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를 둘러싼 명과 암
최근 인공지능 관련 뉴스의 중심에는 오픈AI가 있다. 언제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업답다. 이 회사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장에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 오픈AI는 66억 달러(약 8조 80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60억 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가치의 비상장 기업 자리에도 올랐다. (오픈AI 위에는 틱톡의 '바이트댄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있음) 어떤 기업이 투자했는 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유명 벤처 캐피털과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등도 투자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애플이 막판에 투자를 철회하며 많은 뒷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 2억 5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오픈AI의 행보는 더욱 거침이 없을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며, 특히 그들의 비전인 AGI, 인공일반지능을 실현하는 데 이번 투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최근 연례 개발자 회의인 '데브 데이(DevDay)' 역시 나름의 화제이다. 작년에는 데브 데이 이후, 창립자이자 CEO인 샘 알트만이 이사회에서 해고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묻힌 감이 있었지만, 올해 데브 데이는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새로운 모델 공개와 같이 대중적으로 임팩트를 주는 발표는 없었지만, 개발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개발 도구를 공개했으며, 이들 도구는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이 공개한 개발 도구(API)는 스타트업 같은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사내에 도입하거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보다 쉽고,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고품질의 서비스를 만들도록 돕게 하는 것이 이번 오픈AI가 공개한 API의 핵심이다.
가령, 오픈AI가 제공하는 '리얼타임 API'를 활용하면, 음성으로 작동하는 앱이나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사용료는 내야 한다. 즉, 인공지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오픈AI의 API를 사용하라는 것이 이번 데브 데이의 핵심 메시지이다. B2C로 챗GP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B2B로 API까지 제공하면서 오픈AI는 명실상부한 핵심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픈AI의 앞 길을 막을 자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오픈AI를 둘러싼 논란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먼저, 최근 오픈AI의 명(明)을 살펴봤으니, 이제 암(暗)을 살펴보자.
오픈AI가 놀라운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는 것과는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인력 이탈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이중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오픈AI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챗GPT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미라 무라티의 퇴사이다. 불과 지난 5월까지 공식 석상에서 신제품 발표를 했던 그녀였기에, 갑작스러운 퇴사는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퇴사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면서, 함께 했던 샘 알트만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잠시 휴식을 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영진들 다수가 회사를 떠난 오픈AI 였기에, 마지막 남은 원년 멤버 격의 이탈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내부적으로는 샘 알트만 CEO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며, 많은 투자자들은 그녀의 다음 행적지에 투자를 하겠다고 지갑을 흔들고 있다.
문제는 무라티의 퇴사가 최근 오픈AI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인력 유출 사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픈AI의 공동 창립자 중 하나였던 더크 킹마는 경쟁사인 앤트로픽에 합류했으며, AI 안전 책임자였던 얀 레이케, 역시나 공동 창립자였던 존 슐만도 앤트로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쯤 되면 앤트로픽에서는 오픈AI의 동창회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오픈AI의 비디오 생성 프로젝트인 소라의 주역, 팀 브룩스 역시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했다.
거듭되는 퇴사 행렬은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오픈AI를 조롱하기로 일인자를 자청하는 일론 머스크는 이 상황을 조롱하며, 샘 알트먼을 '리틀 핑거'로 지칭했다. 이는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교활한 악당 캐릭터에 알트만을 비교한 것이다.
사실 내부 인력 이탈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 벌어졌던 샘 알트만 해고와 복직 사태 이후,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일라야 수츠케버는 이미 오픈AI를 퇴사한 지 오래이다. (작년 해고 관련 글 링크 : 샘 알트만과 스티브 잡스 평행 이론) 역시나 공동 창립자 중 하나였던 일리야 수츠케버는 AI 안전성과 상업화를 놓고 알트만과 갈등을 벌이다 올해 자진해서 퇴사를 했다. 챗GPT의 어머니가 무라티라면, 아버지는 수츠케버일 정도로 핵심 기술을 담당했었기에, 내부적인 충격은 컸다고 한다. 특히나, 그의 개발 리더십을 따르던 많은 직원들이 함께 퇴사를 했을 정도로 인망도 큰 그였다. 그는 최근 자신의 AI 스타트업인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SI)'를 설립했고, 시장은 그의 기업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투자하며 화답했다. 새로운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한 인공지능 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오픈AI는 여전히 시장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주요 인력의 이탈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과 업계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나간 인재를 대신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 오픈AI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서두에서 오픈AI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살펴봤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오픈AI가 이례적인 조건을 내건 사실이 밝혀져 역시나 화제에 올랐다.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 경쟁 업체 5곳에 투자하지 말 것을 요청하며 배타적 투자 협정을 맺었다고 알려졌다.
오픈AI가 콕 집은 라이벌 5곳은 어디일까?
앞서 오픈AI의 퇴사 인력들이 대거 몰려간 인공지능 분야의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인 앤트로픽, 그리고 수츠케버가 이끄는 SSI, 일론 머스크의 xAI가 라이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검색 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퍼플렉시티와 글린도 이름을 올렸다. (퍼플렉시티는 개인적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임)
오픈AI의 배타적 투자 요청은 시장에서 이례적이라 평가받는다. 벤처 캐피털 업체들은 돈 되는 곳이라면 중복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오픈AI는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라이벌 업체에 동시에 투자하는 기업의 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히나 구체적으로 경쟁사를 지정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공지능 산업은 자본이 필수이다. 수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기에, 막대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하지만, 오픈AI는 이를 독점적으로 확보하고자 했다.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도 없으며,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 일까지는 아니지만, 오픈AI의 독점적 자금 확보 전략 역시 최근 미운털이 박히고 있는 기업 이미지 때문인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