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한국 디자이너들

인사이트 아웃 3rd에서 배운 디자이너의 마인드셋

by 플러스엑스


공유는 가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믿음 아래, 현업 디자이너의 경험을 나누는 ‘쉐어엑스 인사이트 아웃’ 콘퍼런스가 2월 6일, 세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에도 텍스파홀은 디자이너들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자 하는 참가자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기술과 자본이 주축이 된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모입니다. 한국 출신 디자이너도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 테크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죠. 그래서 인사이트 아웃은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4명의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그들의 정착기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태도에 대해서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자기만의 디자인을 보여준 연사들의 이야기는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에게 뜻깊은 인사이트를 전달했습니다.


인사이트아웃3rd_연사이미지_05.jpg 김그륜 디자이너는 강연 자료를 한 편의 인터랙티브 영화처럼 만들었습니다. ©Plu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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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으로 그럴싸한 결과물이 완성될 정도로 툴은 정교해졌고, 어느새 AI는 디자인의 답까지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무엇일까요? 오픈 AI를 거쳐 구글 랩스에서 인터렉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필립 김(Phillip Kim)은 디자인이 산출된 과정을 설명할 줄 알고, 자신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디자인은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는 행위가 아니라 클라이언트, 비즈니스 담당자, 소비자 등 제품과 관련한 여러 사람의 의견 총합에 가깝습니다. 특히 시스템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소비자의 피드백이 중요한 실리콘밸리에서는 디자이너는 절대적인 결정자가 아닌, 자기의 디자인을 타인에게 설득하고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IMG_9274_re.jpg 필립 킴 디자이너의 강연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인사이트아웃3rd_프로젝트이미지_10_03.jpg 나이키 DNA에 한국적 요소를 녹여낸 나이키 코리아 브랜딩 ©Phillip Kim



디자이너는 직관에 따라 무수한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처럼 환경이 자주 변하고, 결정에 무게가 무거워지는 상황에 놓이면 부담감에 의심이 커지고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이때, 디자이너는 기준이 되는 질문을 세우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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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는 과정이 익숙해지면 나만의 기준이 생기면서 작업도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익숙함이 곧 위험을 불러옵니다. 질문을 맹신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필립 김 디자이너는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질문을 다시 던지고, 스스로 제약을 두는 실험적 사고를 거쳐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이때, 나만의 질문과 제약은 결과물 수준을 높여주고 스타일을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이 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 그리고 끈기 있는 시도는 고유의 문법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디자인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은 디자이너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지만, 때로는 모호하여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필립 김의 방식대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결할 임무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디자인 감각을 만들어 나가면 확신에 찬 디자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선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강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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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선 자기 디자인에 확신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태도만큼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주체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리프트, 메타, 페이팔 등 유명 기업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했던 김영교 디자이너(Kyo Kim)의 여정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미국으로 온 김영교 디자이너는 수많은 좌절 끝에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를 기록하며 부족함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하는 방법을 찾는 등 꾸준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면서 취한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정직원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Share X_IO_3rd_09A5465_min.jpg 김영교 디자이너는 리프트에서 프로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보를 더 알기 쉽게 전달했습니다. |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인사이트아웃3rd_프로젝트이미지_08.jpg 김영교 디자이너가 참여한 리프트의 자율 주행 프로젝트 ©Kyo Kim



주체적이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 김영교 디자이너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았고, 이는 실제 프로젝트로 연결되었습니다. 주체성과 추진력은 자연스럽게 유의미한 성과로 연결되었고, 개인적 역량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영교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마인드셋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커리어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만을 토로하기보단 먼저 움직여 부족한 점을 채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배우면서 그만의 이야기를 구축한 김영교 디자이너의 모습은 문제에 마주했을 때, 적극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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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디자이너의 강연을 들으면서 성향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이직과 해고가 잦은데, 누군가는 이 현실에 좌절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시스템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김영교 디자이너처럼 작더라도 자신의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보기엔 어리석을 수 있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에서는 타인을 따라 하기보단,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동기 부여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아야 다음 스텝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주체성은 기회를 창출하고, 추진력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도 공통으로 적용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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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디자이너가 자기 성향을 파악했던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 AI 조직에서 프린시플(Principle)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박(David Park)도 한계와 성향, 강점과 약점을 돌아보며 자기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파악했습니다. 명확한 자기 이해는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 힘이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박은 인공지능의 시대일수록 속도를 늦추고 본질을 알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불안정합니다. 기술 변화에 따라 팀은 개편되고, 기회를 찾아 이직하고, 우선순위는 매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능력을 포장하게 되고, 성장했다는 사실을 눈에 띄게 증명해야 하죠.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아무도 보지 못한 곳에서 천천히 단단하게 이뤄집니다.



Share X_IO_3rd_09A5777_min.jpg 데이비드 박 디자이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경험을 전달했습니다. |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인사이트아웃3rd_프로젝트이미지_01.jpg 구글의 동영상 생성형 AI 'VEO 2' ©David Park
인사이트아웃3rd_프로젝트이미지_03_01.jpg 마이크로소프트 AI 'Colilot'과 데이비드 박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코파일럿 캐릭터 '미코' ©David Park



데이비드 박은 구글에서 일한 7년 동안 한 단계씩 성장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보다 팀이 직면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자 했죠.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언어를 통일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결과, 갈등은 줄어들고 실행속도가 빨라졌으며 다음 단계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수치로 입증되면서 자연스럽게 팀은 물론 데이비드 박 디자이너의 능력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이자 리더의 역할에는 매출 성장도 있지만, 데이비드 박처럼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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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이크로소프트 AI 조직으로 이직한 데이비드 박 디자이너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회사의 비전을 5일 만에 영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것이죠. 기대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데이비드 박은 성우가 아닌 AI 조직 부사장이 나레이션을 담당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작은 변화는 메시지 전달에 큰 인상을 남겼고,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CEO에게 보고되었고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올바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 하나만으로도 프로젝트의 성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선 과한 퍼포먼스보단 명확한 판단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AI 조직을 이끌며 기술의 발전을 바로 옆에서 경험하는 데이비드 박 디자이너는 이제 답보단 질문이 더 중요하고,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 짓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대는 자기 PR의 시대라고 하죠. 하지만 나의 능력과 성장을 소란스럽게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데이비드 박 디자이너의 말처럼 성장은 조용하게 일어나고, 그는 언젠가 빛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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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 강연자들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떻게 해외로 취업하셨나요?”일 것입니다. 그래서 앞선 세 명의 강연자는 실리콘밸리의 정착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냈죠.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해진 방법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아마도 대다수의 디자이너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해외 스튜디오와 기업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를 꿈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플에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김그륜 디자이너는 그들에게 좋은 롤모델입니다.



인사이트아웃3rd_프로젝트이미지_04.jpg 넷플릭스 <데드 보이 디텍디브스> 타이틀시퀀스 ©Gryun Kim
인사이트아웃3rd_프로젝트이미지_06.jpg 에미상을 받은 HBO 맥스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메인타이틀 ©Gryun Kim



김그륜 디자이너의 행보는 수많은 선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붓과 컴퓨터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고, 광고 영상과 타이틀 시퀀스 중 어느 것을 더 비중을 두어야 할지도 선택해야 했으며, 에미상을 탄 후, 그대로 계속 타이틀 시퀀스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이직하여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김그륜 디자이너를 움직인 것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환경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갖춰지지 않습니다. 학교에선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알려주지 않고,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내가 꿈꿨던 디자인을 하지 않을 수도 있죠. 김그륜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김그륜 디자이너는 스스로 하고 싶은 환경을 구축하고, 시간을 아껴서 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고 시도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그 결과를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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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타이틀시퀀스 전문 스튜디오 ‘엘라스틱(Elastic)’으로 이직하게 된 김그륜 디자이너는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더 잘 보여줄 방법을 고안했고, 그는 상대방을 쉽게 설득하는 힘과 함께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타이틀시퀀스에 참여하게 되었고, 소망하던 에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미래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애플의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직했고, AI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유튜브에 관련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 익숙했던 기존 방식을 다 벗어나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고 또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이전과 다른 환경에 놓일 것입니다. 이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고 적응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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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라는 낯설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구축한 네 명의 디자이너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자면 주체성과 성장입니다. 각자 방식은 달랐지만, 네 명의 디자이너 모두 주어진 일만 하지 않고 그 이상을 바라보며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를 해결하고자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더 넓고 큰 기회로 연결되었죠. 또, 이미 일정한 위치에 올랐음에도 불구, 자신의 성향과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분모도 있었습니다. 네 명의 연사가 들려준 마인드와 태도는 글로벌 환경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어디에 있든, 또 어떤 일을 하든 필요합니다.



인사이트아웃3rd_연사이미지_07.jpg 연사들이 전달하는 인사이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프로젝트 과정보다 직접 겪은 경험담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번 강연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디자이너에게 큰 인사이트를 전달했습니다. 그는 Q&A 시간의 열띤 분위기로도 증명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한계를 넘어서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4명의 연사의 이야기가 미래를 꿈꾸는 디자이너와 지망생에게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1. 네 명의 디자이너 대담을 읽어보세요.

2. 쉐어엑스에서 인사이트 아웃 콘퍼런스를 다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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