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배민 '단짝 계약'이 불러온 플랫폼 경쟁의 질문
2025년 여름, 교촌치킨이 대한민국 플랫폼 시장에 던진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교촌치킨이 배달의민족(배민)과 '단짝 계약'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이른바 '배민온리' 논란은 단순한 브랜드 제휴를 넘어 플랫폼 생태계의 경쟁 질서와 소비자 선택권, 그리고 규제의 방향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교촌치킨이 쿠팡이츠에서 철수하고, 배민·요기요·땡겨요·자체앱만 남기기로 했다. 대신 배민은 교촌 가맹점주들에게 6개월간 수수료를 '0원'으로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다 배민만 살아남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왔고, 가맹점주들은 "왜 우리 영업 자유를 제한하냐"라며 반발했다. 결국 계약은 체결 직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배타조건부 거래'다. 쉽게 말해 "우리랑만 거래하면 특별 대우해줄게"라는 조건부 독점인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이런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경쟁자를 없앨 때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민처럼 업계 1위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런 전략을 쓸 경우 경쟁 앱의 입지는 좁아지고 소비자 선택권도 줄어든다. 실제로 배민의 월간 이용자는 2,166만 명으로, 2위 쿠팡이츠와는 격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이 '단짝 계약'을 밀어붙였다면 시장의 다양성과 공정한 경쟁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특정 앱만 쓰라는 압박은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외에 많다. 요기요는 과거 음식점에 "다른 앱보다 우리 앱에서 더 싸게 팔라"라고 요구하다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스타벅스는 현대카드와 6년간 단독 신용카드 제휴를 맺었지만 결국 독점 효과에 한계를 느껴 재검토에 들어갔다. 넷플릭스도 디즈니, 유명 감독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콘텐츠 경쟁력을 키웠지만 독점 논란은 늘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생각보다 느긋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소비자들은 한 앱만 쓰지 않는다. 실제로 배달앱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개 이상 앱을 쓴다. 이런 '멀티호밍'이 보편화되면서 한 플랫폼의 독점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공정위도 교촌이 배민만 쓰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 피해도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배달앱 시장의 불공정 행위(수수료, 광고, 가격 강요 등)는 여전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힘'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완전히 방심할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입점업체 단체 협상권 등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업계는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막는다"라고 우려하지만 소비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균형 잡힌 규제는 필요하다. 앞으로는 한 플랫폼의 독점보다는 더 다양한 서비스와 소비자 혜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치킨 한 조각을 둘러싼 이번 소동은 플랫폼 독점과 소비자 선택권,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독점 계약보다는 더 나은 서비스와 혁신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정부 역시 규제와 시장 자율의 균형점을 고민할 시점이다. 치킨을 시키며 고른 앱 하나가, 사실은 우리 사회의 경쟁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 플랫폼 전쟁의 진짜 무기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점을, 이번 '배민온리' 논란이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