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도는 것이다”

[21day] 윌리엄 하비 (1578–1657)

by 플루토쌤
1,400년 동안의 상식을 뒤집고, 생명의 펌프(심장)를 밝혀내다


[Today's Scientist] 윌리엄 하비는 영국의 의사이자 생리학자로, '혈액 순환론’을 주장하여 의학의 역사를 바꾼 인물입니다. 그전까지 인류는 고대 로마의 의사 갈레노스의 말대로 "피는 간에서 만들어져 신체 끝에서 소비되어 사라진다"라고 믿었습니다. 하비는 치밀한 계산과 해부 실험을 통해 심장이 피를 뿜어내는 펌프이며, 혈액은 온몸을 돌고 돌아 다시 심장으로 온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교과과정 연계]
중학교 2학년 [동물과 에너지] 소화, 순환, 호흡, 배설 (심장의 구조와 혈액 순환)
고등학교 생명과학 [항상성과 몸의 조절] 물질의 운반과 순환계




1. 산수(Math)로 의학을 증명하다


하비는 해부를 하기에 앞서 수학적인 의문을 품었습니다. "심장이 한 번 뛸 때 60ml의 피를 내보낸다. 1분에 72번 뛰니까... 1시간이면 무려 250리터네?" 만약 갈레노스의 말대로 피가 끝에서 소비되어 사라진다면, 인간은 1시간마다 자기 몸무게의 3~4배나 되는 피를 먹어서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건 불가능하죠. “그 많은 피가 다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 다시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 그는 이 간단한 계산을 통해 혈액 순환의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습니다.


2. 팔을 묶어보면 안다 (결색 실험)


그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의 팔을 끈으로 꽉 묶는 실험을 했습니다.

동맥은 심장에서 나오는 피가 흐르는 길이고, 정맥은 심장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팔을 묶으면 피가 심장 쪽으로 못 가니까 정맥이 퉁퉁 부어오릅니다. 이때 정맥을 손가락으로 훑어보면, 피가 거꾸로 흐르지 못하게 막는 문, 즉 ‘판막(Valve)’이 뽈록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실험으로 그는 피가 **‘심장 → 동맥 → 온몸 → 정맥 → 심장’**이라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었습니다.


3.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 (모세혈관)


하비의 이론은 완벽했지만 딱 하나, 동맥 끝에서 정맥으로 피가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현미경 기술로는 너무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연결 통로가 있을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예측은 그가 죽고 4년 뒤, 말피기라는 과학자가 현미경으로 모세혈관을 찾아내면서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개념 심화 박스]


갈레노스의 권위: 1,400년의 벽

고대 로마의 의사 갈레노스는 의학계의 신(God)과 같았습니다. 그의 책은 성경처럼 절대적이어서, 해부하다가 책과 다른 장기가 나오면 "요즘 사람들의 몸이 옛날과 다르게 변했군"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비가 "갈레노스가 틀렸다"라고 말하는 건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책이 나오자 환자들이 "미친 의사"라며 진료를 거부해 병원 문을 닫을 뻔했다고 합니다.


[시각 자료 '캡션']


[그림 1: 하비의 실험] 팔뚝을 끈으로 묶어 핏줄(정맥)이 도드라지게 한 뒤, 손가락으로 눌러 판막의 위치를 확인하는 고전적인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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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혈액 순환 모식도] 심장을 중심으로 온몸(체순환)과 폐(폐순환)를 도는 8자 모양의 혈액 순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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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박스 (TMI 코너)]


마녀사냥 감별사: 그는 제임스 1세 왕의 주치의였습니다. 당시 마녀사냥이 유행했는데, 왕의 명령으로 '마녀 혐의'를 받는 여자들을 진찰했습니다. 그는 "몸에 악마의 표식 같은 건 없다. 그냥 사마귀일 뿐이다"라며 과학적 소견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냈습니다.

성격파 의사: 그는 성격이 급하고 불같았다고 합니다. 논쟁하다가 화가 나면 허리춤의 단검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어 주변 사람들이 꽤나 무서워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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