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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May 29. 2024

역사적인 1948년, 사이버네틱스가 탄생하다

천재 과학자 노버트 위너 (Norbert Wiener)

인공지능, 아니 디지털을 다루는 모든 학계에 있어 1948년은 기념비적인 한 해이다. 


1948년, 앨런 튜링은 에세이 <지능을 가진 기계 (Intelligent Machinery)>에서 자신이 고안한 튜링 머신에 대해 상세한 정의를 내린다. 이후 1950년, '튜링 테스트'로 더 유명한,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담은 논문을 발표하며, 튜링은 코페르니쿠스, 다윈, 프로이트의 반열에 올라 과학혁명을 이끈 대표 주자로 자리 잡게 된다.


폰 노이만 역시 이 시기에 디지털 컴퓨터의 이론을 고안하고, 하드웨어를 개발한다. 또한 최초의 자기 복제 로봇인 '오토마타(Automata)'의 개념을 발표한 연도가 1948년이다. 


벨 연구소의 클로드 섀넌은 1948년,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면서, 우리는 모두가 연결된 디지털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1948년의 역사적 사건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한 것이다. MIT의 수학자이자 과학자, 그리고 철학자이기도 한 노버트 위너는 <사이버네틱스 또는 동물과 기계에 있어서의 제어와 통신>이라는 책을 출판하며 사이버네틱스의 이론 체계를 확립한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 '사이버'의 어원이 된 사이버네틱스를 고안한 노버트 위너는 누구일까?




사이버 세계를 연 천재 수학자, 노버트 위너


1894년 미국 미주리주 컬럼비아에서 태어난 노버트 위너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독특한 교육을 받은 그는 세 살 때 이미 읽고 쓸 수 있었으며, 열 살에는 대입 시험을 통과한다. 열다섯에 대학에 입학하고, 열아홉 살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진정 천재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그의 아버지 역시 40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천재였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수학이었으나, 생물학과 철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오늘날 얘기하는 융합형 인재라 볼 수 있다. 그는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그의 업적인 사이버네틱스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좌) 2차대전 당시 대공포 / (우) 사이버네틱스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토마호크 미사일 (출처: 중앙일보)


제2차 세계대전이 확전 되면서, 더 좋은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독일군의 강력한 항공기와 'V-1'과 같은 로켓이었다.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대공포가 필수였다. 하지만 빠른 속도의 비행기나 로켓에 대공포가 포탄을 명중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노버트 위너는 미군을 위해 대공예측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적기의 움직임을 예상하여, 몇 초 뒤에 도달할 지점에 포를 발사하는 자동화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위너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중요한 발견을 한다.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기계적 운동뿐 아니라 조종사의 심리적 판단까지 예측에 반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때 그가 고려한 것이 바로 피드백(feedback)이다. 자동화된 대공화기 개발을 위해 비행기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니, 조종사의 움직임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조종사가 주변 상황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자동 기계 장치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파악한 그는, 이를 반영한 대공예측기를 개발하고자 한다. 비록 상용화에는 실패하여 전장에 활용되지는 못했지만, 전후에도 위너는 자신이 생각한 피드백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인간, 그리고 동물과 기계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을 펼쳐나간다. 그리고 1948년 사이버네틱스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안하게 된다.


위너가 1948년 발간한 <사이버네틱스>라는 책에는 인간의 행동과 기계의 동작에 대한 피드백 이론을 담고 있다. 인간, 동물, 기계, 사회와 같은 여러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제어와 커뮤니케이션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사이버네틱스이다. 이 용어는 조타수라는 뜻의 그리스어 '키베르네테스(kybernetes)'에서 유래하였다. 조타수가 배의 방향을 조정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사이버네틱스는 피드백을 통해 시스템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설명한다. 


그의 책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인간처럼 지식을 습득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지능 기계'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데 일조한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젊은 과학도들이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좌) 노버트 위너 모습 / (우) 그의 대표 저서 '사이버네틱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개념이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시작된 학제가 컴퓨터, 제어공학, 통신이론은 물론 사회학, 경제학, 철학 등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위너는 사이버네틱스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주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사이보그(cyborg)'이다. 시뮬레이션 과학자인 맨프레드 클라이니스와 임상 정신의학자인 네이선 클라인은 1960년 사이보그 개념을 제안했다. 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로, 인간의 약한 육체를 초월할 수 있는 트랜스휴먼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사이버네틱스의 유산이 사이보그의 개념을 통해서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노버트 위너는 다양한 연구활동과 더불어 대중을 상대로 한 지식 전파에도 전념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1964년 발간한 <신과 골렘>으로, 여기에서는 향후 등장할 지능형 기계가 가져올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기계를 숭배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을 예상한다.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 깊이 새겨봐야 할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포스팅을 통해 논해보도록 하겠다. 




1948년에는 이처럼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갈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기술적 발전 외에 또 하나 살펴볼만한 것은 바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발표였다. 미래 사회상을 전망한 책은 수도 없이 쏟아진다. 그중 <1984>만큼 오늘날 시대를 잘 조망하고 있는 소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1948년 출간된 소설인데 말이다.


오웰의 <1984>는 미래 사회에서 정부가 모든 국민을 감시하고,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이 소설에 나오는 그 유명한 빅 브라더(Big Brother)는 오늘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실현 가능한 무한 감시 시스템을 예견한 것만 같다. 


1948년에 나온 기술들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1948년에 나온 소설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미리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1948년은 큰 의미가 있는 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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