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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un 05. 2024

챗GPT가 멈추자 벌어진 일

챗GPT야, 아프지 마

직장인에서 교수로 전직하면서, 장점이 훨씬 많아졌지만,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가 현장의 빠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맛있는 구내식당을 이용 못한다는 것, 또 하나는 매년 2월에 나오던 보너스를 못 받는 것)  그러던 와중 얼마 전, 전 직장 동료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이제 다들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되면서, 건강 이야기, 육아 이야기가 주요 화두거리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화제는 단연코 인공지능. IT 회사 사람들이다 보니,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이야기도 한참 한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업무 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짝 엿볼 수 있었다.



#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 없이는 업무가 불가

내가 수년을 근무했던 회사는 보안에 아주 민감하다. 챗GPT도 보안 이유로 막아놨다. 개발자들이 작성한 코드가 오픈AI 서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 그러자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그래서 회사가 내놓은 대책.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구축! 역시 그 회사니까 가능한 일이다. 직접 써 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챗GPT만큼은 아니지만, 80~90% 정도의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그 날 만나본 전 동료들은 개발 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피스 업무들. 예를 들어 번역이나, 기획서 작성, 메일 작성, 아이디어 도출 등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이제 인공지능 없이 일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 오픈AI 시스템을 그냥 사내에 도입

또 다른 동료는 비슷한 위상의 국내 최고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이 기업 역시 내부 직원들이 챗GPT를 쓰겠다고 난리였고. 보안 상 이유로 마냥 막을 수는 없어 선택한 방법이 오픈AI와 협업하여,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내에 별도로 만들어버리는 것. 해당 회사 직원들은 사내에 구축된 챗GPT와 흡사한 시스템으로 열심히 코딩도 하고, 업무 도움도 받고 있다고 한다.



# 이제 신입 개발자를 뽑는 것보다 챗GPT가 낫다?

또 다른 동료는 프로그래밍을 주로 하는 회사로 이직했다. 최근 신입 개발자를 뽑기 위해, 직무기술서를 작성해 달라는 HR의 요청을 받은 그는, 신입 프로그래머로 필요한 역량들을 하나하나 적어갔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직무기술서에 본인이 작성한 스킬셋 중 챗GPT가 못하는 것을 꼽아봤다고 한다. 그러니 단 한 가지도 없었다는 것. 신입 프로그래머를 뽑아 교육하는 것보다,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시키는 것이 더 나은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개인적으로도 석사 신입생보다 챗GPT가 연구를 협업하기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육적 측면에서 석사를 뽑는 것이 맞지만 말이다.






나 역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없던 시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제 나의 모든 업무는 챗GPT에게 종속되었다. 코딩을 시작해서, 그래프 그리기, 데이터 정리 등 실험과 관련된 부분부터, 기존 연구 검색, 아이디어 도출과 같은 사전 연구 작업까지 챗GPT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과제 기획서 작성 시에도 기본 틀을 잡는 데 활용한다. 물론 챗GPT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함께 협업해서 완성을 해나가고 있다. 중요한 내용들은 직접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고.


나의 이런 생활에 태클이 걸린 것은 6월 4일 오후 4시경. 갑자기 챗GPT가 접속이 되지 않는다. PC로도 모바일로 접속이 안 되니 업무는 올스탑 되어버렸다. 예전처럼 구글을 붙잡고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멀리 와버렸다. 챗GPT가 멈추자 업무도 멈추었고, 쿨하게 퇴근을 해버렸다.


보통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멈추면 난리가 난다. 그런데 이번에는 챗GPT가 멈추니 난리가 났다. 전 세계 SNS가 폭주한다.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제미나이로 사람들이 몰려, 제미나이가 느려지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챗GPT가 멈추자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 (출처 : 국민일보)


사용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챗GPT가 멈추니 내가 얼마나 많이 쓰는 줄 알게 되었네!! 빨리 복구해!!

Is CHATGPT DOWN?! #OMG! What to do?!

나 공부해야 하는데 무슨 일이야.

지금 내야 할 과제가 있어!!

내일 시험이야!!

XXXXXX (차마 담지 못할 욕)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야 나델라가 최근 언급한 것처럼 인공지능은 이미 누군가에게 훌륭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챗GPT가 잠시라도 멈추는 날이면 이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이다. 카카오톡이 잠시 다운될 때마다 인터넷이 난리 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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