년이다. 신문에 익숙한 세대는 사진보다는 텍스트로 구성된 디자인을 더 인지하기 쉽고 익숙하다.


어떤 사람은 이미지가 더 익숙하고 편하다. 카메라가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쉽게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세대의 경우에는 이미지로 텍스트보다 더 많은 것을 공감하고 공유한다.


세상에는 이 두 종류의 사람이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다. 그리고 지금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가장 편리한 도구이다. 정보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은 데스크톱보다 스마트폰에 더 익숙하다. 최근 일본의 한 회사는 신입직원들에게 키보드 타이핑을 가르친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일본에서 신입사원의 키보드 교육이 20% 증가했다고 말한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쉽고 익숙하게 보여주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디자인의 형태를 결정한다. 디자인은 사용자들이 생활하는 환경과 상황, 목적에 따라 쉽거나 어려워지고, 익숙하거나 낯설어진다.


시인이나 철학자가 아니라도 인간관계에서는 직관을 발휘하기 쉽다. 직관적으로 감정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도 보기만 한다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짐작할 뿐이다. 스티븐 크록의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에서는 이미 사용된 사례를 충분히 활용하고, 시각적인 계층을 만들며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하라는 조언 하며, 평균적인 사용자의 신화를 깨라고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도 빠르게 변한다. 


시장에는 기능도 단순하고, 예쁘지도 않은 디자인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수십 명의 팀이 못하는 일을 단 몇 사람들의 투박한 제품이 해내는 일도 있다. 작은 팀이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 중 하나가 절차가 단순하고, 정보가 쉽게 공유되며, 하위 목표의 수준이 복잡하지 않다. 기능이 세련되지 않아도 잘 작동하며, 디자인이 아름답지 않아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마케팅이 제품의 실제 기능과 목적을 왜곡하지도 않는다. 마케팅을 준비하거나 하려고 하기도 전에 소셜 네트워크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퍼지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http://www.cmarix.com/What-is-MVP-Minimum-Viable-Product


사용자들은 자동차를 사고 싶을 때, 바퀴부터 사지도 않고, 자전거부터 사지도 않는다. 사용자들은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할 때 자동차를 산다. 사용자들이 자동차를 사고 싶을 때, 자동차를 생각하는 것처럼, 자동차의 디자인이 필요하면,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해 말해야 한다.


어제의 어설픈 가정이 오늘은 근거가 되고, 내일의 엉뚱한 비전이 되는 일은, 모호하고 맹목적인 목표가 만드는 비극이다. 디자이너에게 모호한 목표를 요구하기보다는 디자이너의 방향과 제품의 방향을 함께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힘든 것을 찾아가는 게 더 설득력 있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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