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반드시 멈추는 순간이 온다.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 한숨이 먼저 나오고, 머릿속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디어가 없는 것 같고, 쓸 말이 없는 것 같고, 괜히 지금 쓰는 글이 별로일 것 같아진다. 나 역시 그 순간을 수없이 겪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글이 막히는 이유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은 방식의 문제이다.
막힘의 진짜 원인은 ‘잘 쓰려는 마음’이다. 글이 막힐 때 나는 늘 같은 상태였다. 첫 문장부터 괜찮아야 하고,
생각이 정리된 상태여야 하고,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순간 글쓰기는 표현이 아니라 시험이 된다. 시험 앞에서는 누구나 굳는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글이 막힐 때는 잘 쓰려는 목표를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해결법 1. 글이 아니라 ‘메모’를 쓴다
글이 막히면 나는 글을 쓰지 않는다. 대신 메모를 쓴다. 오늘 왜 쓰기 싫은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문장이 아니라 조각을 적는다. 형식도 맞추지 않는다. 맞춤법도 신경 쓰지 않는다. 놀랍게도 메모가 쌓이면 그 자체가 이미 글의 재료가 된다. 글은 처음부터 완성된 문장일 필요가 없다.
해결법 2. 질문 하나만 정한다
글이 막힐 때 나는 주제를 키운다. 그래서 더 막힌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주제가 아니라 질문 하나이다. 나는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 이 글을 쓰며 정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불편한가, 질문 하나에만 답하듯 쓰면 글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글은 답을 찾는 과정이지 정답을 보여주는 결과물이 아니다.
해결법 3. 끝부터 쓴다
처음 문장이 안 써질 때 나는 마지막 문장을 먼저 쓴다. 이 글을 통해 내가 결국 말하고 싶은 한 문장. 그 문장 하나만 적어두면 앞의 문장들은 그 문장을 향해 걸어온다. 글은 항상 처음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방향만 있으면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해결법 4. 쓰는 시간을 줄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이 막힐수록 나는 쓰는 시간을 줄였다. 30분을 잡지 않고 10분만 쓴다.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한다. 글쓰기는 집중력 싸움이 아니라 접근성 싸움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을수록 막힘은 줄어든다. 글은 막히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글이 막혔던 날들도 모두 기록의 일부였다. 쓰지 못한 이유, 멈춘 자리, 망설임까지 포함해서.
글쓰기는 매번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쓰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남긴다. 그 문장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쉽게 써 내려가게 할 것이라 믿으면서. 지금 막혀 있다면 오늘은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멈춘 이유 한 줄만 남겨보는 건 어떨까.
그 한 줄이 다음 문장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