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날보다 글을 쓰지 못한 날이 훨씬 많다. 그 이유를 돌아보면 늘 비슷하다.
아직 부족해서이다. 조금 더 정리되면, 조금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완벽주의는 늘 그럴듯한 얼굴로 다가온다.
“이건 아직 올릴 글이 아니야.”
“다음에 더 잘 써서 남기자.”
“이 정도 퀄리티로는 부족해.”
하지만 그 말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남는다.
아무것도 쓰지 않음이다.
글을 계속 쓰기 위해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은
재능이 아니라 완벽함이다. 완벽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글쓰기는 즐거운 기록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시험이 된다.
계속 쓰는 사람은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계속 쓰는 사람은 못 쓴 글을 견디는 사람이다.
조금 어색한 문장, 정리가 덜 된 생각, 오늘의 컨디션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을 그대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이다.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훈련은 글을 대충 쓰는 연습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믿는 연습이다.
오늘의 생각도 충분히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너무 개인적인 건 아닐까?”
“연재라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수없이 묻게 된다.
하지만 사실 이 질문들은 독자를 향한 질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의심하는 방식이다.
계속 쓰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오늘의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지금의 나에게 이 글은 솔직한가.”
이 두 가지만 지켜도 글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완벽한 글은 기억되지 않는다.
계속 쓰는 사람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 사람이 쌓아온 시간과 마음이 결국 하나의 세계가 된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부족한 글을 올린다.
다음 글이 더 나을 거라는 확신 없이도 일단 쓴다.
이 연재를 지키는 힘은 잘 쓰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그만두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훈련은 계속 쓰기 위한 최소한의 용기이다. 그리고 이 용기는 쓰는 날마다 조금씩 단단해진다.
오늘도 한 편을 남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연재는 그렇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