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꿔버린 현대전의 풍경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하나의 표적을 찾아내고 타격 명령을 내리기까지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렸다. 정찰기가 찍어온 사진을 후방의 분석관이 눈으로 판독하고, 서면으로 보고서를 올리고, 지휘부가 승인하고, 그제야 전방의 전투기에 좌표가 전송되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 작업을 감당하던 인원은 약 2,000명.
2026년 2월 28일, 미국의 군사 작전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가 개시되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 인프라를 소멸시키고, 해군 자산을 파괴하며, 핵무기 개발 역량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작전 개시 후 첫 24시간 동안 1,000개 이상의 표적이 동시다발적으로 정밀 타격되었고, 10일 만에 누적 5,500개의 표적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표적의 처리와 분배를 감당한 인원은 단 20명이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2,000명이 하던 일을 20명이 해냈다. 23년 만에 1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답은 하나다. 인공지능이 전쟁터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이다.
에픽 퓨리 작전은 단순히 미사일을 많이 쏜 전쟁이 아니다. AI가 전쟁의 기획부터 표적 획득, 전술적 의사결정, 병참 지원까지 전장의 모든 영역에 전면적으로 통합된 최초의 대규모 실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알고리즘 전(Algorithmic Warfare)'의 본격화라고 부른다.
과거의 전쟁이 화력과 기동력, 병력의 물리적 규모로 승패가 결정되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다르다. 전장의 복잡한 현실을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로 구조화하여 인식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보다 먼저 최적의 결정을 내리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이를 '온톨로지 전(Ontological Warfare)'이라는 최신 군사 교리로 부르고 있다. 생소한 용어이긴 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현대전의 승리는 총알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의 명칭을 아예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개편하고, 군의 모든 역량을 인공지능에 집중하는 'AI 우선주의(AI-first)' 전략을 채택하였다. 에픽 퓨리 작전은 이 전략이 실전에서 시험받은 무대였다.
그렇다면 이 전쟁의 뒤편에서 돌아간 AI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을까?
이야기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국방부는 드론이 찍어오는 영상에서 표적과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이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구글과 협력하에 시작된, 약 900만 달러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프로젝트였다.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알고리즘으로 드론 영상을 분석하겠다는 목표. 겉보기에는 평범한 국방 R&D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다. 구글 임직원 약 4,000명이 서명을 하며 집단 항의를 한 것이다. '살상 무기에 자사의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구글은 프로젝트에서 철수한다. 기술 기업과 국방부 사이의 윤리적 충돌이 세상에 드러난 첫 번째 사건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메이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했다.
2026년 에픽 퓨리 작전에 이르러 프로젝트 메이븐은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드론 영상만 분석하던 소규모 이미지 인식 도구에서, 전장의 모든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거대한 데이터 융합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대 전장에서 쏟아지는 데이터의 종류를 한번 생각해 보자. 신호정보(SIGINT), 지리공간정보(GEOINT), 공개출처정보(OSINT) 등 그 형태와 출처가 방대하고 서로 포맷도 다르다. 정찰기의 사진, 위성 이미지, 통신 감청을 통한 위치 정보, 적외선 센서, 합성개구레이더(SAR) 등이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각각 다른 체계에서 다른 포맷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초기 AI 시스템이 전장에서 부딪힌 가장 큰 한계는 알고리즘의 성능이 아니었다. 이렇게 파편화된 데이터를 AI가 즉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하는 것 자체가 난제였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팔란티어(Palantir)이다. 실리콘밸리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수정 구슬 '팔란티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먼 곳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정 구슬처럼, 전장의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화면에서 들여다보겠다는 야심이 이름에 담겨 있다.
프로젝트 메이븐은 국가지리정보국(NGA)과 최고디지털인공지능국(CDAO)의 주도하에 팔란티어의 인프라와 결합되었다. 팔란티어의 파운드리(Foundry) 및 고담(Gotham) 플랫폼 위에서, 서로 다른 센서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단일한 통제 화면에서 시각화하고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핵심 개념 하나를 짚어야 한다. '온톨로지(Ontology)'이다.
온톨로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철학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존재론'이라는 뜻의 이 철학 용어가 왜 군사 AI 시스템에 등장하는 것일까?
군사적 맥락에서의 온톨로지란, 전장의 다양한 개체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컴퓨터가 논리적으로 연산할 수 있도록 매핑한 일종의 '세계 모델(World Model)'을 뜻한다. 아군 부대, 적군 부대, 무기 체계, 보급품, 지형, 기상 조건 등 전장의 모든 요소와 그것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데이터로 구조화한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레이더에 '트랙 1234(Track 1234)'라는 비행 물체가 잡혔다고 하자. 과거의 시스템에서 이것은 그저 지도 위를 점멸하며 이동하는 점에 불과했다. 어디서 왔는지, 뭔지,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하려면 분석관이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뒤져가며 수동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시스템에서는 다르다. 이 점 하나가 찍히는 순간, 시스템은 자동으로 다른 데이터베이스들과 연동하여 종합적으로 추론한다. "이것은 언제 생산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의, 이러이러한 제원을 가진 탄도 미사일이며, 현재 이동 속도와 방향, 고도를 고려할 때 아군의 어느 기지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단순한 좌표가 아니라, 의미를 가진 정보로 변환되는 것이다.
철학에서의 존재론이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군사 AI에서의 온톨로지는 '전장의 본질을 어떻게 데이터로 표현할 것인가'를 묻는 셈이다.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세계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 했듯이, 팔란티어는 전장의 모든 것을 하나의 데이터 구조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온톨로지 아키텍처의 진짜 위력은 여기에 있다. 가공되지 않은 원시 데이터를 작전적 의사결정과 직접 연결하는 핵심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 팔란티어의 플랫폼은 조직의 물리적 자산과 논리적 관계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만들어낸다. 전장을 통째로 가상 세계에 복사해 놓은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데이터를 잘 정리해 놓아도, 그 데이터 위에서 추론을 하는 AI가 엉뚱한 답을 내놓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챗봇은 '검색 증강 생성(RAG)'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외부의 텍스트 문서를 검색한 뒤 이를 요약하여 답변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일상적인 질문에는 충분하지만, 군사 작전처럼 잘못된 답 하나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는 텍스트의 확률적 조합에 의존하는 방식이 치명적인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팔란티어 AIP(AI Platform)가 일반 AI 서비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인식 생성(Ontology-Aware Generation)' 방식은 AI에게 텍스트 문서를 읽히는 대신, 엄격하게 검증되고 구조화된 데이터 객체와 그 관계 자체를 논리적 변수로 직접 전달한다. AI 모델은 '적의 보급선 상황'이라는 서술형 텍스트를 읽고 확률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아니다. 보급선의 정확한 GPS 위치, 이동 속도, 호위 병력의 규모, 보유한 탄약의 종류가 수치화되고 관계 지어진 명확한 데이터 객체를 직접 입력받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이렇다. 일반적인 RAG 방식이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교과서 전체를 훑어보고 답을 추측하는 학생'이라면, 온톨로지 인식 생성 방식은 '정답이 담긴 정리된 데이터 시트를 받아서 계산만 하면 되는 학생'에 가깝다. 추측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 방식은 AI의 추론 범위를 매우 좁고 정확하게 제한한다. 시스템 내에 내장된 '도구 호출(Tool calling)' 기능은 AI가 임의로 교전 규칙을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며, '평가(Evals)' 시스템을 통해 AI의 추론 과정을 단계별로 정량 측정하고 통제한다. 또한 다단계 추론 과정 전반에 걸쳐 문맥 상태를 보존하는 기능이 있어서, 긴 작전 회의나 연속적인 결정 과정에서도 데이터의 무결성이 깨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팔란티어 AIP는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지어낸 뒤에 사후 교정하려는 방식이 아니다. 애초에 구조화되고 검증된 사실의 경계 안에서만 사고하도록 근본적인 문맥을 부여함으로써, 환각 발생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지휘관들은 AI의 산출물을 신뢰하고, 실제 무기 체계 운용에 적용할 수 있었다.
일반 AI 챗봇의 RAG 방식과 팔란티어 AIP의 온톨로지 인식 생성 방식의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다. RAG는 비정형 텍스트를 검색해서 확률적으로 답을 만들어내고, 환각이 생기면 사후에 고치려 한다. 반면 온톨로지 인식 생성은 사전에 검증된 구조화 데이터를 직접 변수로 전달하고, 물리적·논리적 제약 조건을 AI에 강제하여 환각 자체를 막는다. 일반적인 정보 검색에는 RAG로 충분하지만, 한 번의 오류가 수많은 생명을 좌우하는 군사 작전에서는 온톨로지 인식 생성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자, 여기까지가 에픽 퓨리 작전의 기술적 기반이다. 프로젝트 메이븐이 전장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아키텍처가 이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환각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 위에서 AI가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이 견고한 데이터 인프라가 전장의 '신경망' 역할을 했다면,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실제 추론을 수행하고 작전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뇌'는 무엇이었을까?
그 두뇌의 이름은 앤트로픽이 만든 클로드(Claude)였다. 클로드가 전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살펴 보도록 하자.
본 글은 언론사 인터뷰를 위해 정리한 내용을 다시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제가 정리한 내용을 구글의 notebookLM을 통해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