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써보려고 노력한다. 보통 그런 시기는 새벽시간이라 다음날 한번 쭉 읽어보고 지우기 일쑤다. 지금도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갑자기 노트북을 켯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다가, 사실은 1장도 채 넘기지 못하고 생각나는 것들이 많아 글로 써놔야 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처음시작은 한강의 나이였다. 1970년도에 태어나서 50세가 넘으셨네, 한 평생을 글과 함께 한다는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브런치에 작가로 선정된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 생각하는데, 한강 작가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람 아닌가. 실력이 검증된 것은 당연하고, 명성에 따른 책임감의 무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 친구들에게 내가 책을 많이 읽고, 글도 잘쓴다는 칭찬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 칭찬을 항상 빈말처럼 들었는데, 어느순간 그 사람의 진심이 내가 그 말을 빈 말로 들었기 때문에 전달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강 같은 작가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야 마음으로 깨닫는다.
최근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일을 쉬고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그런지, 생각을 넓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년동안에는 하나에 몰두해서 그것만 생각하는게 쉬운 일이었다면, 지금은 얕지만 좀 더 멀리 보려고 한다. 나의 문제에 집중하고 고민했던 시기가 지나고, 내 옆의 사람에게 지금 당장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문제를 고민으로 보지않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정말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사람은 다면적이다. 이 말이 쓰고싶어서 노트북을 켯다.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더 배웠다고, 훌륭하다고 우러러보지만 그 사람이 배우지 못한 부분을 본인은 이미 가지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또한 내가 다른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내가 소유했다고 해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경험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생기지 않고, 그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가짐도 세월에 따라 정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나는 예전의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되어있고, 당신은 예전의 나와 같은 가치관으로 살아갈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