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LITHUS 인터뷰/BornMonkie
BornMonkie의 <DoDo DUCKiE(두두의 접는 세계)>
인도 인디게임 스튜디오 BornMonkie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팀이 아니다. 이들은 제한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구조를 구축하고, 자신들만의 색이 담긴 게임을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세운 팀이다. 현재 개발 중인 퍼즐 플랫포머 <DoDo DUCKiE(두두의 접는 세계)> 역시 그러한 고민과 선택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BornMonkie는 2018년, 창립자 Samhith가 졸업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제작한 모바일 게임을 계기로 시작됐다. 해당 게임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약 8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예상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실제로 자신의 게임을 즐긴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이후 그는 1인 스튜디오 형태로 BornMonkie를 설립했고, 인도 플랫폼에서 약 3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한 멀티플레이 게임 <Auto Raja>를 통해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 스튜디오는 공동 창업자인 Samhith와 그의 형제를 포함해 총 6명의 정규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아트 디렉터 Vincent Boichut를 비롯한 외부 컨트랙터 및 컨설턴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명확한 방향성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있는 팀이다.
지금의 <DoDo DUCKiE>는 처음부터 계획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BornMonkie는 보다 규모가 크고 AAA 스타일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트레일러와 버티컬 슬라이스까지 제작했다. 퍼블리셔 대상 피칭도 진행했지만 자금과 제작 여건, 그리고 신생 스튜디오에 대한 신뢰 문제로 프로젝트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특히 인도 게임 산업 환경에서는 신생 인디 스튜디오가 대형 퍼블리셔와 직접 연결되기 쉽지 않았고, 작은 팀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했다. 결국 팀은 방향을 전환하여 외부 자금 없이도 끝까지 완성할 수 있고 팀의 현실적인 역량 안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시 꺼내든 아이디어가 바로 <DoDo DUCKiE>였다. 이 선택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게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전략적 답이었다.
개발진은 <DoDo DUCKiE>를 한 문장으로 “<Fez>와 <Super Paper Mario>가 만나 귀여운 아기 오리를 낳은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 게임은 <Super Paper Mario>, <Fez>, <Crush 3D> 등 시점 전환 기반 퍼즐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기에 고전 플랫포머의 감각과 캐주얼한 분위기를 더해 직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단순히 레퍼런스를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장르 위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들만의 해석을 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퍼즐 구조와 감성적인 캐릭터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 게임의 핵심 방향으로 이어졌다.
개발 초기 BornMonkie는 2D와 3D를 자유롭게 오가는 시점 전환 시스템이 가장 큰 차별점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유저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플레이어들은 먼저 오리 캐릭터의 귀여움과 감성적인 매력에 끌린 다음에 퍼즐 구조와 시점 전환의 독특함에 주목했다. 즉, 이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플레이를 유도한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캐릭터였다. 개발진 역시 이 점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캐릭터가 유저의 관심을 끌고, 퍼즐 설계가 플레이를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구조로 게임 방향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DoDo DUCKiE>는 감성과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레벨 디자인이었다. 특히 2D와 3D를 전환하는 구조는 자칫하면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초기 버전에서는 바닥과 벽의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계속 시점을 바꿔야 했다. 이는 퍼즐을 푸는 재미보다 탐색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였다. 이 경험을 통해 BornMonkie는 “게임은 플레이어를 속이면 안 된다.” 는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이후 레벨 디자인을 시점 전환이 항상 명확한 목적을 가지도록 재설계했다. 플레이어는 더 이상 길을 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점을 바꾸지 않고, 퍼즐 해결을 위해 필요한 순간에만 전환하게 된다. 이는 게임의 템포와 몰입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유저 피드백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 게임에서는 2D와 3D 상태에서 가능한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3D 상태에서는 점프가 불가능하다. 이 행동은 퍼즐 설계상 필수적이었지만 초기 플레이어들은 이에 불편함을 느꼈다. 3D 상태에서도 반복적으로 점프를 시도하며 왜 동작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다. 개발진은 이를 단순하게 설명하는 대신, 3D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핀’ 액션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배럴을 부수는 등 새로운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제약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게임의 규칙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왔고, 전반적인 재미 또한 향상시켰다.
현재의 <DoDo DUCKiE>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아트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처음부터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개발진은 초기 프로토타입을 “정말 보기조차 힘들다”고 표현할 정도로, 방향성을 찾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약 2~3개월에 걸친 R&D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고, 이후 아트 디렉터 Vincent Boichut가 합류하며 게임의 시각적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특히 캐릭터 디자인과 색감, 전체적인 톤이 ‘귀엽고 따뜻한 분위기’로 통일되면서 게임의 정체성이 확립됐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플레이어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DoDo DUCKiE>는 단순한 퍼즐 게임을 넘어 비교와 자기 수용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발진은 이를 인도의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도도는 닭들 사이에서 자라며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도도는 여정을 통해 자신이 닭이 아닌 오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다름을 자신의 강점으로 인식하게 된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DoDo DUCKiE>는 배경이나 언어에 관계없이 모든 연령대의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이다. 특히 컷신에서는 대사를 최소화하고, 애니메이션과 상황 연출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언어 장벽뿐만 아니라 청각적 제약이 있는 플레이어까지 고려한 설계다. 그 결과 이 게임은 특정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BornMonkie는 동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 대한 관심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Xbox 인디 프로그램 관련 행사에서 한국을 접한 경험이 프로젝트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현지화가 진행 중이며, 동아시아 유저들이 캐릭터와 게임 분위기에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부산의 게임 행사 등 오프라인 참여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DoDo DUCKiE>가 단순한 글로벌 출시를 넘어, 특정 지역 유저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DoDo DUCKiE>는 겉보기에는 가볍고 귀여운 퍼즐 플랫포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비교와 자아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개발진은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통해 단 한 가지, 스스로를 믿기 위해서는 한 번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 도약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오리의 점프처럼, 서툴고 불완전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한 걸음을 내딛는 행동 그 자체이다. BornMonkie는 이 메시지를 복잡한 설명이 아닌, 게임 플레이와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오히려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