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말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
평소에도
'말을 했으면 지키고, 지키지 못할 말은 꺼내지 마라.'라는 것을 신념처럼 생각해 왔던 내게 있어
최근은 정말 참으로 많은 이유에서 '말의 무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나날이다.
1. 못 할 것 같으면 하지 말자.
보통 '빈 말'은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언제 한 번 보자'
'기회 되면 그렇게 하지'
등의 말들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끝내는 인사말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딱히 헤어질 말도 생각나지 않는데 오지않을 미래를 기약하며 대화를 끝내는 것. 어쩌면 이것 역시 굉장히 훌륭한 대화 스킬 중 하나일 것이다. 나도 굳이 만날 필요가 없거나 만나고 싶지는 않은 사람에겐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로 맺음하고 다신 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같은 사람에게 반복 되면 문제가 된다.
여러번 교류하게 되는 사람에게 '마음이 없으면서' 맺음말로 언제 한 번 보자 라고 말한다거나
올 생각도 없으면서 '이번에 못 가서 아쉽다' 등의 말을 '남발'하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한 두번은 인사치례로 끝날 수 있는 말도, 계속 반복되면 결국 당신을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2. 맺음이 아닌, 기대에 들떠 하는 말들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자
흔히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는 말이다. 수많은 약속을 만들고, 미래를 다짐하고, 장미빛 앞날을 꿈꾼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러한 일들이, 상당한 확률로 지켜지지 못하고 '말'로만 남곤 한다.
왜 그럴까? 처음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서는, 처음 무언가를 결심 할 때는, 처음 빛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이 하나도 막힘 없이 모두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다.
하지만 그 어떤 일도 결코 그렇게 예상한대로 평탄하고 순탄하게 가지 못 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한 말은 변하고, 달라지고, 퇴색한다.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우리는 처음 했던 아름답던 말을 잊게 되고, 결국 '지키지 못한 말'로 바뀌어져 버리는 것이다.
벅찬 미래가 있는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는가?
결연하게 결심했는가?
그 앞은 결코 반듯한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3. 침묵 하라는 말이 아니다.
말을 뱉음으로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처럼 될까봐, 뱉은 말을 지켜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라는 것이 이 글의 종착역은 아니다. 물론 너무 많은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오히려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말을 뱉었으면 (끝내 지켜내지 못할지언정) 그 말을 지켜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라는 것이다.
타인과 맺음말로 쓰는 '언제 한 번 보자'는 '기회가 된다면 보자' 라고 바꿀 수 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다면 '확실하진 않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보자' 정도도 좋다.
또는 '그냥 잘 지내고 있어' 정도도 훌륭한 맺음말이다.
결심을 했다면, 끝내 이루어내지 못할지언정 최선을 다 하자.
그 말을 지키려는 당신의 태도와 노력이, 그 말을 뱉은 당신와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4. 지키지 못했거나, 내 생각이 틀렸을 경우 사과 하는 용기도...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발언에는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최선을 다해도 끝내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조금 더 솔직하면 어떨까? 변명 말고, 숨지 말고. 진실되게 사과 한다면 어떨까 싶다.
사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우리는 누군가에게 크고 작게 파문을 일으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그 파문으로 인해 누군가가 아파한다면, 상처 받았다면, 또는 심적으로 괴롭거나, 불쾌하다면.
모든 것을 한 번에 아물어 주는 마법의 약은 아니더라도. 당신의 진실된 고백과 사과가
당신도 상대도 아물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5. 상대방에게는 조금 더 관용을.
당신이 말의 무게의 중요성을 안다 해서, 상대방도 그 모든 것을 알고 하는 말은 아닐것이다.
적당히 걸러 듣고 가려 듣고 감안해서 듣자.
그것은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너무 희망차던 모든 꿈과 미래가
상대방의 경솔함으로 인해 결국 현실로 다가오지 못했음을 깨달았을 때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아플 수 있게 해 주는 방어막이 되어 줄 테니 말이다.
상대방이 말한 장미빛 미래가, 상대방 예상대로 곧바로 펼쳐지지 않음을 상대가 알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 말을 지키려 노력해준다는 것을 느낄 때, 그 때부터 그 사람의 손을 꼭 잡아도 그리 늦지 않다.
말은 깃털보다 가벼워 공기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만,
그 말이 상대방에 닿았을 때. 결국 상대방의 가슴 안에서 엄청난 무게로 내려 앉는 다는 것을.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말일지언정,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