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day] 다이앤 포시 (1932–1985)
킹콩의 오명을 벗기고, 밀렵꾼과 전쟁을 벌인 안갯속의 여인
[Today's Scientist] 다이앤 포시는 르완다의 비룽가 화산지대, 해발 3,000m의 춥고 축축한 밀림 속에 텐트를 쳤습니다. 그녀는 영화 <킹콩> 때문에 '흉폭한 괴물'로 오해받던 마운틴고릴라가 사실은 수줍음 많고 가족을 사랑하는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고릴라를 학살하는 밀렵꾼들에 맞서 전쟁 같은 보호 활동을 펼치다 의문의 살해를 당한 비운의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교과과정 연계]
중학교 1학년 [생물의 다양성] 멸종 위기 생물과 생태계 보전
고등학교 생명과학 [동물의 행동] 동물과의 의사소통, 사회적 유대감
포시가 연구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고릴라가 인간을 보면 찢어 죽이는 괴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포시는 고릴라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그들의 행동을 똑같이 흉내 냈습니다. 네 발로 기어 다니고, 고릴라처럼 '우르르' 소리를 내며 트림을 하고, 야생 셀러리를 우적우적 씹어 먹었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고릴라들은 그녀를 친구로 받아주었습니다. 그녀가 밝혀낸 고릴라는 싸움을 싫어하고, 하루 종일 잎사귀를 먹으며 새끼를 돌보는 ‘부드러운 거인(Gentle Giant)’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특별히 아끼는 고릴라가 있었습니다. 부러진 손가락을 가진 수컷 ‘디짓’이었습니다. 디짓은 고독했던 포시에게 다가와 머리를 만져주고 곁을 지켜준 진정한 영혼의 단짝이었습니다. 하지만 1977년, 디짓은 밀렵꾼들의 덫에 걸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다 밀렵꾼에게 잔혹하게 희생됩 니다. 밀렵꾼들은 고작 '고릴라 손 재떨이'를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디짓의 신체 일부를 훼손해 밀매했습니다. 이 사건은 포시가 밀렵꾼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계기가 됩니다.
"관찰만 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방관이다." 디짓의 죽음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온건한 과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직접 총을 들고 밀렵꾼의 캠프를 불태우고, 그들을 잡아다가 매질을 하고, 가면을 쓰고 주술사 흉내를 내며 공포를 주었습니다. 그녀의 이런 과격한 방식은 현지인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멸종 직전이었던 마운틴고릴라의 개체 수는 그녀 덕분에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루이스 리키의 세 천사 (The Trimates)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는 "여성이 남성보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인내심이 강하다"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세 명의 여성 과학자를 야생으로 보냈는데, 이들을 ‘트라이메이트(Trimates, 세 명의 영장류 학자)’라고 부릅니다.
제인 구달 (침팬지): 평화롭고 따뜻한 관찰자
다이앤 포시 (고릴라): 열정적이고 전투적인 수호자
비루테 갈디카스 (오랑우탄): 묵묵하고 헌신적인 연구자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그림 1: 고릴라 흉내] 포시가 고릴라 무리 옆에서 웅크리고 앉아, 고릴라처럼 땅을 짚고 시선을 피하며 복종의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
[그림 2: 안갯속의 무덤] 비룽가 산맥의 고릴라 묘지. 디짓의 무덤 바로 옆에 묻힌 다이앤 포시의 묘비. ("Nyiramachabelli - 산속에 혼자 사는 여인"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음)
의문의 최후: 1985년 12월 26일, 다이앤 포시는 자신의 오두막에서 정글도로 난자당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그토록 증오했던 밀렵꾼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그녀는 유언대로 디짓의 무덤 옆에 묻혀 영원히 숲에 남았습니다.
영화 <안갯속의 고릴라>: 그녀의 삶은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를 울렸습니다. 실제 촬영지에서 만난 고릴라들이 배우에게 다가와 안기는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