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기록 회고, 그리고 다음 단계

by EURA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주가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8주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시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대단한 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써보고 싶었다. 기록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세상에 남긴 글은 거의 없었던 내가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앉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정했다. 잘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일단 쓰자고.


8주 동안 내가 한 일

매주 한 편씩 글을 썼다. 회사 업무를 글로 정리했고, 기록이 삶에 미친 변화에 대해 썼고, 나를 움직인 문장과

글이 커리어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솔직하게 적었다. 글을 쓰는 날은 늘 편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쓰고 싶지 않았고, 어떤 날은 이미 다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8주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기록을 통해 달라진 세 가지

첫째, 생각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때그때 흘려보내던 생각들이 글로 남으면서 연결되었다. 나는 더 이상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둘째,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생겼다. 기록은 나를 이해하는 도구였고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가 글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셋째,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감각. 매주 글을 썼다는 사실은

작지만 분명한 자기 신뢰를 남겼다.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다. 모든 글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떤 글은 생각보다 얕았고, 어떤 글은 끝을 정리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미완성까지 포함해서 이 8주가 나의 현재 위치라는 것을. 완벽한 글을 기다렸다면 나는 아직도 첫 문장에서 멈춰 있었을 것이다.그래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이제는 방향을 조금 더 분명히 하려 한다. 기록을 ‘계속 쓰는 것’에서 ‘쌓아가는 것’으로 바꾸려 한다.



다음 단계의 계획은 세 가지이다.

첫째, 브런치 연재를 시리즈로 정리한다.

흩어진 글을 묶어 하나의 흐름으로 재정렬할 계획이다.

둘째, 기록 방법을 구조화한다.

내가 실제로 쓰고 있는 기록 방식과 루틴을 정리된 형태로 남기려 한다. 기록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출발점이 되도록.

셋째, 글을 자산으로 연결한다.

전자책, 템플릿, 워크숍 등 기록이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 실험을 조심스럽게 시작할 생각이다.


기록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8주 전의 나는 그저 쓰고 싶은 사람에 가까웠다. 지금의 나는

계속 쓰는 사람이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크게 벌어진다. 기록은 나를 단번에 바꾸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다른 자리로 이동시켰다.


다음 8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글은 더 솔직해질 것이고 조금 더 구체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조금은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성장은 늘 불편함을 통과한 뒤에 온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시 한 주를 기록한다. 다음 8주 후의 나에게 또 다른 문장을 남기기 위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록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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