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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Nov 08. 2023

AI가 만들어낸 비틀즈 신곡

존 레논 목소리는 어떻게?

비틀즈(The Beatles)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비틀즈 세대가 아니기도 했고, 팝을 들어보려고 폼을 잡던 나이에는 이미 비틀즈의 영향을 받아 더 세련된 음악이 많았기 때문. 아니면 왠지 너무 유명한 비틀즈를 좋아한다고 하면 괜히 없어 보인다는 치기 어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들은 자주 듣곤 했다.


비틀즈를 애정하진 않더라도 런던을 방문했을 때 애비 로드(Abbey Road)를 방문하진 않을 수 없는 노릇. 학회 일정으로 밤이 되어서야 찾은 애비 로드는 비틀즈 <애비 로드> 앨범 커버의 모습과는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이었다. 주택가에 위치한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였기에, 여느 관광객들이 각 잡고 찍는 장면을 연출할 수는 없어, 후다닥 건너는 장면만 사진에 담아본다. 그것도 밤 시간에. 


2019년의 런던 출장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애비 로드는 찾았지만, 비틀즈 멤버를 따라 각 잡고 사진 찍을 정성까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나에게 있어 비틀즈의 위상이 아닐까 싶다. 


비틀즈의 <애비 로드> 앨범 커버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후다닥 한 컷




존 레논이 작곡한 비틀즈의 '마지막 노래' 공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 앨범 <Now And Then>이 11월 2일 공개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틀즈의 핵심 중 하나였던 존 레논(John Lennon)이 1980년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비틀즈의 기타리스트였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역시 2001년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4명의 멤버 중 2명이 고인인데 신곡이 나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남은 두 명의 멤버로 신곡이 나온 것일까?


우선 공식 뮤직비디오부터 보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비틀즈가 이번에 공개한 신곡 'Now And Then'은 앞서 언급한 존 레논이 작곡한 곡이다. 비틀즈 해체 이후 존이 피아노로 데모 테이프로까지 만든 곡이나,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고 해적판으로만 유통이 되었다. 그러다 존 레논의 사망 이후, 미망인인 오노 요코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에게 테이프를 전달하였다. 폴 메카트니는 두 말하면 입 아플 비틀즈의 또 하나의 전설인 멤버. 존이 남긴 미공개곡들을 기반으로 남은 비틀즈 멤버들인 폴 메카트니와 조지 해리슨, 그리고 링고 스타(Ringo Starr)는 신곡을 내기 위해 1990년대 중반 다시 의기투합하였다.



조지 해리슨의 반대로 무산된 'Now And Then' 공개


하지만 'Now And Then' 녹음 과정에서 멤버들의 갈등이 다시 표출되었다. 기타리스트인 조지 해리슨이 해당 곡의 원본 녹음 품질이 '쓰레기'라며 녹음을 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 또한 원곡의 작곡 역시 완전히 이뤄진 상태가 아니었다. 그 탓에 존 레논이 작곡한 'Now And Then'의 녹음은 무산되었다.


대신 세 멤버는 또 다른 미공개곡인 'Free as a Bird'와 'Real Love'의 녹음은 마쳤다. 그리고 1995년과 1996년 <Anthology 1>과 <Anthology 2> 앨범에 각각 수록하여 대중들에게 공개한다. 오랜만에 나온 비틀즈의 미공개 신곡 발표였기에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이다.



폴 매카트니의 계속된 발매 시도


하지만 폴 매카트니는 아쉬움이 남았나 보다. 계속해서 해당 곡을 발매하고자 시도하였다. 이 곡의 녹음을 탐탁지 않아 하던 조지 해리슨은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사망하였고, 이제 폴의 계획을 막을 사람은 없어졌다. 하지만 여러 난관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링고의 드럼과 폴의 음성은 여전히 넣을 수 있지만 조지의 기타는 이제 더 이상 넣을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1995년 멤버들이 함께 신곡 발매를 기획하다 무산되던 과정에서 녹음한 조지의 연주가 남아있었다. 물론 조지의 기타 연주 녹음 분량이 전체 곡을 커버하지는 않았지만, 폴이 조지에 대한 일존의 헌정을 담아 조지의 스타일로 연주하여 빈 부분을 메꿀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존 레논의 부재.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존 레논의 음성, 그리고 신곡 발매


폴 매카트니에게 구세주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반지의 제왕>의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이었다. 피터 잭슨은 2021년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된 비틀즈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틀즈: 겟 백(The Beatles: Get Back)>을 제작한다. 이때 피터 잭슨 감독이 이끄는 영화 회사는 사운드를 재정비하는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Now And Then'의 카세트 녹음 소리에서 존 레논의 목소리만을 추출할 수 있었고, 과거에는 제거하지 못했던 배경의 잡음들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폴 매카트니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복원한 존 레논의 목소리는 1970년대와 같이 여전히 "맑다". 폴은 'Now And Then'의 녹음 경험이 "마법적"이었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우리가 스튜디오에 있을 때, 존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고 그가 보컬 부스나 옆방에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와 다시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폴 매카트니의 보컬과 기타, 링고 스타의 드럼과 함께 고인이 된 조지 해리슨의 기타 연주 녹음본, 그리고 인공지능이 복원한 존 레논의 보컬이 더해지며 우리는 또 하나의 비틀즈 신곡이자, '비틀즈'라는 가수의 마지막 싱글 앨범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위의 과정을 다큐로 촬영한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폴, 이건 너무 나간 거야. 비틀즈는 이미 해체됐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이 복원하여 새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존 레논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목소리를 복제해 허락 없이 새 앨범을 발매했다는 것을 부도덕하다고 비난을 하기까지 한다.


이미 고인이 된 존 레논의 반응은 어디서 온 것일까? 진짜 하늘에서 온 것일까?


비틀즈 마지막 곡에 크게 반발하는 존 레논 챗봇 (출처: AI타임즈)


위의 스크린샷과 같이, 존 레논의 반응은 버추얼 챗봇 서비스 플랫폼인 캐릭터닷AI(Character.AI)의 존 레논 챗봇으로부터 나왔다. 캐릭터닷AI에는 유명인의 말투와 상황을 학습한 수많은 챗봇이 존재하며, 존 레논의 챗봇 역시 여럿 존재한다.


가상이긴 하지만 존 레논 챗봇의 반응이 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 않은가? 인공지능이 복원한 존 레논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을 존 레논 챗봇이 비난하는 현재의 상황은 우스우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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