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 : 첫 산행
‘매주 금요일은 먼 나들이를 가는 날로 아이들은 평소의 나들이와 다르게 버스를 타고 청계산을 가게 됩니다. 3월부터 11월까지 가게 되는데요, 그중 첫 산행과 마지막 산행은 부모님과 함께 하여 둥구 가족들이 함께 봄인사를 하고 계절을 만끽하며 나들이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어린이집 카톡방에 안내가 올라오자 나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산행? 따뜻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왠지 내가 싸간 건 아이보다는 내가 다 먹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과 함께… 미리 데워둔 보온 도시락에 갈비찜 볶음밥과 들깨 순두부를 꽉꽉 담았다. 아이와 함께, 다 같이 산행이라니 어디를 얼마나 올라갈지, 어떤 일이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나는 사실 등산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예전에는 등산을 싫어한다고 단호하게 표현했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는 산 입구나 계곡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친해지려는 중이다.
아이들과 만나게 될 접선 장소 청계산 문원유아숲체험장 입구에 도착하자 꽤 쌀쌀한 바람이 느껴져 집에 쌓여있는 핫팩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아쉬워졌다.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 왜 이런 날씨에 굳이…???라는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두터운 담요 같은 롱패딩을 입고도 잔뜩 몸을 움츠린 상태로 아이 손을 잡고 길을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주차장에서 조금 기다리니 저 멀리서부터 손을 잡은 아이들이 달려왔다.
오랜만에 노란 버스를 타고 온 아이는 잔뜩 신이 난 모양이다. 화사하게 웃으며 나에게 달려와 손을 척 잡고 곁에 섰다. 원장님이 4-5세 동생들이 먼저 갑니다~라고 안내해 주시자 엄마 손을 잡은 아이와 산길로 들어섰다. 숲체험장이 아니라 야트막하지만 경사가 있는 등산길을 오르니 언제까지 가야 하나~ 싶은 마음이 앞섰다. 아이의 손을 잡고서 다른 부모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등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큰 아이들이 길 옆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계곡에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일이라면 지나치지 못하고 꼭 똑같이 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와 함께 계곡물에 손을 담가보았다. 도롱뇽이다 도롱뇽이다~하는 소리에 다가가보니 다른 아버님이 도롱뇽을 손에 올려두어 아이들이 볼 수 있게 내밀어 주셨다. 하루의 첫 도롱뇽, 그리고 나에게도 첫인사였다.
어른 걸음으로는 얼마 안 걸릴 곳에 등산길의 첫 정자가 있었다. 아이와 올라가니 와 해냈다…라는 느낌이었다. 정자에 부모들이 준비해 온 담요를 깔아서 아이들은 가운데 안고 부모들은 둥지를 만들듯 그 주변에 둘러섰다. 누가 무엇을 먹나 슬쩍슬쩍 넘겨다보며 준비해 온 음식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둥구나무에서는 먼산행을 갈 때 선생님이 핫케이크를 준비해오신다고 한다.
아이는 핫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잔뜩 기대한 상태였다. 하루는 핫케이크 먹고 싶은데~ 먹고 나서는 핫케이크 한 개 더 먹고 싶은데~ 하며 종알거렸다. 그래 먹고 싶은 거 먹어라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나도 즐겁게 그 상황에 더 참여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이 준비해 주신 핫케이크는 약간 도톰하고 폭신폭신하고 달콤했다. 건네주신 진한 오미자차를 아이 한 잔 나 한 잔 마시니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먼저 밥을 먹은 아이들이 각자 자기가 준비해 온 간식통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간식을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주변의 작은 소란에도 아이는 마지막까지 앉아서 핫케이크 두 개를 먹고 밥과 국을 조금 먹은 후 그만 먹겠다고 했다. 이제 너도 간식 나누기 하러 가렴~ 하고 준비해 둔 강정 통을 들려주었다. 아이는 그 통을 들고 이쪽저쪽 돌아다니며 과자 드세요~ 하고 내밀었다. 나도 한살림에서 골라온 육포를 권하며 아직은 낯선 얼굴들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만큼 힘들지 않았다. 주차장에 둥글게 서서 안녕~안녕~ 인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헤어졌다. 혹시 엄마랑 같이 갈래~하며 떼쓸까 싶었는데 노란 버스에 쏙 올라타버리는 모습을 보니 내 생각보다 아이는 더 쑥쑥 크고 있는 듯하다. 친절한 초대장을 받고 자연스러운 안내에 따라 겨울이 물러가는 어느 날 도시락을 싸들고 함께 산에 다녀오니 무언가 상쾌해졌다. 아이도 나도 둥며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