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day] 장 앙리 파브르 (1823–1915)
딱딱한 핀 대신, 따뜻한 눈으로 곤충의 서사시를 쓰다
[Today's Scientist] 장 앙리 파브르는 평생 가난한 시골 교사로 살았지만, 곤충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관찰자였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곤충을 잡아 죽여서 핀으로 고정한 뒤 해부하는 데 몰두했지만, 파브르는 살아있는 곤충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사냥하고, 집을 짓고, 짝을 찾는지 관찰했습니다. 그가 30년 넘게 집필한 10권의 《파브르 곤충기》는 과학 책이자 아름다운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그를 "곤충들의 호메로스(시인)"라고 불렀고, 다윈은 "흉내 낼 수 없는 관찰자"라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교과과정 연계]
중학교 1학년 [생물의 다양성] 곤충의 특징과 생활사
고등학교 생명과학 [동물의 행동] 본능적 행동(반사, 주성)과 곤충의 사회성
파브르가 가장 사랑했던 곤충은 ‘쇠똥구리’였습니다. 남들은 더럽다고 피하는 쇠똥을, 쇠똥구리는 뒷다리로 열심히 굴려 완벽한 구(공) 모양으로 만듭니다. 파브르는 하루 종일 땡볕 아래 엎드려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이 단순히 먹이가 아니라, 자신의 알을 안전하게 키우기 위한 요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밀어 올리는 쇠똥구리의 모습에서, 그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와 같은 숭고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사냥벌(나나니벌)의 소름 끼치는 사냥 기술도 발견했습니다. 사냥벌은 애벌레를 잡아먹지 않고 침을 쏘아 마취만 시킨 뒤, 자신의 알과 함께 굴속에 넣어둡니다. 놀랍게도 벌은 애벌레의 신경 중추(급소)만 정확하게 찔러, 죽이지는 않고 움직이지 못하게만 만듭니다. 덕분에 깨어난 벌의 유충은 썩지 않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파브르는 이를 보고 "인간 외과의사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해부학 지식"이라며 감탄했습니다.
"나의 실험실은 낡은 셔츠를 입고 옥수수밭을 누비는 곳이다." 그는 비싼 현미경이나 실험 도구가 없었습니다. 대신 돋보기 하나와 수첩을 들고 거친 황무지(아르마스)에서 살았습니다. 곤충이 놀라지 않게 몇 시간이고 돌처럼 꼼짝 않고 기다리는 인내심, 그것이 파브르 과학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죽은 곤충을 분류하는 '박물학'을 넘어, 살아있는 생명의 행동을 연구하는 “현대 동물행동학의 정신적 선구자”였습니다.
본능의 한계: 맹목적인 천재
파브르는 곤충의 행동이 학습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본능(Instinct)’임을 증명했습니다. 그가 날아다니는 벌의 집 입구를 살짝 막았더니, 벌은 바로 앞의 집을 찾지 못하고 계속 헤맸습니다. 또 줄 지어 가는 애벌레들의 머리와 꼬리를 이어 둥글게 만들었더니, 밥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굶어 죽을 때까지 뱅글뱅글 돌기만 했습니다. 그는 곤충이 주어진 상황에서는 천재적이지만, 조금만 조건이 바뀌면 융통성이 없는 ‘맹목적인 기계’와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1: 관찰하는 파브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땅바닥에 완전히 엎드려, 돋보기로 개미나 쇠똥구리를 관찰하는 할아버지 파브르의 모습.
[그림 2: 나나니벌의 사냥] 나나니벌이 애벌레의 신경절(급소)에 정확히 침을 꽂는 장면과 굴속에 마취된 애벌레를 저장하는 단면도.
개미와 베짱이의 진실: 이솝 우화에서는 베짱이(매미)가 여름 내내 노래만 하다가 개미에게 구걸한다고 나옵니다. 파브르는 이것이 틀렸음을 증명했습니다. 실제로는 매미가 나무 수액을 힘들게 빨아먹고 있으면, 개미가 와서 매미를 괴롭혀 수액을 가로채 먹습니다. 파브르는 "이솝은 곤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가난한 천재: 그는 평생 가난했습니다. 《파브르 곤충기》가 유명해져서 겨우 입에 풀칠을 면하게 된 건 그의 나이 80세가 넘어서였습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