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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Apr 01. 2020

거짓말처럼.

20여년을 기다려온 나의 진정한 처음

1.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삶에 음악은 전부까진 아니어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한 때 가수를, 아니 정확히는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인들의 축가로 대신해왔다. 물론 고마운 기억이자 소중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어리고 젊은 시절의 꿈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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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흔히 노래를 조금 한다고 하면 '대학생 때 밴드 했어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무수히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아니다.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첫째 이유는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둘째 이유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나는 그게 싫었다. '내 노래 자체'를 들으러 와주는게 아니라 나와 친분이 있기에 와주는 그 상황이 미안했고 싫었다. 난 끝내 학창시절 내내 밴드 보컬을 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했다. '나' 라는 사람을 알아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역량'과 '컨텐츠' 만으로 열광해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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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끄적대며 작곡을 한 적이 있다. 완성본은 이번 곡을 제외하고 두어곡, 끄적대다 멜로디가 이어지지 않아 사장시킨 곡은 열곡이 조금 넘는다. 어릴 적 오락실 오락기계 앞에서 마지막 동전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며 매만지던 심정으로 망설여졌다. 이 정도로 괜찮을까. 이정도로 가능할까. 그렇게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일주일에 두세번 이상 수없이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고 꽤 유명한 소속사에서 도장을 찍자고 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거절했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다 개인적 사유로 포기해야 했던, 다니던 직장 마다 꼭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뭐라도 상을 받아오던 그 시절들이 나가며 꼬박 20여년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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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살며 참 '경제적으로' 살았다. 돈을 별로 안 쓰고 많은 일을 했다. 과외 한 번 안하고 대학에 갔고, 대학 내내 학원 한 번 다닌 적 없었다. 어학연수 다녀온 적 없이 영어를 했고, 다른 사람들은 일생에 자가출판 형식으로 돈을 들여가며 쓰는 책을 돈을 받아가며 벌써 네 권을 썼다. 어찌 보면 경제적 인간이고, 어찌 보면 남들 보기에는 능력이 괜찮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곡은 내가 처음으로 '돈 벌 생각 아예 안하고' 만든, 돈만 쓴 곡이다. 남들 자가출판하듯, 한 번은 나만을 위해서 꼭 꼭 쓰고 싶었다. 이런 비용을 말이다. 이 곡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냥 사람들이 들어주고 곡 좋다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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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0여명 넘는 분들의 결혼을 축하하며 불렀던 노래로는 모든게 풀리지 않았다. 일관적으로 축하의 노래만 기쁨의 노래만 부르는게 맞나 싶었다. 어떤 사람이든 슬플때도 기쁠때도 있는데, 이 상태 대로면 나는 평생 행복한 노래만 불러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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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러나 자신은 없었다. 남의 노래를 그럴듯한 스튜디오에서도 불러보고 해외 광장 한복판에서도 불러보고 수백명이 운집한 펍에서도 불러 기립 박수도 받고 천명 넘는 인파 속에서도 불러봤다. 그래도 내 노래가 없었다. 내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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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실 가장 가슴속에서 풀리지 않았던 한이 20여년 쌓여 내려왔다. '나'를 보고 와준 사람들인 적이 있었고, 우연히 모인 자리에서 주목 받은 적이 있었지만 '내 노래'를 듣기 위해 모여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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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렇게 기회를 접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걸 하기로 다짐했다. 누군가 보시기엔 일개 아마추어의 학예회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보컬이자 작사작곡자인 나만 아마추어일 뿐 나를 제외한 모든 분들은 베테랑 프로페셔널이 참여했다. 보컬 트레이너는 유수의 아이돌을 지도하시는 분이시고, 프로듀서는 우리가 즐겨 듣고 보는 드라마와 음악 프로그램의 편곡자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해왔다. 심지어 내 곡을 편곡해주신 분은 아시아 전역에서 유명한 보이그룹의 유명곡을 작곡하신 작곡자시다.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을 만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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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김재성 이라는 자연인을 지워도 이 곡을 들어줄 수 있는 분이 있기를 바랐다. 내가 무슨 수백곡을 전문 작곡한 작곡가는 아니고, 당연히 내 나이에서 나올 감성이 요즘 10대 20대의 감성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어때서. 최고의 전문가들과 나는 정말 최선을 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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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늘은 '거짓말처럼' 내게 그런 일이 시작된 날이다. 20년간 응어리졌던 한을 조금이라도 풀기 시작한 날. 나를 알아서 억지로 '들어주는' 곡이 아닌 모르는 사람도 우연히 들었을 때 '괜찮은데?'라고 할만한 곡을 만들고 연습하여 세상에 내어놓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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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제목처럼, 나에겐 오늘이 '거짓말처럼' 멋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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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곡을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여러분들께 이 곡을 내어놓는데 까지 20년이 걸렸어요.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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