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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왕왕 Oct 28. 2023

더현대 디즈니스토어에서 주인인척 하기

뭔데

기획에 벽이 생겼다.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과 스토리가 더 필요하다.


디지이너를 영입했다. 홍양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팬시업계에서 일을 하던 친구다. 디테일에 강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함께 홍콩, 파리 디즈니랜드를 갔던 전우로서 꿈꾸는 방향과 그림이 같다. 우린 하나의 그림을 마음에 품었다. 이만한 동업자도 없을 것이다. 캐릭터의 세계관 확장과 디자인을 부탁했다. 공동제작도 함께.


꿈을 크게 가져라.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

그래서 우리의 꿈은 제2의 디즈니ㅋ.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우리의 경쟁사


여의도 더현대에 있는 디즈니스토어에서 우리는 첫 기획회의를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참이었다. 핼러윈데이가 사라진 연말은 붉은빛이 빠르게 스며든다. 귀여운 인형이 값비싼 가격에 상응하는 디테일을 뽐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새로운 상상을 펼쳤다.


버즈라이트, 대체 넌 뭔데


토이스토리의 멋쟁이 버즈라이트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췄다. 지금은 허접해 보이는 우리의 왕왕이가, 언젠가 이처럼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격차가 심해 보일수록 해나가야 하는 단계가 높아졌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의 비밀은 무엇일까, 디즈니는 과거의 영광을 언제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이라는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하며, 현재의 우리를 직면했다. 인형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고 싶다는 하나의 발악이었다.


너 혹시 시험기간이니?


판매보다는 캐릭터에 먼저 집중하자

함께 스토리를 상상했다. 홍양과 나는 중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우정을 자랑하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기로 했다. 서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과 일상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주고받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짜증 나지만 사랑스럽고, 어디에나 있을 법 하지만 없는 캐릭터. 이도 저도 이 닌 우리의 개곰을 구체화시켰고, 인스타툰으로 정기 연재하기로 결정했다.


그림자 분신술


열심히 흐트러지기 전에, 구체적인 작업 일정을 정했다. 서로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 연재, 화요일에 공동 기획, 금요일 직업 마감, 토요일 피드백 후 업로드다. 얼마나 반응이 올지 파악하고 싶다. 그림을 완성하면 인스타 광고를 소소하게 올리고 싶다. 그리고 인지가 향상되면 당장의 판매가 아닌 펀딩으로 그 수요를 책정할 것이다. 현재는 돈 욕심보다는, 이 귀엽고 멍청한 아이를 알리는 것에 초첨을 두고자 한다.


l am 만족


서로에게 가장 의미 있으면서도, 구체성이라고는 하나 없는 불필요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효력은 없지만, 저 흐리멍덩한 사인과 그림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이어 줄 것이다.


이제 점점 시작된 게 보인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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