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짧은 글) 짐승의 시간...

by 헤엄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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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시간과 장소를 함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짐승은 차츰 인간을 흉내 냈다.

인간의 언어를 비롯해, 생활방식, 감정, 그들이 인간의 사회에 숨어 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불행히도 인간은 짐승의 존재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제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모르는 시대에 들어서서, 짐승은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다.

그냥 조금씩 조금씩 진행한다.

인간의 이성이 둔감해질 대로 둔감해진 탓에, 그들은 짐승의 위협이 턱밑까지 와도 인지하는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때 짐승은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다.

망가진 이성 대신 욕망을 채워 넣었다.

돈...

향락, 그리고 구시대 유물인 계급을 준다...


결국 서로 더 갖기 위해 칼을 겨눌 때, 멀리서 이를 보던 짐승의 무리들은 인간을 보며 비웃고 있으리라..

봐라!!!

저 총명한 인간의 무리들은 이성이란 빛나는 존재를 버리고, 자기 몸을 썩게 하는 탐욕을 먹고 있다.

이제 행동해도 된다라는 확신이 짐승에게 생겼다.


짐승은 더 이상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달려들어 인간의 목을 물어뜯고, 내뿜는 피를 혀로 적시고 있다.

얼마 만에 맛보는 피인가?

영근 과실을 따는 농부처럼, 짐승은 그렇게 인간이란 과실을 따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짐승은 그들의 본능, 본성을 개방한다.

이제 그들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짐승이 이 세상의 주인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을 보냈다.

짐승의 무리는 여전히 인간을 탐하며, 그들의 욕구를 채우고 있다.

인간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짐승의 무리들에게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치욕을 견디며 이제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동시에 깨달았다.

인간과 짐승은 함께 할 수 없음을..

한때 그들의 모습을 보고 같은 인간이라 착각한 우매한 우리를 탓하며,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이제 인간은 일어나 다시 싸우려 한다.

짐승에게 죽음을....

우린 아직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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