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컬러에서 컬러 시스템으로,
브랜드 컬러 리뉴얼하기

author - 진코무라ㅣAX디자이너

이 글은 아래 작업 중 '컬러 시스템'에 대한 후기입니다.
https://www.behance.net/gallery/84921061/Samsung-Fire-Marine-Insurance-Brand-Color-Illustration




NEW가 아닌 RENEWAL


PLUS A에 신입으로 입사해 처음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는 컬러 시스템을 재정립하는 일이었다. 이전에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두세 가지 색상을 구성해본 적은 경험은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브랜드의 컬러 팔레트는 예상보다 광범위했다. 리서치 결과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컬러시스템은 2개의 메인 컬러, 12개의 서브컬러, 3개의 메탈릭 컬러 등 총 17가지의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여기에 더해 구성원들의 다양한 니즈에 따라 지정된 색상 값에서 벗어난 컬러 또한 가이드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신입이었던 나는 막연하게 컬러 시스템이란 완전히 새로운 컬러 팔레트를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흔히 범하는 오류였다. 컬러와 관련된 디자이너의 역할을 정확하게 다시 정의하는 일부터 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브랜드 디자이너는 개별적인 ‘컬러’를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컬러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브랜드 운영업무를 진행하면서 이와 같은 컬러시스템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왜 다양한 컬러 팔레트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고객 대상의 세일즈 제작물, 분기별/월별 정기제작물, CEO 제작물 등, 브랜드는 사업 영역 전반에 걸쳐 수많은 제작물이 필요하고, 컬러시스템은 이처럼 다양한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무의미한 컬러 설정이 아닌 실질적으로 운영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컬러시스템 정립과 그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브랜드 특성에 최적화된 컬러 활용법


PLUS A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고객 입장에서 삼성화재의 컬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고객 대상의 세일즈 제작물을 토대로 컬러의 사용 비율을 검토하는 것이었다. 세일즈 제작물은 주로 서브컬러를 이용해 상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서브컬러의 비중이 90% 이상, 메인컬러의 비중은 10% 이하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구성으로는 로고가 없이는 삼성화재라는 브랜드 고유의 제작물이라고 인식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 대상의 제작물에 있어 각 상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브컬러에 의존하는 지금의 방법이 타당할까? 상품 혜택을 주요 기준으로 그레이드별 세일즈가 필요한 카드사의 경우, 상품의 세그먼트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각 상품별로 메인 컬러를 따로 두고 이를 컬러 시스템 전략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보험사의 고객들은 각 상품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보다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추후 일러스트 및 상품안내장 리뉴얼과 관련된 글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


고객이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느냐는 곧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삼성화재가 서브 컬러 위주로 상품 구분에 포커싱한 기존 컬러 활용법은 개선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개선 작업에 있어 삼성화재 제작물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신뢰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메인 컬러의 사용 비율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컬러에 담긴 브랜드 메시지


그렇다면, 서브컬러는 어떤 업무에서 활용될까? 서브컬러는 일러스트와 같은 그래픽 요소부터 시작해 삼성화재 기업 내부에서 필요로 하는 분기별/월별 정기제작물, CEO 제작물 등에 활용된다. 기존 서브컬러의 경우, ‘좋은 보험'의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세련된 저채도의 컬러가 주로 활용되었다. 단, 유사한 색상들이 반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분기별/월별 제작물에는 적용되지 못한 채 고객 접점에 맞는 12가지 컬러를 새롭게 마련해 제작해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디자인 솔루션은 새롭게 발생하는 니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절감을 지닌 컬러 팔레트는 늘리되, 색상수는 줄여 삼성화재 고유의 컬러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삼성화재만의 컬러는 무엇일까? 삼성화재가 말하고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메시지는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되어야 할까?

삼성화재의 브랜드 슬로건(좌)과 브랜드 심볼(우)


고객이 세상의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봄’과 같이 밝고 희망찬 삶을 살을 살 수 있도록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좋은 보험’. 삼성화재가 말하고자 하는 키 메시지는 ‘당신의 봄’이다. 보험을 통해 고객이 따뜻한 ‘봄날’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는데, 기존의 서브컬러는 저채도의 팔레트로 구성돼 이런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봄날’하면 떠오르는 직관적인 키워드와 이미지를 중심으로 컬러를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봄날'을 더 세분화해 컬러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을 마련했다. 겨울에 언 땅이 녹고, 잠자던 벌레들이 움직이는 첫 번째 절기 ‘입춘’을 시작으로, 삼성화재의 든든한 정서적 파트너십을 우수/경칩/춘분으로, 삼성화재가 고객과 세상에 제공하는 풍요와 혜택을 청명과 곡우의 이미지로 구현했다. 삼성화재와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시각화해 ‘봄의 6절기’로 형상화한 것이다.





컬러만큼 다양한 AX디자이너의 역할

봄의 6절기에서 무드 이미지를 추출하고 이를 메인 컬러의 명도/채도 컬러 발란스를 조율해 서브컬러를 구축했다. 고채도/고명도의 옐로우 색상의 경우 내부 구성원들이 활용할 때 시인성이 낮다는 의견을 반영해 미세하게 컬러 값을 개선하기도 하고, 메탈릭 골드 컬러의 경우 별색을 사용하는 인쇄환경과 CMYK을 사용하는 출력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컬러 사이의 접점을 찾아 CMYK 컬러 값을 따로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온/오프라인 통합운영업무를 진행하며 같은 Spring Blue라도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RGB환경과 오프라인에서 사용되는 CMYK환경에서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브랜드 컬러 시스템이 실제 영역에서 적용될 때 생기는 차이를 해소하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고정된 컬러시스템을 만들어 배포하고 이를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생하는 요청사항이나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브랜드 컬러 시스템을 일관되게 적용하면서도 활용도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처음 담당하게 된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AX디자이너로서 더 큰 역할은 오랜 기간 함께 하는 디자인 파트너십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AX디자이너의 업무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트너십의 일원으로 있는 한 업무는 계속 된다.

작가의 이전글 AX디자이너의 브랜드 포토 제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