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day] 제인 구달 (1934–2025)
침팬지에게 번호 대신 이름을 지어준, 숲의 영원한 친구
[Today's Scientist] 제인 구달은 대학 학위도 없이 아프리카 곰비 숲으로 들어가, 40년 넘게 야생 침팬지와 함께 살았던 영장류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입니다. 그녀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어 "인간만이 도구를 쓴다"는 과학계의 오랜 정의를 뒤집었습니다. 평생을 동물 보호와 평화 운동에 헌신했던 그녀는 2025년 10월, 91세를 일기로 친구인 침팬지 ‘플로’의 곁으로 소풍을 떠났습니다.
[교과과정 연계]
중학교 1학년 [생물의 다양성] 영장류의 특징, 생물 다양성 보전
고등학교 생명과학 [동물의 행동] 도구 사용과 학습, 사회적 행동
1960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비 국립공원에 젊은 영국 여성 하나가 텐트를 쳤습니다. 전문적인 과학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그녀의 무기는 오직 하나, **‘끈기 있는 기다림’**이었습니다. 침팬지들은 낯선 ‘흰 원숭이(제인)’를 경계했지만, 그녀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앉아 그들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수많은 계절이 지나고, 마침내 침팬지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털을 골라주던 순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벽은 무너졌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는 침팬지가 풀줄기를 뜯어 개미굴에 쑤셔 넣은 뒤, 줄기에 붙은 흰개미를 훑어 먹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충격적인 발견이었습니다. 당시 과학계는 "도구 사용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스승 루이스 리키 박사는 이 소식을 듣고 전보를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구’를 다시 정의하거나, ‘인간’을 다시 정의하거나,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동물을 연구할 때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No. 1’, ‘No. 2’ 같은 번호를 붙였습니다. 하지만 제인은 그들에게 ‘데이비드’, ‘플로’, ‘피피’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들에게도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고, 개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침팬지도 가족을 사랑하고, 질투하며, 심지어 전쟁도 벌인다는 사실을 기록했습니다. 동물을 연구 대상이 아닌 ‘공존해야 할 이웃’으로 바라본 그녀의 시선은 현대 동물행동학의 윤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문화의 전수: 본능이 아니라 배운 것이다
침팬지의 도구 사용은 타고난 본능이 아닙니다. 엄마 침팬지가 흰개미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새끼 침팬지가 서툴게 따라 하며 배우는 ‘학습’의 결과입니다. 어떤 무리는 돌을 망치로 써서 견과류를 깨고, 어떤 무리는 나뭇잎을 씹어 스펀지처럼 물을 적셔 먹습니다. 제인 구달은 동물 사회에도 세대를 통해 전해지는 ‘문화(Culture)’가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림 1: 흰개미 낚시] 침팬지가 나뭇가지의 잔가지를 떼어내고(도구 제작), 구멍에 찔러 넣어(도구 사용) 흰개미를 잡아먹는 장면.
[그림 2: 교감] 숲 속에 앉아 있는 제인 구달에게 새끼 침팬지가 다가와 손가락을 맞대는 상징적인 모습.
희망의 씨앗: 그녀는 전 세계를 돌며 환경 운동 단체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을 만들었습니다. "지구에 희망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항상 "네, 우리에게는 불굴의 인간 정신과 자연의 회복력이 있으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플로의 곁으로: 2025년 10월 1일, 그녀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가 애도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평생 가장 사랑했고 연구했던 암컷 침팬지 대모(大母) ‘플로’와 천국에서 다시 만나 즐겁게 그루밍을 하고 있을 거라며 추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