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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Feb 02. 2021

'클럽 하우스'는 과연 살아 남을까?

새로움과 익숙함, 힙함과 식상함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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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에 기업 가치는 1조원을 돌파하고, 실제 일론 머스크의 참여로 수백개의 방이 폭파되는데도 중계방까지 만들어졌던 클럽하우스. 이 폭발적인 서비스의 발전에 한국 유저들도 들썩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한걸까? 과연 이 현상은 지속될까?


그리고, 한국에서 이 현상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총평: 일론 머스크는 모닥불에 너무 빠르게 기름을 부어버렸다.


클럽하우스는 기존의 영상 통화나 데이팅 앱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름을 제공했다. 오로지 음성 기반으로 동작하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선택하면 그에 맞는 방을 추천해준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듣기만 할수도 있고, 참여하는 사람이 스피커로 올려주면 그 때부터 말을 할 수 있다. 음소거도 가능하고, 맘에 드는 사람들과는 인스타나 트위터처럼 '맞팔'을 할 수도 있다.


왜 떴을까?

클럽 하우스가 주목받는 서비스가 되었더라도 이렇게 글로벌 서비스를 폭발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영상 기반이 아닌 음성 기반의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화질과 음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영상 대비 음성은 훨씬 더 적은 트래픽을 유발한다. 같은 서비스가 영상으로 출시되었다면 주목을 받기도 어려웠겠지만 주목을 받았더라도 이렇게 폭발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일개 스타트업이 서버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체 서버라면 터졌을 것이고 클라우드 기반이라면 계약 허용량을 한참 초과하여 서비스가 셧다운 되었을 것이다. 텍스트 다음으로 트래픽을 적게 먹는 음성으로 시작했기에 엄청난 속도의 서비스 확대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게 식상해지니 식상해진게 새로워지다

뉴트로 열풍이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인간사는 돌고 돌게 되어 있다. 떠먹는 요구르트가 당연하던 시절 마시는 요구르트가 나오더니 다시 떠먹는 요구르트가 새로운 것인 것 마냥 포장되어 유통된다. 생각해보면 100원짜리 요구르트는 원래 마시는 요구르트였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이라며 떠먹는 요구르트(요x레)가 나오고, 그 Form이 오랜 시간 자리를 잡자 마시는 요구르트가 새로운 것인것 마냥 포지셔닝 되어 나왔다. 결국엔 돌고 도는 것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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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턴가 멀티미디어 사용이 너무 당연한 세상에 살게 되었다.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으면 음성은 물론 사진과 영상을 마음껏 보고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심지어 이젠 비행기 에서도 와이파이가 작동하여 그 사이에도 언제나 네트워크가 동작하고, 구글이 잠시 서비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인간이 얼마나 인터넷 서비스에 의존했었는지 깨달을 수 있을 만큼이나 멀티미디어 소비는 일상이자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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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클럽 하우스는 그 중에서 영상 텍스트 다 빼고 오로지 음성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 새로운데 일부만 남긴 서비스니 새롭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메신저는 처음에는 텍스트만 쓰다 점차 사진전송 동영상 전송 음성 메시지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과정인데, 그게 시작점이 텍스트였을 뿐이고 보이스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몇가지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고는 하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누군가가 초대권을 주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그건 과거 티스토리에서도 사용했었던 방식이다. 결국 지금에야 구하기 어렵지만 허니버터칩 마냥 나중에는 초대권이 넘쳐날 것이다. 본질은 돌고 돌아 선보인 뉴트로 서비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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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와 네트워크 과부하 그리고 니치 마켓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세계 네트워크 사용량은 급증했다. 그 전에는 대면으로 해결하던 모든 일들을 비대면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각종 온라인 도구는 사용량이 폭증했고 이는 네트워크 트래픽의 폭증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한국이나 선진국에서야 이런 네트워크 폭증에 어느정도 대비가 되어 있고 5G라는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어 어느정도 대응이 가능했으나, 제 3세계에서도 이런 대응이 가능했을까? 그렇지 않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강력한 멀티미디어를 탑재한 서비스는 양적 팽창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음성 서비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서비스는 아직 닿지 않은 마켓에 순식간에 도달하여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갈 것이다. 모두가 최첨단을 추구할 때 단순함으로 승부해서 세상을 뒤집어 버린 게임의 강자 닌텐도 처럼, 클럽 하우스는 이런 니치 마켓을 메이저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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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건가? 아니 사실은 불편한 것


오로지 음성으로만 이야기 나누는 클럽하우스에서 '박수 치는 법'을 알고 있는가? 바보같이 두 손을 직접 사용할 생각하지 말아라. 음소거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러가며 표현하는 것이 박수다. 멋진 말을 했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걸 안다는 것 자체가 '힙함'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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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보자. 이게 힙한 일인가? 아니다 엄청나게 불편한 일이다. 텍스트로 써도 되고 이모티콘 보내도 될 일을 음소거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 일 '따위'로 대체 하다니. 지금이야 이게 힙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사람은 편리함에 기대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실제로 클럽하우스 역시 텍스트 기능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언론 기사들의 추측이 따라오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메신저와 다를게 없다. 이미 UI에 익숙하고 사용성이 훨씬 발전되어 있는 거대 메신저들을 뚫고 클럽 하우스가 한 시장을 꿰어 찰 수 있을까? 네트워크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나라라면 모를까, 선진국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새로움이 식상함이 될 때 서비스는 중대 기로를 맞이한다

클럽하우스는 갑자기 떴다가 사라진 무수한 화제 인물처럼 순식간에 소비될 것이다. 기능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 단순한 기능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고 유저가 이탈하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나? 기능을 더 탑재해야 하나?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대로 놔두어서는 서비스는 아주 빠르게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일론머스크가 1년 뒤에도 클럽 하우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돌파할 수 있는 답이 무언지는 나 역시 모른다. 하지만 그 돌파점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1년 뒤 그런 서비스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또다른 도전: 클럽하우스의 경쟁자는 데이팅 앱, 결국엔 넷플릭스와 유튜브

IT가 발전하면서 세상 모든 비즈니스는 유저의 시간을 뺏는 것이 서비스의 경쟁력이 되었다. 클럽하우스의 잠재적 경쟁자는 누구일까? 단기적으로는 데이팅 앱이다. 지금이야 고상한 이야기로 가득 찬 클럽하우스지만 초대자가 늘어나고, 디지털 자산인 동시에 무한 증식이 가능한 초대권이 계속 퍼지면 결국 화제 거리는 인류 본연의 것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결국 이성과의 대화, 데이팅이 목적인 사람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이 앱은 결국 틴더 등의 데이팅 어플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 때 1차적인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간다면 무엇과 경쟁하게 될까? 그렇다 시간 잡아먹기 끝판왕인 넷플릭스 유튜브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말을 한다는건 그 말이 어떤 종류든 생산 활동이다. 소비에 최적화 되어 있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생산해야 하는 플랫폼인 클럽하우스가 이길 수 있을까? 클럽하우스의 오랜 성장에 부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는? 가장 빨리 사라지는 서비스가 될 것

화제가 되고 있는 서비스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 하는게 나도 내키지는 않으나,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 그 어떤 소셜 미디어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지금은 보이스 기반의 서비스가 재밌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이 조짐은 오래 가지 않는다. 벌써부터 '이거 카톡 그룹콜이랑 뭐가 달라?' 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개방성은 이 플랫폼의 극대화 된 장점이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에겐 이제 자러 간다고 했던 사람이 다른 방 가서 조잘조잘 떠드는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쓸데없는 박탈감은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느끼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예의 차린다고 다른 방 보러 간다고 말도 못하는 문화까지 더해져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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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멀티미디어에 익숙했던 사람들. 생산보다 소비가 더 쉽다는 것을 체득한 한국 소비자들에게게 오랜기간 선택 받는 서비스가 되지는 못하리라 본다. 아마도 1년이 지나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진입이 어려워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는 다른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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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의 출연이 세계적 거부이자 연예인 이상의 인지도를 가진 사람의 입에서 언급되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클럽하우스. 과연 클럽하우스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름을 왕창 부어버린 일론 머스크의 초년 성공의 저주를 딛고 승승장구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서비스 이용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서비스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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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 생활을 거쳐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담당했다. 저서로는 『슈퍼업무력 ARTS』 (도서출판 이새, 2020) 『행동의 완결』(안나푸르나, 2019)과 에이콘출판사에서 펴낸 『퍼펙트 프리젠테이션』(2012),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2017), 『퍼펙트 슬라이드 클리닉』(2020)이 있다.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은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직원 프리젠테이션 교재 및 다수의 수도권 대학에서 프리젠테이션 주교재로 채택돼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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