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를 응원해
어릴 적 난 반짝이는 꿈을 자주 꿨다. 디즈니 속 미키마우스는 언제나 나를 환하게 반겨주었고, 어두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정신은 어린아이에 몸만 커진 나는, 자그마한 푼돈으로 전 세계 디즈니랜드를 모두 돌아다녔고, 지금은 방 한 구석에 누워있다. 아주 느긋하고, 게으르게.
사회에 나온 어른아이
꿈의 랜드와 대비되는 현실은 사실 참 가옥하고 가옥 하다. 배울 만큼 배웠지만 정작 나에게 남은 것은 없고 직장은 있지만 불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사회부적응자라고 나를 보기엔 이미 너무 순응하며 살았고, 어리광 부린다기에 모진 우울을 많이 삼키며 살았다. 지난 4년간 아르바이트를 쉰 적 없고, 그 후 2년도 직장생활에 몰두했다. 그렇게 얻어진 병은 홀로 있을 때면 더욱 커졌고, 눈물을 훔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이젠 가물가물 하다. 지난 6년의 시간은 버티기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꿈속에 살고 싶었다. 자그마한 장난감 속에서 파묻혀 아득히 뭉클거리는 미래를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보여주고 선물하고 싶었다. 책상 선반 위, 침대 위 작은 모퉁이 속 나를 안아주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친구. 언제나 "괜찮다"라고 이야기해 주듯 포근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는 존재. 나는 그 존재를 만들기로 했다.
사업이라면 사업이다
장바구니에 재료를 모두 담으니 배송비 포함 21,000원이 나왔다. 출퇴근으로 시장에 갈 수 없어 온라인 쇼핑몰로 주문했다. 가지고 있던 자본 하나도 없기에 아주 소소하고 작게 시작했다. 최근에 유행하는 모루 인형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정해보았다. 포근한 털실과 맑은 눈망울이 마음에 들었다.
대량으로 주문하지는 않았다. 우선 수요가 있는지 체크하고 싶었다. 일종의 시장조사인 셈이다. 주변 지인들을 모아 함께 시장을 만들어갈 고민을 했고, 재료의 원가 대비 수익을 측정했다. 최근에 모루인형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져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저렴했다. 이 안에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녹여낼 것이다.
유사 제품의 시장 가격을 조사했다. 싸면 만 천 원, 비싸면 10만 원이 넘는 등 그 가격 차가 극심했다. 적절한 가격을 정하는 것도 큰 산이 될 것 같다.
21,000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하면 다들 콧웃음을 치겠지만, 소비자의 관심도를 파악하는 데는 충분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건 지금의 몽글몽글한 마음에 휘둘리는 것을 넘어 적절한 마케팅 채널을 발굴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진심이 감동이 되고, 그 감동이 제품에 대한 호감의 마음이 될 때 소비자가 움직일 것이다. 난 그들이 움직일 때 본격적으로 확장한다.
넌 할 수 있어
내가 나에게 듣고 싶은 말, 그리고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사랑하는 존재와 있으면 내 곁을 내주고 진심을 토로하고, 응원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지사다.
우리에게는 모두 어린 시절 그런 친구가 있었다. 작은 인형을 통해 우리는 사랑받고, 또 사랑을 주었다. 나는 당신에게 잃어버린 그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 이미 너무나도 어른이 된 당신에게, "괜찮다", "넌 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때 그 반짝임이 아직 남아있을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