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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Jul 31. 2019

전체와 본질을 봐야 하는 이유

총론을 아우르고 원칙이 있어야 각론도 적용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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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창 시절 공부했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과목은 단연코 수학이다. 

그도 당연히 그럴것이, 당연히 가장 드라마틱하게 점수가 변화했고 실제로 가장 많이 노력을 기울였던 과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과목은 사회탐구/ 과학 탐구 영역이다.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올렸는지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당시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은 총점이 120점 만점이었는데 고 3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100점 고지를 넘어본 적이 한번 정도 였던거 같다. 그것도 102점 정도 턱걸이 수준의 점수였다.

수학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수학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이었는지는 이 글을 참고하시길) 수학만큼 시간 투자를 한 것은 아니지만, 성적을 올릴 필요성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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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수험생활 관련된 내용을 읽었고, 사회탐구/ 과학탐구에는 '오답노트'가 있으면 좋다는 조언을 듣고 실천에 옮겼다.


틀린 문제를 오려 붙이고, 해설을 오려 붙이고.. 그런데 이상했다.

오답노트를 하라고 해서 하기는 하는데, 이게 어떻게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직접적으로 연결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철학에서 성리학 관련 문제가 나왔다. 그 부분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해서 틀렸다. 아 이제 이 부분은 오답노트에 붙임으로써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시험에서 또 같은 문제가 똑같이 나올리가 없지 않나? 한국 철학 관련해서 또 다른 문제가 나와도 나는 또 틀리고 있었다. 내가 이해한 범주 만으로는 다른 쪽에 응용을 해서 문제를 맞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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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을 몇 차례 겪은 이후, 나는 오답 노트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었다.

예를 들어 성리학과 관련된 문제가 나와서 틀렸다고 가정하면, 나는 내가 틀린 문제와 해설지의 답을 붙이고, 노트의 남은 공간에 '한국철학 단원 전체'를 모두 빼곡하게 적어놓았다. 그리고 시험 보기 전 이 노트를 다시 읽고 시험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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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당시 사회탐구/ 과학탐구 문제는 어떤 철학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 외의 다른 철학과 관련된 내용을 끼워 넣어 '틀린 설명'을 찾게 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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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틀린 문제를 보면, 일단 지문에 나온 철학에 대한 일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틀린 설명. 즉 다른 철학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의하지 않으면 그 다른 철학에 대한 설명이 내가 틀린 '성리학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정도로 짚고 넘어가는 데에서 그치지, '그래서 이건 어느 철학에 대한 설명이다' 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설령 그 틀린 문제를 100% 완전히 이해하고 외웠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문제는 '성리학'과 '성리학이 아닌 다른 철학'의 극히 일부분만을 담고 있을 뿐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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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특정 단원에서 틀린 문제가 나오면 그 단원 전체를 필사 하기 시작했다. 동양철학에서 문제를 틀리면 동양철학 전체를, 서양 철학 전체에서 틀리면 서양 철학 전체를 노트에 빼곡히 적었다. 그럼 오답 노트를 보면서 그 단원 전체를 반복해서 훑는 작업이 가능했다. 물론, 오답 노트에 페이지를 붙여놓고 만약 실수로 과거 앞에서 필사를 했던 단원 내에서 틀리는 일이 생기면 해당 페이지를 참고하라고 짤막하게 적어두어 똑같은 필사를 하며 시간 낭비하는 경우를 없앴다. (동일한 내용 필사는 한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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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몇달 진행하고 나니 성적이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로 수능을 보기 전까지 사회탐구 / 과학탐구 영역은 줄곧 116-120점대를 유지했다. 한두개 틀리거나 다 맞는 점수였다. 지속적으로 틀린 문제가 쌓이자 자연스레 내 오답노트는 전체를 모두 아우르는 노트가 되었다. 그리고 반복 학습을 하다 보니 그 많은 내용도 점차 순식간에 훑고 지나가는 일이 가능해졌다. 전체를 모두 알고 본질에 대해 이해를 하니 점수가 오르는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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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삶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서 글을 종종 자주 쓰는 사람이다. (논외의 이야기지만, 나는 내가 사는 방식이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 방식에 어느정도 동의해 주시는 분들만 참고해 주시면 되며, 나와 삶의 방향성이 다르신 분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다시 밝힌다. 즉, 모두가 열심히 살 필요 없고 열심히 살지 않아도 좋은 삶이다. 다만 열심히 살지 않으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결과물을 마냥 부러워만 하는 삶을 배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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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하게 번호를 붙여서 쓰는 글은 소위 '뼈 때리는 글'로 주변 분들에게 불리며, 동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다른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일은 글을 쓰는 이유이자 큰 즐거움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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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순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공감을 해주는 것에서 멈추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 상황은 잘 알겠고, 이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나는 내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하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내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글은 앞서 이야기 했던 '모의고사에 출제 된 한개의 시험 문제' 같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글 만으로는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글을 곧바로 내 현실에 적용하려면 쉽게 되지 않을 수 있다. 성리학과 관련된 보기를 고작 네개 읽어놓고 양명학을 모두 이해할 수 없는건 당연하거니와, 성리학의 일부분만을 읽었으니 성리학 자체도 전부 이해할 수 없는건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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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나는 내가 쓰는 글에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거론하지만, 본질의 중요성을 말 하는 일과 본질 자체를 말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짧은 길이의 글 만으로는 결코 그 본질의 전체를 말할 수 없다. 본질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쓰려면 그 방식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신문 같은 곳에 올리는 칼럼 형식이 아니라 '한권의 책' 형식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내가 다루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원론과 총론'. 즉 본질의 전부를 담기 위해 책 이라는 형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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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질을 일일이 아는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즉각적인 변화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순간의 자극과 현상에 몰두한다.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거부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동영상에 열광하고 잠시 즐거운 컨텐츠에 더 몰입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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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해, 혹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짤막한 소셜미디어 글을 읽음으로써 

순간적으로 가려운 등을 긁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본질을 깨닫게 할 수는 없다. 그냥 한개의 시험 문제에 나온 보기와 지문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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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나, 칼럼이나,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글은 즉시성을 가지고, 순간 내가 무언가 깨달은 듯한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일은 문제 보고 해설을 읽고 넘어가는 행동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내가 본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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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깊이 탐구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를 깊이 다룬 책이나 연구 자료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본질에 대한 학습이 어느정도 일어나면, 이후에 내가 자주 보았던 단편적인 현상들도 본질에 유추하여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내가 전세계 사람들의 모든 행동 양식을 어떻게 다 파악하고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나에게 상담을 해 올 때 솔루션 혹은 솔루션에 가까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행동' 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내가 본질을 파악하고자 깊이 관여하고 연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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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내가 쓰고 있는 책과 관련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주제든, 즉시성을 지니는 매체에서 나오는 글 만으로는 결코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진정으로 알고 싶은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본질에 대한 탐구가 이뤄져야 한다.

토익 학원에 가면 문제 풀이 기술로 점수는 올려주지만 그렇게 얻은 점수가 실제 영어 실력의 향상과 일치하지 않듯, 순간의 문제를 모면하는 일이 늘어난다 해서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는 결코 깊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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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시각 만으로는 결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본질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상황이 조금만 변화하여 다가 오더라도 당신은 또 주저앉게 될 것이다.

조금은 오래 걸리고 당장은 티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의 체질을 바꾸고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뛰어난 사람들이 거의 모든 케이스에 대응이 가능한 이유는, 

실제로 그가 모든 케이스를 다 알고 있어서가 아니다.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연습했기 때문이다.


본질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이제부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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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저서: 『뭘 해도 잘 되는 사람들의 비밀』 (평단, 2021)『슈퍼업무력 ARTS』 (도서출판 이새, 2020) 『행동의 완결』(안나푸르나, 2019)과 에이콘출판사에서 펴낸 『퍼펙트 프리젠테이션』(2012),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2017), 『퍼펙트 슬라이드 클리닉』(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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