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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재성 작가 Feb 12. 2018

나이에 걸맞는 성취

내가 살며 불어넣는 숨이 '성취의 풍선'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

살아가면서 나이 자체에 대해서 의미를 둔 적은 있으나 나이 자체가 자랑스럽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이듦'을 처음으로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는 '민증 발급' 시절에도,

군대를 다녀온 다음 남자들이 맞이하는 '복학생'때에도,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지만 25세가 넘어 '꺾였다'라는 말을 들을 때도,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며 계란 한판 이라는 놀림을 받을 때도,

30대 중반의 끝자락을 지니며 이제는 나보다 열살 넘게 차이나는 사람들에게 가끔 '생신'축하한단 소릴 듣고 '연세'가 어찌 되냐는 말을 들으며 '젊어보여요'라는 말에 웃으며 농담으로 '저 지금도 젊어요. 어리지 않을 뿐이에요' 라는 말을 하는 때에도 역시.

그래서 앞으로도 내가 지금의 서른 여섯이든, 더더 나이를 먹어 여든여섯이 되더라도 내 나이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유치한 변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되려 내가 '내 현재 나이에 걸맞는 수준의 성취를 이루지 못할까봐' 지독히 두려워하고 그것을 무서워 했다. 아니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 생각은 내 삶을 영원히 지배하는 한가지 원칙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고등학생때 장학금 받은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자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것을 자랑할 수 있는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운이 좋아 원하던 대학에 진학한 것 역시 당시의 성취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가끔씩 다른 분들이 나에 대해 '쟤 서울대 출신이야' 라고 말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아직도 '서울대생' '서울대출신'이 나를 대표하는 수식어라면 나는 10년도 넘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 한 사람 같잖아.

그 이후에 운이 좋아 내가 가지게 된 다양한 수식어들과 거쳐간 곳들. 그것들이 내가 거쳐간 자취가 될 수 있을 지언정 그 수식어가 결코 나를 오래 수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퇴사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도 나는 누군가에게 '맥킨지 출신' '전직 맥킨지 컨설턴트'이다. 이것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간 성취이기도 하다. 나는 지나간 성취가 나를 오랜 기간 수식하게끔 만들고 싶지 않다. 단지 그것 뿐이다.

첫번째 책을 집필한 것은 스물 아홉. 출간한 것은 서른이었다. 당시에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기술서를 집필한 사람이었다. 책이 만든 성과도 적지는 않았다. 첫 책이 4쇄까지 인쇄되고, 다양한 대학교의 전공교재/ 교양 교재로 채택 된 것은 사실 큰 성과다.

하지만 두번째 판을 내놓는데 까지 무려 5년이나 걸렸다. 나는 이 5년간 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성취가 없었음에 지독히도 불안해 했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마침내 2판을 탈고하고 훨씬 두터워진 새책을 받아 든 순간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다시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성취를 손에 쥐게 되었구나.'

내가 얼만큼 숨을 불어넣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숨을 불어넣은 내 삶이 만들어가는 성취의 부피와 그 Quality가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

나이에 비례한 성취와 이룸.

이것이 내가 평생 놓고 싶지 않은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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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