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글을 보았을 때 나에게 큰 감흥은 없었다. 사실 나는 이미 8권의 책을 상업 출판으로, 그리고 단독 집필로 내어 본 경험이 있는 기성 작가인 데다가, 그 책들이 그래도 꽤 괜찮은 성적들을 거두어 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가가 아닌 분들을 위한 등용문을 만들어 준다는 인상을 받아 마치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책을 출간해주는 사업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1기에는 출간 응모 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한 사항을 읽어보니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판매액의 3배를 이벤트 기간 동안 이라고 하더라도 인세로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 가만보자. 그럼 책을 한 권 팔면 오히려 손해보는 장사를 하겠다는 뜻 아닌가? 아니 대체 왜? 라는 반신반의의 성격으로 가벼운 책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지금껏 갈고 닦았던 필력이 있었기 때문일까? 켜켜이 모아두었던 글들을 잘 엮어서 '아프지만 필요한'이라는 책으로 묶어 제출했다. 솔직히 이 곳에 엄청난 정성을 들여서 도전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선정 될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정도의 생각이었다.

어찌 되었든, 내 이름을 건 책이 나오는 것 아닌가? 여러 권 책을 냈어도 새 책이 나오는 것은 갓 지은 밥을 마주하는 것처럼 행복하고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부터 얼룩소가 다른 보통 출판사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플레이 하는 것을 보며, 감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이 방향으로 출판시장을 혁신해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파격적으로 짧은 책 제작 기간

책을 한 권 만들려면 작가의 집필 기간이 끝나고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원고 분량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보통 최초 탈고 이후 아주 빨라야 1-2달, 보통은 3-4달이 걸려 편집과 교정을 마치고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소설이나 에세이라면 이런 시간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소식이 지면을 뒤덮는 상황에서 3달은 억겁과 같은 시간이다. 가장 단적으로 최초 GPT-4가 나왔을 때 내가 분석했던 글이 있는데 지금 그 글은 불과 작년에 쓴 글인데도 완전히 낡은 것이 되어 버렸다. 당시에는 이 글이 얼룩소 더 레이스에서 2등을 수상할 만큼 가치 있는 글이었으나 지금 이 글은 당시와 비교해 현저히 가치가 떨어져 버렸다. 이게 최근 출판 시장이 겪는 딜레마 중 하나인 것이다.

(당시의 글 : [GPT-4, 약점과 강점을 분석하고 실제로 활용해보기] https://alook.so/posts/XBt33xo)

얼룩소에서 다루고 있는 글들은 대부분 생명력이 길지 않은 짧은 글이다. 시사나 빠르게 소식을 전해야 하거나 트렌디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글은 대중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작에 신속함이 반드시 필요해진다. 얼룩소는 자신들의 플랫폼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서적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종이책으로 제작 될 기간을 줄여 eBook으로 만들고, 복잡하게 편집할 시간을 줄여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하고, 분량이 길든 짧은 그에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여 소비자들의 저항을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저항선에 대해서는 잠시 뒤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 보겠다)

나는 이렇게 나온 책에 ‘숏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이미 에어북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한 동영상 형식인 숏폼 처럼, 글이라서 사람들이 무조건 읽지 않는게 아니라 생명력있는 짧은 글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가설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2.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

과거 소리바다/냅스터등의 공짜 음원 사이트가 판 치던 시절 세상은 음악업에 종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소비자 중에는 그래도 돈을 주고 사줘야 생산자들이 음악활동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잖은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일부 계셨으나 대부분의 음악 소비자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들을만한 곡이 없는데 왜 우리가 그걸 돈 주고 사야하느냐?”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핑계 같지만 그 말이 반드시 맞았다고 하기엔 어렵다. 지금을 생각해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원 사이트 한 개씩은 가입을 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럼 소리바다 파동이 있었던 당시보다 지금이 ‘들을만한’ 음악이 훨씬 더 많아졌기에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당시 창착사 생태계에서는 이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교육’ ‘교화’라는 방법을 썼다. 열심히 TV CF에 출연하여 불법복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이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를 혁신하는 데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신규 요금제 도입이 있었다. 앨범 전체에 어떤 곡이 들어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시 기준으로 만원이 넘는 큰 돈을 내야 했던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줄만한 혁신이었다. 들어보고 좋으면 계속 들으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두면 된다. 소비자들이 들은 횟수 만큼 창작자들은 비용을 정산 받을 수 있어 창작자 생태계가 지켜지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얼룩소의 에어북은 바로 이런 기조를 그대로 가져 온 것과 같다. 구독 경제라는 측면에서 ㅁㄹ의 서재와 같은 서적 무한 구독 서비스가 있을 수 있으나, 음악과 달리 단 한 권의 책만 읽고 싶은데 실물책 한 권 수준의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책 구독 서비스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얼룩소에 등록된 책들은 (내 책을 비롯하여) 저렴하다. 상당히 저렴하다. 내 책의 경우는 겨우 3,000원이다. 내가 지금까지 냈던 책 중 가장 비쌌던 책과 비교하면 약 13배의 차이가 나는 엄청난 차이다. 누군가에게는 3만원 5만원이 큰 돈이 아닐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 장벽을 확 낮춤으로써 훨씬 더 많은 유저들이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유저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의 경우도 내 책 중 비싼 책은 주변에 권할 때도 ‘한 번 관심 가져봐 주세요’ 정도로 이야기 하지만 이번 책은 나오자 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링크를 보내며 ‘사줘’ 라고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몇만원은 부담스러워 할만한 사람들도 이정도는 해 주어야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구매해 주기 시작했다. 이는 독서층으 크게 확대 시키는 결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이정도를 가지고 얼룩소가 출판 업계에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왜 내가 이 현상과 이 움직임을 ‘혁신’이라고 부르는지,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얼룩소 에어북 베스트셀러 '아프지만 필요한'을 읽어보세요

구매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7183499

Yes24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5804046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7432224

리디북스 :

https://ridibooks.com/books/5541000065?_s=search&_q=%EC%96%BC%EB%A3%A9%EC%86%8C&_rdt_sid=search&_rdt_idx=6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