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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un 03. 2024

'인공지능', 이 불행한 이름을 지은자는 누구?

인공지능계 어벤저스 모임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I think one of the most unfortunate names is 'artificial intelligence'
I wish we had called it 'different intelligence'

by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이다. 최근 업데이트 된, '챗GPT 4o'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여러 목소리를 모방하는 개인 비서화 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유사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와 xAI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내년이나 2026년까지 인간 지능을 초과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한 바 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스타 CEO인 사티야 나델라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지능과 다르다, "라는 견해를 밝혔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지능과 비교하기보다는 도구로 봐야 한다며, 아직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그는 195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오해를 불러온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가장 불행한 이름 중 하나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다른 지능(different intelligence)'이라고 불렀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지능이 있습니다. 인공이라는 말은 필요 없습니다."


인공지능을 발판 삼아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CEO가 한 말이라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렇다면, 불행한 이름인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1955년 미국으로 가보자.


다트머스 대학의 젊은 조교수였던 존 매카시는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동료 연구자들인 마빈 민스키, 나다니엘 로체스터, 클로드 섀넌과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록펠러 재단에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 제안서 제목에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은 존재했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매카시와 그의 동료들이 작성한 제안서가 처음이었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1956년 여름, 다트머스 대학에서 역사적인 '다트머스 워크숍'이 열렸다. 이 회의는 약 두 달 동안 진행되었고,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 행동을 어떻게 모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당시에는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막 탄생한 시기로, 연구 방향이 확립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큰 꿈과 기대를 공유했다. 이 워크숍은 인공지능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워크숍에 참여한 학자들은 이후 인공지능과 컴퓨터 과학 분야를 이끄는 선구자가 되었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만든 존 매카시는 평생을 인공지능 연구에 헌신한다. 1962년에는 스탠퍼드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이 연구소는 지금도 인공지능 연구의 선두에 서 있다. 매카시는 그의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컴퓨터계의 노벨상인 튜링상을 수상했다. 2006년 한 인터뷰에서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매카시는 그 누구보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인물로, AI의 선구자로 불린다.


다트머스 워크숍 참석자 중 또 하나의 유명 인사는 마빈 민스키이다. 1927년 생인 그는 비교적 최근인 2016년 별세하였는데, MIT에서 오래 교수로 지내며 인공지능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다. 그의 연구 철학은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사고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후대 학자들에 의해 발전하여 인공지능이 오늘날 우리 생활에 퍼지게 되었다. 그 역시 1969년 튜링상을 수상한다.


또한, 워크숍에 참석한 허버트 사이먼과 앨런 뉴웰 역시 '인공지능과 인지 심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1975년 튜링상을 수상했다. 사이먼은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또 다른 참여자인 아서 사무엘은 1959년 '기계학습'이라는 용어를 창안하고, 세계 최초의 자가 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인 체커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워크숍은 인공지능의 올스타들이 모인 자리였다.


(좌) 다트머스 워크숍에 모인 레전드들 / (우) 현장에 있는 기념비




레전드들은 인간이 지능을 만들었다는 단어 자체의 의미 외에도, 인간의 지능을 조금이라도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에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반 세기가 조금 지난 후, 그들이 만든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인류를 위협하는 의미로 사용될지 그들은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이름이 가지는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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