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lusclovisi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 작가 May 04. 2024

왜, Writable은 '비대면' 글쓰기 모임인가?


코로나 시국도 아닌 상황에서 아직도 비대면을 시행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Writable이 최초 시작 되었던 2018년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도 전이었다. 왜 이 모임은 비대면 글쓰기 모임으로 시작하였으며, 아직도 그 원칙을 고수하고 있을까?

.

사실 글쓰기 모임을 만들기 전, 나는 몇 곳의 독서 모임에 가입해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독서량이 많지 않았던 내가 억지로라도 독서를 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함과 동시에, 내가 읽는 책들의 장르가 한정되어 있는 것을 탈피하는, 소위 말해 '독서 편식'을 탈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는 그런 모임에서 좋은 지인들을 만나 내 인간관계의 양분을 주기 위해 이 세가지 이유가 있었다

.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두 달도 되지 않아 모든 독서 모임을 나가지 않게 되었다. 기대와 달랐고 매우 실망 스러웠기 때문이다.

.

그 중 결정적으로 내가 실망스러웠던 일은 다름 아닌 독서 모임에는 참여도 하지 않고 뒷풀이만 나와서 술만 마시고 돌아가는, 그 모임의 주류들이었다. 사실 청춘남여가 모여서 연애도 하고 썸도 타고 그게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런 일이 잘못 되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일은 본분에 우선적으로 충실한 다음에 있어야지, 오로지 이성을 찾기 위해서만 모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추하게 느껴졌다. 

.

그래서 '세상에 맘에 드는 차가 없어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창업자 이야기 처럼 나도 내가 직접 모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만 나는 독서 경력을 내세우긴 어려운 정도로 짧았기에 상업 출판을 해 본 경력을 살려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

우리는 만나지 않는 모임이 아니다. 모임이 끝나면 쫑파티를 하고, 그 이후에는 모든 기수가 모여서 어우러진다. 사람을 모으고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지속적으로 Writable 멤버들과 모여 친목을 다진다. 하지만 그러기 이전에 우리가 원래 모인 목적에 대해서 충실하자는게 나의 취지였다.

.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100일 동안 먹는 것에 굳이 비견 할 수 있을까? Writable 멤버들은 10주가 끝날 때 까지 서로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심지어 카카오톡 이름을 실명으로 해두지 않은 분은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을 찾고 누군가에게 집적대는 행동을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행이 지금까지는 단 한 건도 그런 일이 없었고 모임은 매우 클린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10개의 과제를 오롯이 마친 사람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그 이후에는 친목을 다지는 일을 '허가'받는 느낌으로 모임을 구성한 것이다. 이성을 찾고 싶으면 그런 걸 은근히 부추기는 다른 모임을 가면 된다. 굳이 10주나 인내해 가면서 이성을 여기서 꼭 만나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은 없다.

.

두 번째는 연령과 지역 격차의 해소였다.

보통 20-30대가 주축이 되고 드물게 40대 초반 정도까지 모이는 일반 대면 모임과 달리 Writable은 폭넓은 연령대 구성비를 보인다. 물론,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20-30대에 몰려 있기에 이 분들이 주축이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없으나, 20대 극초반 부터 60대 중반까지 참여 연령대가 다양했다. 이런 다양한 연령대를 기반으로 주어지는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써내려가는 글쓰기는 분명 각자의 시선에 또 다른 잔잔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Diversity 를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다양성을 가진 이 모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비대면 글쓰기 모임이라는 특징은 지역도 초월한다. 국내에서는 창원, 부산에서도 참여하신 이후 쫑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올라와 주시는 경우도 계셨다. 국내에서 참여자가 한정되지 않았다. 홍콩, 스페인 더 멀게는 미국에서도 이 모임에 참여 하신 분들이 계셨고 성실한 태도로 무사히 모임 수료를 마치셨다. 그 분중 현재 미국에 거주하시는 분은 출장 차 5월 중 잠시 한국에 들르실 예정인데, 나는 이 때 이 분을 처음으로 직접 뵙게 될 예정이다. 지역과 나이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는다는 일. 멋지지 않은가? 

.

마지막으로는, 10번의 인내 과정이 가져다 주는 '거름체' 역할이었다. 처음부터 모여서 술을 마시면 점잖게 매너를 잘 지켜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소위 말해 '빌런'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 그 사람이 무얼 하는지 일일이 신분 조사를 하면서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10주간의 글쓰기 과정을 하다 보면 불성실한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기 어렵다. 글쓰기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Alumni 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쫑파티도 스스로 참여하기를 꺼려서 자연스레 멀어지곤 했다. (지금까지 딱 한명만 글쓰기를 수료하지 않고 쫑파티에 참여 했었는데, 그는 역시나 빌런에 가까운이미지였고 처음 가진 술자리에서 취해 실수를 한 이후 다시 모임에 나타나지 않는다) 성숙된 인식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검증 역할을 10주라는 시간이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에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에 오히려 숙성되는 귀한 시간인 것이다.

.

대면 모임이 무작정 잘 못 되었다고 비판하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10주간의 비대면이 주는 강점에 대해서 충분히 느꼈기에 앞으로도 Writable이 계속 되는 한 비대면 원칙을 유지할 예정이다.

.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10주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설레고 멋진 일 아닐까? 나 역시 그런 기다림을 가지고 모임을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새로 함께 10주간 항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쫑파티를 가질 소중한 분들을 이미 기다리고 있다. :)


[Writable 13기 모집]


자세히 알아보기 & 신청하기 

https://brunch.co.kr/@plusclov/881


매거진의 이전글 ['도움'이라는 그럴듯한 핑계에 매몰되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