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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Apr 13. 2024

한 달 만에 중쇄를 찍었습니다

<어쩌다 편의점> 역주행 출간기 2-3편(교정)

한 해 동안 출간되는 신간은 약 6만여 권. 그중 중쇄를 찍는 책은 20%가 채 안된다고 한다. <어쩌다 편의점>은 3월 4일 1쇄를 찍고 4월 8일 2쇄를 찍었다.

(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0^ 배꼽인사 꾸벅!)


봄바람에 실려온 중쇄 소식은 기쁨보다 얼떨떨함이 더 컸다. ', 벌써 봄이 온 건가? 헉, 진짜 중쇄를 찍은 건가?'라는 미체감의 당혹감. 책을 내기 전엔 출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고 책을 내고 나서는 중쇄만 찍어도 소원이 없겠다 했더랬다. 중쇄를 찍었으니 올해(아니, 향후 3년 치까지) 운을 이미 다 쓴 거겠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쇄를 목표로 하세요?'란 질문을 받았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니 에라 모르겠다~ '10쇄요'라고 말했다. 나중에 진짜 10쇄까지 찍으면 브런치에 10쇄기(발음에 주의해 주세요)도 남겨야지!

(암튼 이건 출간기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출간을 위한 교정은 글만 고치는 게 다가 아니었다. 원고 교 진행되는 동안 책이라는 물성을 가진 하나의 개체를 만들위한 다른 들도 분주하게 이루어졌다. 그중 하나가 추천사였다. 서점에 갈 때마다 궁금했었다. 저 책들은 어떻게 저렇게 유명한 사람들의 추천사를 달고 나오는 것일까? 맥 쩐다.


아니나 다를까 교정에 들어가며 편집자님이 물어보셨다. '혹시 추천사를 써주실 분이 계신가요?' 반드시 추천사를 넣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꼭 넣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예전부터 에 대한 워너비 로망이 있었기에-꼭 추천사를 넣고 싶었다. 나에게 추천사는 고깃집에서 꼭 먹어보고 싶은 특수 부위 같은 것이었다.

  

작가의 지인이어도 되고 일면식조차 없지만 특별히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출판사에서 직접 컨택해 추천사를 받아 본다고 했다. !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어도 유명인의 추천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하니 한결 부담이 덜했다. 음.. 누가 좋을까? 편의점 에세이니까 편의점과 관련된 한 분, 에세이와 관련된 한 분을 모시고 싶었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편의점에서는 평소 업무적으로 친분이 있는 한겨레 유선희 기자님, 에세이에서는 국내 출판계의 인플루언서이신 김혼비 작가님을 떠올렸다. 출판사가 직접 요청을 한다고 했지만 내가 먼저 메일로 연락을 취했다. 그게 예의인 것 같아서.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두 분께서는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시겠다고 했다.


어림 짐작해도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게 바쁘신 분들인데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수락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고마움을 전하기에 한참이나 모자랐다. 두 분은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읽어 보시고는 나의 원고 보다도 더 빛나는 추천사를 써주셨고 '괜한 말이 아니라 진짜로 책이 재밌다'며 히트 예감의 감사평까지 내게 별도로 전해 주셨다. 진정 추천사의 천사님들이었다. 아내는 '오빠 책 보다 두 분의 추천사가 적힌 띠지가 더 값어치 있다'라고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평을 해줬다. 기분은 뭔가 구리지만 인정!


다음은 표지를 포함한 일러스트 차례였다. 사실, 첫째 처제가 취미로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그림체가-나의 아전인수 색안경으론-굉장히 수준급이라 가족 찬스를 써볼까 했었다. 그런데 처제는 현업에 바빠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 결국 출판사에서 유명 일러스트 작가님 몇 분께 청탁을 했다. 놀랍게도 윤예지 작가님께서 내 책에 귀한 손을 보태주셨다. 윤작가님은 MBC <라디오 스타> 로고도 만드시고 출판, 광고, 포스트 등 다방면에서 엄청난 레퍼런스를 가지신 분이셨다. 역시나 출간 이후 일러스트가 예쁘고 귀엽다는 리뷰가 엄청 많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윤예지 작가님.

4월 교보문고 New & Hot에 선정된 후에 다시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었다.

표지는 독자들에게 보이는 첫인상이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출판사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 디자이너 분들을 보유하고 있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여러 시안 중 노란색 표지가 선정됐다. 책이 나오고 주변인 중에 'CU 다니면서 왜 표지를 보라색으로 하지 않았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허~ 이런 편협한 시각 좀 보시게. 이건 에세이지 회사 팸플릿이 아니라구욧. 그럼에도 출판사에서 센스 있게 표지 바로 다음 속지를 보라색으로 넣어주셨다고 하니 깔깔깔 사람들이 더 재밌어했다. 향후 연작이 있을지 모르지만 보라색은 나름 책 속의 이스트에그라  수 있다. 그 외 책의 바코드도 편의점에서 파는 상품 바코드를 형상화하고 뒷면의 가격 표시(어쩌다 편의점 1개 17,500원)도 실제 영수증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책의 제목은 마지막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최초 투고한 '여기, 나와 당신의 일상'부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안들을 두고 논의에 논의를 이어갔다. 내가 제안한 제목들은

<ver 1: '편의점' 이야기에 집중>
- 편의점이 조크든요
- 기쁜 우리 편의점
- 편의점에서 이토록 설렘
<ver 2: 좀 더 넓게, '일상' 이야기를 포괄>
- 모든 평범인들의 근황
- 아주 작은 나의 유니버스

- 반경 100미터의 이야기

가 있었다.


이중 내가 가장 밀었 건 '편의점이 조크든요'였다. 일단 편의점이 좋아서 쓴 글이고  나의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도 그랬으면 하바람이었다. 특히,  것 그대로의 감정이 편의점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얼마 후 출판사에서 논의에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제목은 바로바로~ '어쩌다 편의점'이었다. '아.. 넵!' 나는 출판 전문가들의 의견에 적극 따르기로 했다.


책에 있는 '어쩌다 우연, 아무튼 인연' 글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고 요즘 다른 책이나 방송에서 '어쩌다' 저쩌구가 많으니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제목으로 가장 조크든요라는 결론이었다. 보자 보자 하니 쉽고 깔끔하고 명확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책을 접한 많은 독자 분들이 <어쩌다 편의점>을 아무튼 시리즈랑 헷갈려한다는 점이다. 후훗. 제 책은 어쩌다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조립되어 어쩌다 <어쩌다 편의점>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짜잔~

SBS 뉴스 <문화 현장>에도 소개가 되었답니다

https://naver.me/51aW31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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