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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Feb 05. 2020

시간이 멈춘 도시, 탈린

@Tallinn, Estonia


헬싱키에서 탈린으로


헬싱키에 가면 탈린을 가보라고 추천을 받았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시간 되면 꼭 가봐, 예쁘대- 라는 식의 추천. 여행에 있어서는 안 가면 후회한다고 모두가 말해도 끌리지 않으면 안 가기 때문에 북유럽 하면 떠올리는 곳 중 하나인 오슬로도 가지 않은 나인데. 에스토니아 탈린은 높은 곳에서 찍은 도시 사진 한 장을 보고,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est harbour, Helsinki

이른 아침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러 왔다. 당일치기면 된다는 말에, 넉넉하게 아침 일찍 가서 저녁에 돌아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온라인에서 표를 끊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 번 구입한 표는 시간 변경이 불가능했다. 덕분에 탈린에 머무는 10시간 중에 뒤에 절반은 완전히 지쳐있었다.


미리 끊어둔 유람선 왕복 티켓
발트해를 건너면서 맑아지는 하늘,
야호, 탈린은 맑다.
안녕, 에스토니아. 안녕, 탈린.

헬싱키는 흐리고 안개가 비처럼 맺히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탈린에 가까워지면서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걷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그날의 분위기

 

성곽 입구에 있는 꽃집
@Taliinn, Estonia

예쁜 꽃집을 지나 성곽 안쪽 올드타운으로 들어섰다. 유람선에서 내리면서 본 '유럽이라기엔 러시아 같고, 러시아라기엔 유럽 같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거리도 건물도 미묘하게 뒤섞인듯한 느낌인 데다가 유럽 각국의 국기가 걸려있으니 더 그랬다. 이런 특유의 분위기를 갖게 되기까지의 역사가 꽤 흥미로운데, 에스토니아 해양 박물관에 가면 짧은 시간에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느끼는 분위기의 탈린
아침부터 꽤 붐비는 이 곳은
한적한 좁고 기다란 골목으로 얽혀있다.

유럽 여느 도시의 광장과는 달리, 굉장히 아담한 광장이 곳곳에 있었다.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칠해진 조금 넓은 길과 한적하고 좁은 골목은 아예 다른 도시 인양 많이 다른 분위기이다. 시간이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 도시는 관광객들 연령대 또한 전반적으로 높아 보였다. 괜히 나도 걸음이 느릿느릿해졌다.


제일 첫 번째 목적지는 성 올라프 교회(Oleviste Kogudus). 입장료를 내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워낙 계단이 좁아서 중간중간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잠시 멈추면 뒤에 줄지어 올라가던 사람들도 숨을 고르고. 천천히 조금씩 오르다 보니 꼭대기가 나왔다.


성 올라프 교회에 올라,
내려다보는 탈린의 전경

와, 내가 이 풍경을 보고 이 곳에 오고 싶었지. 지붕의 묵직한 벽돌색 덕분에 거리에서 본 풍경보다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바닥에 깔린 돌 색이 어두워서 그런지 기분 좋게 축축한 느낌도 좀 있는 것 같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 느낌은 동유럽에 가깝지 않을까. 성곽 안팎이 이토록 차이가 크니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한창을 머물다가 내려갔다.


@Taliinn, Estonia
@Taliinn, Estonia
@Taliinn, Estonia



걷고 또 걷는 탈린의 아침

 

점점 사람이 붐비기 시작하고,
각종 상점들이 문을 열고, 노상 판매가 시작된다.

성 올라프 교회에 올라갔다오니 거리에 사람이 많아져있었다. 닫혀있던 상점들이 영업을 시작하고, 곳곳에서 간식이나 음료수 노상 판매가 시작되는 시간. 제일 보고 싶던 것을 보고도 아직 아침이네?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가 꽤 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헬싱키에 도착한 날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헬싱키로 좀 일찍 돌아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여운 간판-1
귀여운 간판-2

신발 가게에는 신발이 달려있고, 꿀 가게에는 꿀이 달려있고, 모자 가게에는 모자가 달려있다. 너무 귀여워서 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밤에 사람들이 다니질 않으니 네온사인도 필요 없고, 좁은 골목이 요리조리 꼬여있으니 간판을 전면이 아닌 벽 측면으로 간판이 대롱대롱 달려있다.


잠시 들린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지도 공부

탈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온 것은 아니라서, 지도를 볼 시간이 필요했다. 걷고 또 걷다가 적당해 보이는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여기저기 동그라미 치며 동선을 정해보았다. 기온도 많이 높고 햇살이 따뜻해서 오고 있던 감기도 잠시 쉬어주는 기분이었다. 탈린의 전경을 너무 일찍 봐 버리고 나니, 이제 걷는 것만 남았구나 싶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구석구석 다 걸어볼까.


@Taliinn, Estonia
@Taliinn, Estonia

점심시간에 가까워지니 단체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분명 식당들이 붐빌 테니 점심 먹기 전에 기념품 쇼핑을 먼저 하기로 했다. 탈린이 수공예 소품들이 예쁜 게 많다고 들어서 잔뜩 기대하고 기념품샵을 전부 다 들어가 보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상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상점인데, 구글맵을 아무리 뒤져도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걸었던 길을 되새겨보며 거리뷰까지 한창 봤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모든 골목을 다 뒤져보면 결국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시간 날 때 한번 더 뒤져봐야겠다.


탐나지만 내려놓은 원목 도마
탐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드로잉이 예뻐서 집어온 씨앗 엽서.

원목을 깎아서 만든 도마와 주방제품들이 가장 탐났는데, 무게를 생각하면 아니다 싶어서 내려놨다. 드로잉이 예쁜 엽서들이 많았는데,  투박한 종이 질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고심해서 고른 씨앗 엽서를 엄마에게 선물로 드렸는데 웃기게도 웬 잡초를 사 왔냐고.. 알고 보니 한국에선 깔리고 깔린 잡초 씨앗이었다. 탈린에서는 일부러 심는 풀이 었던 걸까.


거칠고 투박한 성곽
팔짱을 끼고 걷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예쁘다.

점심식사 피크 시간대를 벗어난 후, 성곽을 따라 걸으며 미리 봐둔 식당으로 향했다. 어떤 맛일지 궁금했던 순록고기와 맥주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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