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술의 친구
지금까지 술잔을 들어 부딪히며 말하던 가장 흔한 건배사부터, 신년회, 송년회마다 센스를 갖춘 건배사들을 기억해본다.
<Bravo!>, <위하여!>, <힘내(Cheer UP! )>을 제일 많이 외쳤던 것 같다. 매번 무엇을 위하고, 얼마나 더 힘을 내야 했기에 그렇게 외치며 마셨을까? 기억나는 센스 있는 건배사로는 <이 멤버! 리멤버!> 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이 건배사는 지인들끼리의 술자리 마지막을 늘 장식했다.
단무지 : '단'순하게~ '무'식 하게 ~ '지'금부터
청바지 :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지화자 : '지'금부터 '화'끈 하게 이 '자'리를!
통통통 :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아나바다 : '아'끼지 마라! '나'누지 마라! '바'닥까지 마셔라! '다'시 또 한잔!
우아미 : '우'아하고 '아'름다움 '미'래를 위하여!
119 : '1'가지 술로 '1'차까지 만 하고 '9'시 전에 집에 가자!
사이다 : '사'랑을 '이' 술잔에 담아 '다' 함께 원샷!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고, 인터넷도 찾아본다. 줄임말 건배사들의 표현이 정말 많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 본다. 처음은 참 재미있고 센스 있는 표현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 세 번 곱씹어 읽다 보니, 표현들의 의미가 대부분 다가올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하여 모두 마시자고 한다. 오늘만 사는 사람들처럼, 지금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깨끗이 머리를 비울 정도로 마음껏 마시자고 한다.
"제가 정말 퇴사를 하네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 모두 Thank you! "
그동안의 그 많은 술자리와는 다르게 송별회 건배사는 " 감사합니다, Thank You "이다.
오랫동안 몸담아온 회사를 떠나는 서운함과 섭섭함보다는 그 세월의 감사함을 더욱 깊은 날로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졸업을 해방이라며 축하와 진심 서운함이 함께 공조하던 마지막 직장인으로서의 술자리가 끝이 났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방 속 빼꼼히 병뚜껑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면서, 울컥해진다.
기쁘고, 힘들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고! 그 많고 많았던 회사생활 컷들이 순간 필름에 감기듯 휘리릭 눈앞을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한 컷 한 컷마다 인사를 한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Thank you!, Thank you!"
송별회 마지막 건배사를 외치는 내 모습이 엔딩컷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정말 잘했어!
정말 수고했다! "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술의 독백]
"감사합니다.
Thank You! "
Y가 회사 송별회의
마지막 건배사를 외친다.
농담 반, 장난 반
남은 술이 아깝다며 그녀가
나를 가방에 넣었다.
택시를 기다리던 Y 가 가방을 보며 말한다.
"오 너 남았네? 술친구 "
"THANK YOU! 술친구 "
목소리가 커서 지나가던 사람이 그녀를 흘깃 쳐다본다.
Y가 정말 취했나 보다.
부끄럼도 없이, 또 크게 말을 한다.
"THANK YOU! "
"THANK YOU! "
"THANK YOU! "
.
.
.
.
"오랫동안 정말 잘했어!
"정말 수고했다! "
친구!
나한테 한 말이 아니네.
뻘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