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 1 후기
올해 가장 기대했던 영화 2편을 뒤늦게 봤다. 육아를 하는 상황에서 영화관가기도 쉽지 않아, 겨우 주말에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우리 부부는 IPTV로 개봉한 지 한참 된 영화를 본다. 그렇게 본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었다.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시리즈물 운명의 다이얼은 15년 만에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옹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시리즈물의 마지막 치고는 조금은 아쉽다. 훗날 이 영화에 대한 평을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지만 연세가 든 해리슨 포드는 여전히 멋있지만 이제 석별의 정을 나눠야만 할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의 일곱 번째 시리즈물 데드 레코닝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아직 한창인 톰 크루즈 형님은 여전히 액션의 최강자이고, 스토리 역시 흥미진진하다. 전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액션 활극은 2시간 30분 이상의 러닝 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개봉한 지 한참 지나서 다시 자세히 왈가왈부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여기에서는 하나의 소재에 집중해 보자.
미션 임파서블 7의 메인 빌런(악당)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빌런은 '엔티티(The Entity)'라고 하는 인공지능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비인간형 빌런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엔티티는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든 접속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앞으로 발생할 일을 예측한다. 언제나 앞선 수를 예상해 사람을 조정하는 엔티티는 인간이 일반적으로 대응해서는 맞설 수 없는 초강력 인공지능이다. 그렇다면 엔티티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엔티티는 미국 정부가 만든 인공지능이었으나, 러시아의 스텔스 핵잠수함에 침투했다가 그곳에서 또 다른 인공지능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융합되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강인공지능(Strong AI)이 탄생하게 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호쾌한 액션을 보며 신이 났다가도, 마음 한편에 이러한 생각이 들 것이다. 엔티티와 같은 초강력 인공지능이 등장하여 인류를 위협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특히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대두로 이러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두려움이 느껴지는 분들은 예전에 브런치에 쓴 글을 본다면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다. 먼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자연스레 의식을 깨닫는 인공지능의 발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해 보자: 창발성을 드러내는 AI, 인형사가 될 수 있을까? 또한, 인공지능 최고 전문가들이 진단해 본 현재 인공지능의 위협 정도는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로 인한 멸망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조사 결과
개인적으로는 미션 임파서블을 보며 인공지능보다 더 관심이 갔던 것은 바로 인공지능과 연관된 '사람'이었다.
극 중에는 메인 빌런 엔티티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가브리엘(Gabriel)이 나온다. 그는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인공지능을 신처럼 신봉한다는 점과 이름이 가브리엘이라는 점에서 무언가가 연상되지 않는가? 바로 대천사 가브리엘이다.
주인공과 가브리엘의 혼전 와중에 또 다른 세력도 끼어든다. 바로 CIA이다. NASA와 더불어 음모론들의 투 탑 주인공인 CIA는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인공지능 엔티티의 소스코드를 획득하여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목표. (실제 영화 내용은 이보다 더 복잡하게 꼬여있으나 스포 방지를 위해 간단히 서술) 이처럼 인공지능에 조종당하는 빌런도 있지만 강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세계를 제패하고자 하는 시도를 벌이는 국가 조직들도 공존하는 세계관이 미션 임파서블에 구현되어 있다.
영화를 보며 엔티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이런 인간들의 마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우려는 마냥 기우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언어라는 도구로 의사소통을 시작한 이후 태동한 종교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주라는 공간에 홀로 존재하는 인간에게 신이라는 존재는 위안의 대상을 넘어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무신론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신론자 대부분은 종교의 신이라는 존재 대신 '과학'이라는 것을 종교처럼 믿고 있다.
현시점에서 하나 재밌지만 진지한 상상을 하나 해보자. 대천사와 동명이인인 가브리엘이 인공지능에 경외감을 가지고 대리자로 행동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신이 되는 종교가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University of Manitoba)의 응용 윤리 센터 소장인 닐 맥아더(Neil McArthur) 교수는 향후 몇 년, 혹은 몇 달 안에 인공지능을 숭배하는 종교 종파의 출현을 예고했다.
그는 우리가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외심을 느끼고 겁에 질려하는 모습을 종교에서의 신성한 경험과 비슷한 감정이라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물욕에 초월한 모습, 그리고 불멸이라는 속성을 보며, 인공지능을 신이나 예언자와 같은 신성한 존재로 여길 수 있다고도 주장하였다. 인공지능이 종교가 될 수 있다는 이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들이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종교가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맞는지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그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 그 자체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전쟁은 인간의 신념, 종교, 정치, 사상 등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세의 종교가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처럼, 니체의 사상을 파시즘으로 엮어 전쟁에 활용했던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전쟁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현대전에 활용되고 있다. 이를 뛰어넘어 인공지능을 관통하는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전쟁의 출현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히틀러가 우생학과 니체의 사상을 적절히 활용하며 파시즘을 자국민들에게 세뇌시켰듯이, 인공지능을 숭배하는 이들을 이용하여 세계 정복을 꿈꾸는 세력의 등장 역시 상상으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적이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인공지능을 추종하는, 인공지능을 조종하려는 인간들의 행태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투>가 기대가 된다. (이번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은 파트 원입니다. 속편이 이어지는 걸 모르고 보시면 실망하십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세계관에는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탐 크루즈 형님이 있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에는 이러한 히어로가 없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히어로에 의존하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와 같이 인류의 집단 지성으로 앞으로 다가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라본다.
가난하던 대학원생 시절, 돈이 바닥이 난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수중에 돈은 없어 고민하던 찰나, 교내 공모전이 눈에 띄었다. 무슨 아이디어 공모전이었는데, 절실한 마음에 이상한 아이디어들을 마구 제출했고, 부상으로 문화상품권 10만 원을 받았다. 그 10만 원으로 크리스마스에 VIPS를 갈 수 있었고 영화도 볼 수 있었다. 그때 눈물 젖은 문화상품권으로 관람한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었다. 이러한 추억이 있기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영원했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 흥행 부진이 우려가 된다. 데드 레코닝 파트 투는 잘 만들어서 흥행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